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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말 Jul 14. 2023

정치는 당신에게 관심이 있다

[책을 읽고] 그레임 개러드, <처음 읽는 정치철학사>

"당신은 정치에 관심이 없을지 모르나, 정치는 당신에게 관심이 있다."


전쟁에 관한 트로츠키의 명언을 빌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아르네 네스처럼 스스로를 격리하지 않는 한, 정치는 결국 내 삶에 영향을 미친다. 정치를 외면할 수는 있지만, 정치로부터 도망칠 수는 없다. 정치는 결국 나를 찾아낼 것이고, 정치를 외면한 대가로 내 삶을 피폐하게 할 것이다. 일본 정치판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펠레폰네소스 전쟁 당시, 소크라테스가 들판에 선 채로 밤을 새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목격했다고 한다. 끓는 물에 달걀 대신 시계를 넣은 뉴턴처럼, 뭔가에 골몰한 것이리라.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겠지만, 정치를 외면해서 좋을 것은 없다.



이 책은 딱 30명의 정치철학자를 소개하며, 더 나은 인간 세상을 위해 어떤 정치적 장치가 필요한지를 생각한다. 모든 챕터는 정치철학자의 개인사로 시작하여, 그의 주장을 살펴보고, 그의 사상이 역사적으로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그리고 현재 시점에서 그의 사상에서 무얼 배울 수 있는지 살펴본다. 백과 사전을 그냥 베껴 쓴 책이 아니라, 저자의 생각이 녹아 있는 진짜 책이다. 공자, 플라톤, 칸트에서 하이에크, 롤스, 아렌트, 누스바움까지 다양한 학자들의 사상을 관통하여 하나의 생각에 이르게 한 것은 그가 추구하는 정치의 존재 이유, 즉 인간 행복에 대한 고민일 것이다.


모두 30명의 사상가들이 실려 있는데, 그 선별도 매우 좋다. 특히, 이름만 들어본 정치이론가들이 구체적으로 무슨 얘기를 했는지 배울 수 있어 좋았다. (매디슨은 영화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에서 들어보고 페인은 게임 <맥스 페인>에서 들어봤다.)


이하, 기억해두려고 해둔 메모들.


***


- 현대 중국은 테크노크라트가 통치한다. 


- 토크빌은 주정부의 강한 권한이 민주주의에 방해가 될 것이며, 북미 원주민들에게 기다리는 것은 죽음뿐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그렇게 되었다.


- (종파가 많을수록 종교 탄압이 줄어들고 종교적 자유가 확보된다는) 흄의 견해에서 발전시킨 것이기는 해도, 다양성이 공화국의 안정성 제고에 좋다는 주장은 매디슨이 처음이었다.


- (나세르에 의해 처형된) 사이드 쿠틉은 칼뱅 시즌2다. 종교가 모든 것에 우선한다고 주장한 사이코패쓰라는 점에서.


- 아렌트는 평등이라는 가치를 정치적 차원이 아닌 사회적 차원에서 실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치를 일상생활이라 주장하면서 어떻게 사회적 차원과 분리하자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는 주장이다.)


- 마오는 도시(노동자)를 부정적으로 보는 점에서 루소와 닮았고, 목적을 위해 폭력적 수단도 허용된다고 믿은 점에서는 마키아벨리와 닮았다. (저자는 문혁으로 인해 얻은 것도 있다고 말한다!)


- 롤스는 정의의 자유주의적 원칙(즉, 그가 주장한 원칙들)은 어떠한 형태의 자본주의와도 양립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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