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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말 Jul 11. 2023

아니, 소원이 그거라고?

[책을 읽고] 히로시마 레이코, <이상한 과자 가게 전천당>

*** 약한 스포일러 있습니다 ***


<전천당>의 주인 베니코는 말한다. 사람들이 운을 다루는 다양한 모습을 보는 것이 즐겁다고.


<전천당>은 여러 가지 신비한 힘을 가진 과자를 만들어 판다. 그날의 <행운의 동전>을 가진 사람은 전천당을 들르는 행운을 누릴 수 있다. 산처럼 쌓인 신비한 과자들이 손님을 반기지만, 사실 그들을 기다리는 것은 딱 하나뿐인 <운명의 과자>다. 그 과자는 그들의 욕망에 부합하는 적절한 힘을 가지고 있으며, 손님들은 대개 자신의 욕망에 충실하다.


당연한 얘기지만, 첫 에피소드 <인어 젤리>가 가장 전형적인 전개다. 마유미는 인어 젤리를 먹고 수영을 잘하게 되지만, 주의사항을 제대로 읽지 않아 큰 위기에 처한다. 다행히도, 그녀는 전천당에 다시 방문할 수 있었고, 불행한 결말을 피할 수 있었다.


어리석은 선택을 되돌리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카리스마 봉봉>의 주인공 기타지마 노리유키는 노력하지 않고 성공하기를 바라는 견습 미용사다. 그는 전천당에서 구입한 <카리스마 초코봉>을 먹고 순식간에 성공 가도를 달린다. 그러나 그는 과욕을 부리다가 파멸한다. <파멸>이라는 단어를 쓰기에는 매우 마일드한 파국이지만, 어쨌든 그는 실패의 길로 다시 들어선다. 그것도 모자라 후속 에피소드에 가끔씩 모습을 드러내며 못난 모습을 보인다.


동화라는 장르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전천당>의 인물들은 우리를 놀라게 하지 않는다. 그들은 대개 예상되는 행동을 하고, 피노키오처럼 구제되거나 베짱이처럼 버려질 뿐이다.



이제 <무지개 물엿>의 주인공 마도카를 만나보자. 전천당에 발을 들이기 직전, 그녀를 괴롭히던 것은 친구 유리코의 태도였다. 갑자기 데생 실력이 좋아진 유리코가 자신을 포함한 친구들을 깔보기 시작한 것이다.


"손님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주인 베니코의 물음에, 나는 뻔한 대답을 기다렸다.


"잘난 척하는 친구를 혼내주고 싶어요."


아니면,


"나도 그림을 잘 그렸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놀랍게도 그녀의 대답은 달랐다.


"자꾸 흐려지려는 내 마음을 깨끗하게 하고 싶어요."


상상도 못한 대답이다. 전생에 수행자 아니었을까. 불행의 원인을 바깥에서 찾지 않고 자기 안에서 찾다니.


결국 그녀는 자신의 맑은 마음을 지켰고, 친구도 구했다. 


<전천당>에는 감탄스러울 정도로 아름다운 이야기가 참 많이 있지만, <무지개 물엿>의 마도카에 비길 만한 인물을 다시 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하기 어렵다.


아직 4권째다. 많은 이야기가 남아 있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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