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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말 Jul 10. 2023

요리야말로 과학이다

[책을 읽고] 브라이언 레, <푸드 사이언스 150>

달걀 흰자를 치댈 때는 왜 노른자가 섞이지 않도록 조심해야 할까? 고기는 냉장실에서 해동하는 게 좋을까 아니면 밖에 내놓은 것이 좋을까? 스테이크 밑간에 소금과 후추를 다 넣어도 될까? 베이킹 파우더 대신 베이킹 소다를 써도 될까?


무지성으로 레시피를 따라하는 단계에서 벗어나, 요리와 식재료를 이해하도록 돕는 책이다. 책을 읽다 보면 고개 넘어 새로운 요리의 세계가 보이는 듯하다. 왜 이 책을 이제야 만났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감동적인 독서 경험이었다.


이하, 기억해 둘 요리 관련 정보와 팁 모음.

<요리의 기초>

- 올클래드는 스테인레스강의 내구성과 알루미늄/구리의 열전도 장점을 합쳤다.

- 음식의 갈변에는 마이야르 반응과 캐러멜화 등 2개의 과정이 관여한다.

- 마이야르 반응이 일어나는 아미노산의 종류에 따라 다양한 풍미가 만들어진다. 예컨대 고기 풍미는 시스테인을 포도당과 반응시키면 된다. 

- 마이야르 반응이 일어나려면 음식이 138~149도로 가열해야 한다. 레시피에서 오븐 온도를 177도 이상으로 맞추라고 하는 이유가 이거다.

- 마이야르 반응을 촉진하는 방법으로는 음식에 유리 아미노산이나 당을 첨가하는 것이다. 달걀흰자가 유리 아미노산이다. 빵 표면에 달걀흰자를 바르는 이유다.

- 캐러멜화는 당에 열을 가해 풍미 분자로 분해하는 과정이다. 레몬즙 등으로 pH를 낮추면 캐러멜화가 더 빨라진다. 그러나 음식이 산성이 되면 캐러멜화가 중지된다. 베이킹소다를 첨가해 pH를 높여 마이야르 반응을 지속하게 할 수 있다. (산, 알칼리 다 넣으라고?)

- 알코올은 요리 과정에서 전부 제거되지 않는다. 150분 동안 끓여도 4~6%의 알코올이 남는다. (헐...)

- 요리에는 저렴한 와인을 사용하자. 조리 후 남는 화합물은 대개 모든 와인에 공통으로 들어 있는 것들이다.

- 달걀흰자, 겨자, 다진 마늘, 버터 등을 유화제로 쓸 수 있다.

- 잔탄검, 구아검 등의 증점제는 글루텐 프리 밀가루에 끈기를 주기 위해 흔히 사용된다.

- 찬밥은 저항성 전분이 많아 볶음밥에 더 적합하다. 갓 지은 밥으로 만들면 볶음밥이 질척해진다.


<풍미의 기초>

- 음고가 높은 피아노 소리는 단맛을 이끌어낸다.

소금을 아무 음식에나 넣어보라. 쓰지 않다고 생각되는 음식에도 약간의 쓴맛이 있는데, 소금은 쓴맛을 억제하고 단맛을 끌어낸다.


<육류와 생선>

- 고기를 재워두려면 소금, 간장, 피시소스를 써라. 닭가슴살을 18시간 마리네이드해도 양념의 풍미가 겨우 1~3% 스며들 뿐이다.

- 산성이 되면 고기는 질겨진다. 와인, 식초, 레몬즙으로 밑간을 하지 마라.

- 흑후추가 빛에 노출되면 피페린이 이소카비신으로 바뀌어 아무 맛이 나지 않는다.

- 조리하기 전에 고기를 실온에 두지 마라. 세균이 번식한다. 냉장고에서 해동한 고기는 곧바로 요리하라.

- 시어링은 육즙을 가두지 못한다. 하지만 요리 시간을 짧게 하면 수분 손실이 적어지므로, 강불에 요리하는 것이 유리할 수도 있다.

- 랍스터나 새우가 붉은색이나 분홍색이 되면 다 익었다는 신호다.


<달걀과 유제품>

- 지방은 단백질막 형성을 방해한다. 흰자를 치댈 때 노른자가 섞이면 안 되는 이유다.

- 흰자와 노른자의 분리는 차가운 달걀이 더 쉽다. 거품 내기는 따뜻한 흰자가 더 잘 된다.

- 버터밀크는 우유에서 버터를 분리한 다음에 남는 액체다. 베이킹소다와 버터밀크를 반죽에 넣으면 독특한 부풀기와 식감을 만든다. 팬케이크, 와플, 콘브레드, 비스킷 등에 쓰인다.

- 치즈 225g, 구연산 2작은술, 베이킹소다 2.5작은술, 물 반컵을 섞어 저어주면서 뭉근하게 가열하면 부드러운 치즈소스를 만들 수 있다. 구연산 나트륨이 카세인 망을 잘 깨뜨려서 부드럽게 된다.

- 딱딱한 치즈껍질도 구우면 부드러워져 먹을 수 있다.



<과일과 채소>

- 실수로 고추를 씹어 너무 매워 괴롭다면, 차가운 설탕물이나 주스로 입안을 헹군다. 마셔도 되지만 당분 많이 섭취해서 좋을 건 없다.

- 소금은 콩의 겉껍질을 연하게 만든다. 불리거나 삶을 때 소금을 넣자. 물 1리터에 소금 1큰술이면 된다.

- 아이들은 쓴맛 수용기가 발달해 있어 브로콜리를 싫어한다.

- 흰색 아스파라거스의 껍질은 쓴맛이 나므로 벗겨야 한다.

- 부드럽고 식감이 살아있도록 감자를 익히려면 찬물에 넣고 삶기 시작해야 한다.


<빵과 디저트>

- 글루텐은 글루테닌과 글리아딘이라는 2가지 단백질에 물을 섞으면 만들어지는 신축성 있는 망이다. 글루테닌은 망의 탄성과 강도에, 글리아딘은 반죽의 점성에 영향을 준다. 제빵용 강력분에는 글루테닌과 글리아딘이 풍부하고, 케이크용 박력분에는 적다. 소금은 글루텐 망 형성을 돕지만, 설탕이나 지방은 방해한다.

- 베이킹 파우더 대신 베이킹 소다와 산성 물질(레몬즙)을 사용할 수 있다. 베이킹 파우더 대신 베이킹 소다를 쓸 경우, 25%~33%의 양만 사용해야 한다. 소다 쪽이 팽창력이 강해서다.

- 녹은 버터는 빵을 밀도 있고 꾸덕꾸덕하게 만들므로 브라우니나 푸딩 케이크에 적당한다. 실온 버터에 설탕을 넣어 크림화하면 케이크에 적당하다. 얼린 버터는 빵 굽는 동안 형태가 유지되므로 파이 껍질이나 크롸상에 적당하다.

- 쫀득한 쿠키를 원한다면 박력분, 식물성 쇼트닝, 황설탕, 달걀을 사용하자. 바삭한 쿠키를 원한다면 단백질 함량이 높은 밀가루(강력분), 기름/버터, 그래뉼러 당을 쓰고 달걀은 넣지 않는다. 단백질은 마이야르 반응을 돕고, 황설탕과 달걀에는 수분이 많아 촉촉한 반면 그래뉼러 당에는 수분이 적다.

- 황설탕이나 원당에는 정제를 덜하거나, 정제 후 부산물인 당밀을 넣어 약한 카라멜 풍미가 난다.

- 꿀은 포도당과 과당 75%, 물 20%로 이루어져 있고 나머지는 산과 효소다. 꿀은 보통 실온에서 만들 수 있는 농도보다 고농도로 당이 농축되어 있다. 포도당 용액의 농도는 48%까지 올라갈 수 있는데, 포도당 비율이 이를 초과하면 분자가 용액에서 침전되어 나와 결정화된다.

- 녹인 초콜릿에 템퍼링한 초콜릿을 곱게 다져 넣으면 씨앗 역할을 해서 템퍼링이 더 잘된다.

- 커피와 초콜릿은 풍미 특성이 비슷하다. 케이크나 쿠키를 만들 때 깊은 초콜릿 풍미를 원한다면 진한 콜드브루 커피를 추가해 보자.


<식품안전>

- 냉장고에 넣을 거면 뜨거운 음식이라도 곧장 냉장고에 넣어야 세균 증식을 조금이라도 더 줄일 수 있다.

- 날 밀가루에는 살모넬라균, 대장균 등이 증식할 수 있다. 상업용이든 홈메이드든 쿠키 반죽을 날로 먹으면 위험한 이유다.

- 간 고기가 아니라면 겉 표면만 71도씨 이상으로 가열해서 대장균을 박멸할 수 있다. 따라서 레어로 먹어도 안전하다.

- 날고기 용도로는 다른 도마를 쓰자.

- 감자에 싹이 나면 아밀라아제 효소가 감자 속 전분을 당으로 바꾼다. 당은 삼투압 현상을 일으키므로 감자 표면이 쭈글쭈글해진다. 껍질이 녹색을 띠어도 단단한 감자는 아직 괜찮으므로 먹어도 되지만, 껍질과 녹색으로 변한 부분은 잘라내고 먹자.

- 산패한 땅콩 버터는 톡 쏘는 쓴맛이 나고, 미끈거리거나 금속성 냄새가 나기도 한다.

- 개봉하지 않은 올리브유는 구입일로부터 24개월까지 보관할 수 있다. 개봉하면 2개월 내에 먹자. (헐) 자주 사용하지 않는다면 냉장 보관하라.

- 간장이나 피시 소스에는 고농도의 소금과 산이 들어 있어 실온 보관해도 미생물이 자랄 위험이 없다. 식초, 꿀도 냉장 보관할 필요 없다.

- 곰팡이는 균사체를 만들어 식품 깊숙이 침투할 수 있다. 빵 조각 위에 곰팡이가 보인다면 이미 안쪽에도 침투했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먹지 말자.

- 채소를 물에 단시간 데쳐 냉동하면 12개월까지도 보관 가능하다. 양파, 옥수수, 토마토에는 세포벽을 무너뜨려 채소를 무르게 만드는 효소가 거의 없어 데치지 않고 냉동 보관해도 된다.

- 냉동실 바깥쪽에 보관된 음식은 온도 변화로 인해 냉동상(cryo-injury)을 입기 쉽다.

- 냉동된 고기를 해동할 때는 세균 번식을 막기 위해 냉장실에서 해동한다. 24~48시간 정도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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