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출할 수 없는 오늘에 갇혔어.
우린 도넛과 위상동형이야.
어제의 나랑 오늘의 내가
맨날 같은 길에서 마주쳐.
내일도 똑같이 돌아올 거고.
가끔 내가 너이기도 해.
(그렇지 않아?)
발버둥칠수록
시간의 조각칼은
더 정교하게 깎아내.
어디 구멍이 뚫렸는지
툭 치면 굴러가는
도넛같은 하루를,
엉킨 시간 속에서
손톱으로 유리창 긁는 소리 내며
흔적 하나 남기겠다고
오늘에 날카로운 금을 그어댔어.
(내가 할 수 있는 건 겨우 그 정도니까.)
한자리에서 맴돌다가
어디에도 닿지 못한 채
손끝에라도 금 하나 긋고
어제와 오늘을
조금이라도 떼어내는 일.
그러다 문득,
어디에도 없는 내일이
슬그머니 다가올지도 모르는 일.
(그거면 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