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한때, 산을 마주하고
바람을 발끝에 두던 시절이 있었다.
머리맡에 은하수를 걸어 두고,
모든 것을 발아래 둔 채
무한을 소유한 듯,
자연은 그저 걸린 그림이었고
나는 외부인에 불과했다.
그러나, 생명이 스며들자
자연은 더 이상 그림이 아니었다.
아내의 품 속에서,
생명이 자라나는 고요한 신호 속에서,
몸을 웅크리고 고통을 견디는
작은 생명을 지켜내는 그 투지 속에서,
산과 바다, 은하수가
숨결로 다가왔다.
숨결은 새벽 공기를 가르고
손끝에 닿은 작은 맥박이
내 몸을 타고 흘러가며 심장을 울린다.
어디선가 우주가 서서히 번져나간다.
쌓여가는 시간의 무게 속에서
어느새 새겨지는 흔적들.
피부에 남은 온기,
어루만진 자리에 남은 체온,
그 모든 것이 산과 바다,
우주와 맞닿아 있다.
내 안의 작은 우주,
그곳에서 별보다 넓은 길이
매일 새롭게 열린다.
가슴 속에서 자라는
아득한 숲의 중력,
그 깊은 곳에서
모든 것을 끌어당기며
나를 채워간다.
2024.09.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