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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준배 Sep 23. 2024

[시] 생명

생명


한때, 산을 마주하고 

바람을 발끝에 두던 시절이 있었다.

머리맡에 은하수를 걸어 두고, 

모든 것을 발아래 둔 채 

무한을 소유한 듯,

자연은 그저 걸린 그림이었고 

나는 외부인에 불과했다.     


그러나, 생명이 스며들자

자연은 더 이상 그림이 아니었다.

아내의 품 속에서,

생명이 자라나는 고요한 신호 속에서,

몸을 웅크리고 고통을 견디는

작은 생명을 지켜내는 그 투지 속에서,

산과 바다, 은하수가

숨결로 다가왔다.     


숨결은 새벽 공기를 가르고

손끝에 닿은 작은 맥박이 

내 몸을 타고 흘러가며 심장을 울린다.

어디선가 우주가 서서히 번져나간다.     


쌓여가는 시간의 무게 속에서

어느새 새겨지는 흔적들.

피부에 남은 온기,

어루만진 자리에 남은 체온,

그 모든 것이 산과 바다,

우주와 맞닿아 있다.     


내 안의 작은 우주,

그곳에서 별보다 넓은 길이

매일 새롭게 열린다.

가슴 속에서 자라는

아득한 숲의 중력,

그 깊은 곳에서

모든 것을 끌어당기며

나를 채워간다.


2024.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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