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찬가게 아줌마
손녀딸이 준 분홍 머리핀을 하고
공주가 되었다는
우리 동네 반찬가게 아줌마는
만 원짜리 파김치를 칠천 원에 주셨다.
고춧가루 묻은 앞치마를 두르고
배추 한 망에 오만 원이 넘는다며
입꼬리를 풀지만
반찬통 뚜껑을 닫으며 메추리알을
덤으로 얹는다.
빈 골목마다 적막히 스며든 숨비소리,
담배 냄새 밴 바람이 불 때마다
반찬통들을 한 번 덮어주고,
언제 올지 모르는 다음 손님을
기다리며 냉장고 문을 닫는다.
분홍 머리핀을 손끝으로 만지작거리다
허공에 손짓을 흩뿌리고,
구겨진 계산대 영수증을
하나 둘 모아 비닐봉지에 넣는다.
손녀딸 웃음을 마음속 어딘가에
살며시 접어두고,
머리핀을 매만지는
우리 동네 공주님 등 뒤로
파김치 냄새가 고단하게 스며들어 있었다.
2024.0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