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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벅 Nov 01. 2024

고객 인터뷰 150개 이상하고 느낀 효과적 인터뷰 방법


많은 스타트업 선배님들이 말씀주셔서 지금은 너무나 당연시 되는 말이지만, 나 역시 고객의 목소리에 답이 있다고 진심으로 믿는 편이다. 그래서 고객 인터뷰를 꾸준히 하려고 노력하는데, 단순해 보이지만 하면 할수록 생각보다 고도의 스킬이 필요한 일임을 느낀다. 원포인트를 운영하면서 2년 간 150개 이상의 기업과 50명 이상의 전문가와 인터뷰를 수행했다. 좋은 인사이트를 얻기 위해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고 아직도 갈 길이 너무 멀지만, 성공적인 고객 인터뷰 방법에 대해 느낀 몇 가지 생각을 정리해보았다. 


1.     비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인터뷰에서 가장 중요한 건 고객의 솔직한 의견을 듣는 거라고 생각한다. 근데 공감하시겠지만, 생각보다 그들로부터 솔직한 피드백을 듣는게 정말 어렵다. 그 이유는 다양할 것인데, 우선 우리 서비스에게 고마운 마음이 있어서 불편한 말을 하기 어려우실 것이고, 좁은 업계에서 관계를 잘 유지하고 싶은 마음도 있으실 것이고, 그냥 인간이라면 누구나 비판적으로 말하는게 쉽지 않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특히 어려운 시간을 내서 인터뷰에 응해주시는 분들은 선한 분들이 많아 더더욱 그렇다). 그래서 긍정적인 피드백 중심으로 말씀 주시는 분들이 많은데, 그렇다고 우리 서비스는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있는데 말해주지 않고 계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우리의 성장을 위해서는, 인터뷰 중 마음 편히 비판하실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게 중요하다. 그래서 나는 “어려우시겠지만 쓴소리를 많이 주시는 게 더 도움이 되니 부탁드립니다” 라는 말씀을 드리며 인터뷰를 시작한다. 그렇게 하면 보통은 마음을 열어주시는데, 그래도 안되면 어쩔 수 없이 셀프로 쓴소리를 하며 모범을 보여드린다. “나는 이런 문제가 있는 것 같다” 또는 “다른 고객들은 이런 피드백을 주신다” 라고 말씀드리면 대부분은 마음을 여신다. 물론 이 방법은 구체적 예시를 말함으로써 인터뷰이의 시야를 좁히기 때문에 최후의 수단으로 써야 한다.) 


2.     넓게 시작해서 점차 좁히기 


나도 그랬었고, 많은 분들이 인터뷰 시작부터 제일 궁금한 사안부터 빨리 물어보고 싶어한다. 하지만 처음에는 넓게 시작하는 것이 좋은 것 같다. “요즘 사업은 좀 어떠세요? 어려우신 점은 무엇인가요?” 라는 큰 질문으로 시작하는 것이다. 만약 시작하자마자 “우리 서비스 경험이 어떠셨나요? 라고 여쭤보면, 인터뷰이의 시야를 좁게 만들 수 있다. 


특히 우리 같은 초기 스타트업은 프로덕트에 집착하기 보다는 열린 마음으로 고객의 고통을 해결하는 것을 더 중시해야 하는데, 우리의 프로덕트 외의 영역에서 더 큰 기회를 발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만약 고객이 “사실 원포인트도 좋은데, 해결되지 않는 더 큰 문제가 있어요” 라고 마음속으로 생각하는데 우리 프로덕트에 대해서만 물어보면 그 이야기를 영영 듣지 못할 수 있다. 그럼 그런 큰 단의 질문들을 나중에 물어보면 되는게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나는 인터뷰이 입장에서 이미 한번 시야가 좁아지면 인터뷰 중 그런 내용들이 잘 생각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문제와 솔루션에 대한 우리의 구체적 가설을 서두에 물어보는 걸 지양해야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이다. 시작부터 “혹시 이런거 불편하세요? 이런걸 해드리면 어떨까요?” 라고 여쭤본다면, “마저요 그런문제도 있긴해요” 또는 “그런게 있다면 좋을 것 같네요” 라고 말씀주시는 경우가 많은데 충분히 유효한 수준이 아닐 가능성도 높고, 그 이후에 어젠다를 다시 넓히기는 어렵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3.     순서는 잊고, 꼬리물기 식으로 질문하기


보통은 고객 인터뷰를 위해 질문지를 만드는데, 이 프로세스는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질문지가 있다고 해서 꼭 그 순서대로 질문해야하는 건 아니다. 나도 많이 했던 실수인데, 질문지 상 순서대로 기계처럼 질문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그렇게 했을 때 깊은 인사이트를 도출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소개팅과도 비슷하다. 잘 통하는 사람은 꼬리물기식 질문이 계속 나오는데 우리는 이걸 티키타카가 잘 된다고 한다. 반면 꼬리물기 질문 없이 계속 새로운 질문이 나오는 소개팅은 애프터가 잘 안될 가능성이 높은데, 깊은 이야기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꼭 순서대로 물어보지 않아도 된다. 놓친 질문이 있다면 종료 직전에 추가로 여쭤보면 된다. 일단은 몰입감 있는 대화를 하는게 훨씬 더 중요하다. 예를 들어, 페인포인트 -> 경쟁 서비스 -> 우리 서비스 피드백 -> 개선 방안 순으로 물어보려 했는데, 페인포인트를 묻는 질문에 “원포인트가 이런 것도 해주면 좋을것 같아요”라며 개선 방안을 먼저 말씀주신다면 그래도 괜찮다. 일단 듣고, 서비스 피드백 -> 경쟁 서비스 단점 -> 1. 페인포인트 순으로 거꾸로 진행하는게 더 자연스럽고, 자연스러워야 마음속 깊이 있는 의견을 끄집어 낼 수 있다.


4.     인사이트는 인터뷰 직후 바로 정리하자


과거의 나 포함 많은 분들이 인터뷰 직후 답변은 정리해놓지만, 인사이트 또는 Key Takeaway를 바로 정리하는 건 놓치는 경우가 많다. 모든 인터뷰를 마치고 정리된 답변을 보고 한꺼번에 결론을 도출하려는 계획인데, 사람인지라 기억력에 한계가 있어 퀄리티 높은 인사이트를 잊어버릴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인터뷰를 진행하다보면 인터뷰 답변이 자연스럽게 기존에 분석했던 데이터, 예전에 들었던 인터뷰 답변, 시장 분석 내용 등의 다양한 소스와 함께 머리속에서 합쳐지면서 좋은 인사이트가 떠오르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지난 인터뷰 때도 그랬는데 이런 의견이 계속적으로 나오는 거보니 ~가 필요하다” “데이터를 보니 이랬는데 직접 들어보이 역시 이런 이유인 것 같으니 강화하자” “이런 페인포인트를 말씀주셨는데 이 시장은 매크로하게 성장성이 높아서 이렇게 확장해봐도 좋겠다” 등의 내용이다. 이런 식으로 인터뷰 하나가 끝날때마다 미니 인사이트를 3개정도씩 정리해놓으면 나중에 모든 인터뷰가 종료된 후 모든 답변을 다 볼 필요 없이, 미니 인사이트만 쭉봐도 효과적으로 최종 인사이트를 도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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