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니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들이 하나둘 생긴다. 분명 전에는 아무렇지 않았는데, 이상하게 하나씩 말을 듣지 않는다. ‘시간이 흘러서일까?’, ‘제대로 돌보지 않아서일까?’ 분명 멀쩡하게 작동하던 것인데 이젠 준비시간이 필요하다. 다행히도 일단 작동을 시작하면 예전만큼 빠릿빠릿하지는 않아도 아직은 쓸만하게 움직인다. 시간이 흐르면서 많은 것들이 고장 난다. 내 몸도, 내 컴퓨터도.
요즘은 정말 빠르게 흘러가는 시대이다. AI의 발전으로 많은 것들이 이전보다 빠르게 바뀌어 간다. 점원에게 결제하던 것들이 키오스크로 바뀐 지 오래다. 동사무소, 영화관, 병원, 각종 편의시설 등 많은 것들이 똑똑하게 변하고 있다. 내 손안의 스마트폰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시대, 우리는 그런 시대에 살고 있다. 덕분에 많은 편리함을 누리게 되었지만, 새로운 것에 대해 배우고 익숙해져야 하는 숙제가 생겼다. 편리함을 누리기 위해서는 애를 써야 한다. 때론 빨라지는 속도에 맞추는 게 버겁다. 누군가에게는 이러한 경험이 흥미롭고 재미날 수 있지만 어떤 이들에게는 어렵고 두려운 일일 수 있다. 무섭게 변화하고 있는 세상의 속도에 맞추려니 어느새 내가, 우리가 고장 나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시간은 모두에게 다르게 흐른다. 나의 시간과 너의 시간이 다르게 흐르고, 각자의 시간이 다르게 흐른다. 예를 들면 A의 시간은 3으로, B의 시간은 2로, 나의 시간은 1로 흐를 수 있다. 시간의 흐름은 각자의 주관적인 속도라서 모두가 A의 시간에 맞춰야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그 기준은 내가 스스로 정하는 것이다. 그렇게 정의하고 그렇게 살아가면 된다. 고장이라고 하는 것도 마찬가지 아닐까. 나에게는 고장일 수도 있고, 다른 사람에게는 고장이 아닐 수도 있다. 만약 어떠한 기능을 꼭 실행해야 한다면 그건 누구의 기준인가? 타인의 기준인가? 나의 기준인가? 기준은 내가 세워가는 것이다. 누군가가 정한 기준을 따를 게 아니라 내가 세운 기준에 맞춰 살아가면 된다.
‘뱁새가 황새를 따라가면 다리가 찢어진다’라는 속담은 힘에 겨운 일을 억지로 하면 도리어 해만 입는다는 뜻이다. 뱁새는 뱁새의 역할이 있고, 황새는 황새의 역할이 있다. 자신의 처지에 맞게 살아가면 된다. 내 상황이 뱁새인데 황새같이 살면 정말로 다리가 찢어질 수도 있다. 나를 있는 그대로 봐주고, 주변 사람과 비교하지 않고, 주어진 것 안에서 잘할 수 있는 것들을 하며 살아갔으면 좋겠다. 남과 비교하지 않는 삶을 살았으면 한다. (나를 포함한) 대부분은 스스로 뱁새같이 느껴지겠지만, 가끔 누군가에게는 내가 황새같이 보일 수도 있다. 나의 처지와 상황은 상대적이니까…. 없는 그것에 집중하지 말고, 가진 것을 더 크게 보길 바란다. (사실 나도 그렇게 살고 있지는 못하지만) 남과 비교하지 않고 자신을 기준 삼아 행복하게 살아갔으면 좋겠다. 나도, 이 글을 보고 있는 당신도 말이다.
2025. 서울 청계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