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다 아프다

by Shin Juncheol

2019년 당시, 근무하던 학교에서 잠깐 시간을 내어 상담실에 갔다. 상담 선생님과는 업무상으로 만나는 거 외엔 지나가며 인사하는 정도였다. ‘똑똑' “선생님 시간 괜찮으세요?” “네, 괜찮아요.” 문을 열고 상담실에 들어갔다. “제가 요즘 상태가 안 좋은 것 같아 신경정신과에 가보려는데 괜찮을까요?” 선생님은 “시간 괜찮으면 커피 한잔하실래요?”라고 하셨다. 선생님과 상담실 구석의 테이블에 마주 앉았다. 누군가에게 마음속 얘기를 꺼내 보인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이야기를 마치고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병원 가도 괜찮아요. 선생님 마음 가는 대로 하세요.” “네, 감사합니다” 라고 이야기하며 상담실을 나왔다.


아마 작년부터였던 것 같다. 내가 평소와는 다르다는 것을 느꼈던 게…. 개인적으로 많은 일이 있었다. 계획했던 일이 틀어졌고, 가족의 문제도 있었고, 아픈 이별도 있었다. 많은 것들이 한꺼번에 닥쳐와 큰 스트레스를 받았다. 한동안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견딜만했고, 그냥저냥 시간이 흐르며 괜찮아졌다고 느꼈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 뭔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평소와는 다른 행동을 하고, 부정적인 생각을 부정적이라고 인지하지 못했다. 그러다 문득 극단적인 생각을 하는 나를 발견했다. 주변 사람들이 전혀 상상하지 못할 내 모습을 내가 생각하고 있었다. 무서웠다. 그냥 있으면 안 될 것 같았다. 그래서 선생님을 찾았었다.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눈 다음 날이었다. 선생님이 찾아오셨다. “혹시, 괜찮으면 일주일에 2, 3회 정도 저랑 상담해 보실래요?” 난 바로 대답을 못 하고 머뭇거렸다. 선생님이 다시 말씀하셨다. “좀 더 생각해 보고 편하게 말씀해 주세요.” 선생님이 가시고 나서 차분히 생각해 보았다. ‘그래,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낫겠지’ 난 선생님께 상담을 받겠다고 했다. 그리고 상담 첫날 여쭤보았다. 왜 상담을 해주겠냐고 하셨는지…. “꼭 아들 같은 생각이 들어서 그랬어요.” 그런 선생님의 마음이 참 감사하게 느껴졌다.

선생님과 진행한 상담은 모래 놀이 치료였는데 모래 위에 내가 생각하고 있는 장면을 여러 가지 피규어로 채워놓고 같이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처음엔 ‘애들 장난감으로 상담이 될까?’ 의구심이 들었는데 놀라운 건 상담실에서 울고 있는 내 모습이었다. 흐르던 눈물이 점점 네 마음을 치료하고 있었다. 상담을 시작한 때가 학기 말이라 두 달 정도 후 자연스레 상담은 끝나는 듯했다. 난 그 학교에서 계약 기간이 만료되어 다른 학교로 이직하였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나고 우연히 버스 안에서 상담 선생님을 만났다. 반갑게 인사를 하고 간단한 이야기를 나눴다. 신기하게도 선생님은 내가 새로 근무하는 학교 근처에 살고 계셨다, 요즘은 마음이 괜찮냐고 물어보셨고, 아직은 조금 어렵다고 말했다. 조만간 커피 한잔하자고 하시며 선생님은 버스에서 내리셨고, 며칠 뒤 카페에서 다시 만났다. 선생님께서는 내가 괜찮다면 퇴근하고 일주일에 한 번씩 본인 집에서 상담하는 건 어떻겠냐고 하셨다. 나는 선생님께 부담을 드리는 게 아닌가 싶었지만 그래도 다시 상담을 이어가고 싶었다. 그렇게 다시 상담이 시작되었다. 그동안 몰랐던 어릴 적 상처들, 말하지 못해 쌓였던 어려움, 때론 울고 웃으며 오랜 기간 상담이 이어졌다. 어느새 나의 상처들이 하나씩 하나씩 치유되고 있었다. 어느 날 상담하러 가는데 ‘이젠 더 할 얘기가 없는 거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 선생님도 “이제 더 상담을 진행하지 않아도 될 거 같은데요?”라고 말씀하셔서 이후 한두 번 더 찾아뵙고 상담을 마무리했다.


평소 사람들이 나에 대해 알고 있는 모습과 내가 스스로에 대해 알고 있는 모습은 ‘항상 밝고 유쾌하고 즐겁고 행복하게 사는 사람’‘늘 긍정적으로 살아가는 사람’‘같이 있으면 즐거운 사람’ 이었다. 그런데 내가 마음의 병에 걸렸다니…. 처음에는 인정할 수 없었다. 나에게는 그런 일이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냥 힘내면 이겨낼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동안 주변에서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늘 하던 말도 “힘내” “괜찮아 금방 좋아질 거야” “이겨낼 수 있을 거야” 였다. 하지만 아니었다. 직접 경험해보니 그렇지 않았다. ‘힘을 내고 싶지만, 힘을 낼 수 없는 상태’ 그게 ‘마음의 병’ 이었다. 그제야 깨달았다. 내가 다른 사람을 위로한답시고 했던 “힘내”라는 말이 그동안 얼마나 야속하게 들렸을까. 상담을 받으면서 신경정신과 약도 먹었다. 상담과 약을 병행하면 더 효과가 있다고 들었는데, 개인적으로 약보다는 상담이 더 치료에 도움이 되는 듯했다.

이 세상에 백 퍼센트 괜찮은 사람은 없다. 처한 상황과 환경이 다를 뿐, 누구나 어려움은 있다. 크기가 다르고 느끼는 게 다를 뿐. 그러기에 남의 상황에 대해 아무렇게나 판단하면 안 된다. 내가 그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누구나 아플 수 있다. 그러므로, 혹시 아프다면 너무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눈치 보지 말았으면 좋겠다. 마음의 병은 감기와 같아서 누구나 걸릴 수 있다. 감기 걸렸다고 사람들이 이상하게 보지 않듯이, 마음이 아픈 것도 약을 먹고 쉬면서 나아지기를 기다려야 한다. 꼭 빨리 나아야 하는 것도 아니다. 빨리 낫지 않는다면 그만큼 아픔이 두툼하게 쌓인 것이니 천천히 회복하기를 바란다. 누구나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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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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