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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초 Dec 22. 2021

캐나다에서 면접을 본다는 것

면접을 망친자의 넋두리


앞선 글에서 잠깐 이야기한 것처럼 차후 커리어를 위해 새로운 포지션을 알아보고 있다. 그러던 와중 지난주 면접을 보게 되었는데 결과는 좋지 않을 것 같다.


면접을 망친 것은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지만 이번 것은 아쉬운 마음이 크다. 준비한 것들을 절반도 채 말하지 못했고 무엇보다 예상치 못한 질문이 나와서 당황을 너무 많이 했기 때문이다. 준비하지 않은 질문이 나오면 머릿속이 새하얘지면서 사고 회로가 정지된다. 이렇게 되면 평소 잘 되던 영어가 갑자기 오류가 난 것처럼 버벅대기 시작한다. 한국에서의 면접은 질문에 대한 답만 생각하면 됐었는데 여기서는 면접에 대한 답 그리고 그에 맞는 영어도 같이 생각해야 하니 2배로 힘이 드는 것이다.




캐나다의 면접


캐나다의 면접은 한국과 비슷하면서 약간 다르다. 지금까지의 경험을 토대로 캐나다의 면접의 패턴을 큰 범주로 나누어 보자면


    1. 자기소개

    2. 왜 저희 회사에 지원하셨나요?

    3. 여러 개의 Behavioral Questions

    4. 질문 있으신가요?  


1, 2, 4번은 준비한 대로 달달 읊으면 된다. 한국에서도 자주 나오는 질문이기 때문에 크게 문제가 안 된다. 문제는 3번이다. 한국어로 굳이 번역하자면 행동 질문이라고 할 수 있는데 과거에 어떤 상황이 발생했다면  어떻게 대처했고 어떤 방식으로 해결했는지를 알아보는 질문들이다. 한국에서도 이러한 유형의 질문들은 존재하지만 캐나다에서는 이러한 질문들의 비중이 높다는 게 특징이다. (물론 어떤 직군이냐에 따라 그 비중은 크거나 작을 수 있다).


Behavioral Question?


예를 들어 상사와 다툼이 있었던 적이 있는지? 있었다면 어떤 일이었고 어떻게 해결했는지 대답해야 한다. 

모범답안은 STAR(Situation, Task, Action, Result)라고 흔히 알려진 방법을 이용하는 것이다. 쉽게 말해 어떤 상황이 있었고 그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적절한 해결책을 세워 좋은 결과를 만들어 냈다로 대답하는 것이다. 유추 가능한 상황이 한정적이기 때문에 질문에 대한 대비가 어느 정도는 가능하지만 문제는 전혀 생각지도 않은 질문이 나왔을 때이다. 나같이 임기응변이 약하고 논술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은 정말 당황스럽지 않을 수 없다. 이때는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생각하는 척 시간을 벌며 상대가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 주길 바라던지 그냥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수밖에 없다. 만일 해당 질문에 대한 경험이 없어 그냥 일반적인 대답을 한다면 좋은 점수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이번 면접에서 나는 의례적으로 많은 Behavioral Questions을 받았다. 총 15개 정도의 질문을 받았는데 그중에 10개가 행동 질문이었다. 보통 5개 정도 받아 왔었는데 이번 면접은 좀 특이했다. 면접 말미에는 제발 이 질문이 마지막 질문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계속했을 정도로 진이 빠지는 면접이었다. 입고 있던 셔츠가 완전히 젖어있었을 정도로 말이다.


그중에서도 나를 가장 당황시킨 질문은 '당신은 얼마나 유동적인가요? 만약 회사의 정책이 자주 바뀐다면 어떻게 하겠나요? 였다. 준비하지 않은 주제의 질문이었고 무엇보다 살면서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물음이었다. 한국의 회사원들에게 유동적인 회사의 정책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니 말이다. 


아마 모범답안은 "XYZ라는 회사에서 근무할 때 회사의 정책이 크게 바뀐 적이 있습니다. 처음엔 당황스러웠지만 XXX이라는 해결방안을 통해 성공적으로 새 정책에 적응한 경험이 있습니다. 이후 바뀐 정책을 반영한 새로운 매뉴얼을 만들어 팀원들과 공유했고 그로 인해 모두가 새로운 정책에 대해 성공적으로 적응할 수 있었습니다."였을 것이다. 하지만 임기응변이 부족한 나에게 이런 답안이 생각날 리가 만무했고 뭐라고 대답했을지 기억이 안 날 정도로 대답을 얼버무렸다.


평생 오지선다형의 질문에 하나의 정답만을 탐구해온 나에게 이런 개방형 질문들은 난감하기만 하다. 차후 면접 시에도 이번 경험이 트라우마가 되진 않을까 걱정스럽다. 어렸을 때 논술학원이라도 다닐걸 그랬다... 




크리스마스 연휴 관계로 면접 결과는 내년에 발표된다고 한다. 이렇게 망치고도 혹시? 하는 작은 기대를 하고 있는 나 자신이 싫다. 얼른 마음을 추스르고 다른 포지션에 지원하는 게 정신건강에 좋을 듯싶다.


그래도 혹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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