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준초 Dec 11. 2021

나의 200달러 결혼식

이미지: Pixabay


2017년 교제하던 지금의 와이프와 캐나다로 이주를 했고 그해 결혼식을 올렸다. 결혼식장은 당시 우리가 살던 아파트였다. 결혼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할 수 없겠지만 총 200달러 정도밖에 들지 않았다. 결혼을 증명해줄 수 있는 Marriage Commissioner를 부르는데 100달러, Witnesses로 부른 친구들 저녁 사주는데 70달러 그리고 Certificate 발급받는데 30달러가 전부였다.


단출했던 우리의 결혼식은 30분 정도 진행되었고 Marriage Commissioner가 결혼을 증명하는 사인을 하며 마무리되었다. 몇백 명의 하객은 없었지만 지금까지 큰 다툼 한번 없이 매우 잘 살고 있다. 결혼식이 화려하다고 하객이 많다고 잘 사는 것은 아닌가 보다.




예전부터 결혼식은 최대한 조용히 신부와 단둘이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인간관계가 넓지 않으니 식장이 텅텅 빌 것이 분명한데 그렇다고 별로 친하지 않은 직장동료에게까지 청첩장을 돌리기는 싫었다. 내가 싫었던 걸 남에게 똑같이 할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하객 좀 늘려보자고 내 성격을 고쳐 인간관계를 늘릴 수도 없고... 그렇게 되면 결국 결혼식장에 오시는 하객들의 대부분은 부모님의 지인들이실 것일 텐데 식장에서 처음 뵙는 그분들에게 어떤 말을 해야 하나 도통 감이 오지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공장에서 찍어낸 제품처럼 똑같은 결혼식을 올리긴 싫었다. 하루에 두 세 커플이 똑같은 웨딩홀에서 똑같은 형식의 결혼식을 하고 똑같은 밥을 먹는다. 축가 선곡이 조금 다르다는 것 말고는 말이다.

그렇다고 남들과 다른 방식으로 특별한 결혼식을 할 수 있을까? 하객들의 대부분은 어르신들일 텐데 난생처음 보는 결혼식에 어리둥절해하실 모습이 눈에 선하다.


또한 당시의 나에겐 결혼식에 큰돈을 쓸 여유가 없었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결혼식 평균 비용이 5천만 원 정도 든다고 한다. 결혼식 비용은 축의금으로 어느 정도 커버가 된다고 한다지만 그 축의금은 결국 나의 우리의 지갑에서 나오는 것인데 무슨 의미가 있나 싶었다. 무엇보다 나 하나라도 축의금 문화의 대물림을 끊어보고 싶었다. 한국에 있을 때 많은 친구와 지인들에게 축의를 했지만 나는 받지 않았다. 또한 캐나다에 온 뒤로는 누구에게도 축의금을 보내지 않고 있으며 친한 친구들이나 지인들에겐 필요한 물품을 사주는 것으로 대체하고 있다. 


과한 축의금 문화는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부담되는 문화라고 생각한다. 한 달에 적게는 10만 원 많게는 100만 원 까지 나가는 축의금은 가계경제에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또한 결혼을 하지 않는 싱글족 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이들에게 축의금을 내는 것이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와 다름없을 것이다.




물론 우리의 결혼식은 양가 부모님께는 죄송스러운 것이었다. 내색은 안 하셨지만 평범한 결혼식을 원하셨을 것이다. 차후 한국에 들어가 가족들끼리 식사하는 것으로 대체하였지만 부족하셨을 것이다. 하지만 부모님들에게는 겉만 번지르르한 호화 결혼식보다는 캐나다에서 알콩달콩 잘 사는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진정한 효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매거진의 이전글 캐나다 4년, 5개의 직장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