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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초 Dec 27. 2021

한국은 엄연한 복지국가

캐나다인들도 놀랄 한국의 복지 시스템


그동안 써온 나의 브런치 글을 읽어보니 한국에 관한 부정적인 논조가 강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한국이 싫어서 한국을 떠난 것이니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해외에서 살게 된 후 한국이라는 나라가 생각보다 살기 좋은 나라라는 것을 점점 깨닫고 있다. 한국이라는 나라가 갖고 있는 무수한 장점들이 하나둘씩 보이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중 하나가 한국의 복지시스템이다. 대부분의 한국인은 한국의 복지가 그다지 별로일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복지시스템이 잘 구축되어 있는 캐나다와 비교해도 밀리지 않을 정도로 한국의 복지 시스템은 수준급이다. 물론 북유럽 국가들과 비교하면 아직 갈길이 멀지만 한국의 낮은 조세부담률을 고려하면 이 정도도 대단한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의료시스템


한국의 의료시스템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한 나라의 의료시스템을 측정하는 중요한 지표인 기대수명만 봐도 한국이 얼마나 선진화된 의료시스템을 갖추고 있는지 알 수 있다. 2020년 세계 보건기구(WHO)가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일본, 스위스 다음으로 한국의 기대수명은 전 세계 3위이다.

또한 코로나로 인한 사망률, 10만 명당 사망자 수 통계만 보아도 한국은 전 세계에서 손꼽히는 모범국가이다. 이는 코로나 위기상황에서도 한국의 의료시스템이 굉장히 효율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해외에서 생활해본 사람들은 공감하겠지만 한국 의료시스템의 편의성은 상상을 초월한다. 본인이 원하는 전문의로부터 대기 없이 진료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혜택인지 해외생활을 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모른다. 

캐나다의 의료시스템은 대부분 무료로 운영되는 큰 장점이 있지만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으려면 최소 2~3개월은 기다려야 한다. 병원 가기 기다리다가 병이 낫는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대기시간이 긴 것이다.



육아지원


한국의 육아 지원 정책도 나쁘지 않은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대학교 학비가 비싼 것이 옥에 티지만 고등학교까지는 무상교육에 특히 영유아 지원 시스템이 굉장히 잘 되어 있다.

내가 사는 캐나다 밴쿠버의 데이케어 비용은 한 달에 최소 $1200 (한화 110만 원) 정도이다. 그마저도 대기자가 많아 임신과 동시에 대기명단에 등록하지 않으면 자리를 얻기가 힘들다. 반면 한국은 어린이집 비용을 정부에서 지원해 준다. 2019년에 태어난 조카도 전액 무상으로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다.


한국은 저출산 고령화 사회에 본격적으로 진입한 국가로 육아 지원 정책에 적극적일 수밖에 없다. 반면 캐나다는 우호적인 이민정책으로 유입되는 인구가 많아 미래 인구 감소에 대한 걱정은 크게 없는 것 같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영유아 지원정책이 한국보다 소극적이다.


학교에서 지원되는 급식 또한 엄청난 복지이다. 캐나다나 미국 부모들은 매일 아침 자녀들을 위해 도시락을 싸야 한다. 캐나다나 미국의 학교에 돈을 내고 점심을 해결할 수 있는 카페테리아가 있지만 한국의 급식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질이 떨어진다. 반면 한국은 급식체계가 잘 되어있어 부모들이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아도 자녀는 균형 잡힌 다양한 영양소를 급식을 통해 섭취할 수 있다. 



국민연금


국민연금은 논란의 여지가 있겠으나 적어도 기금이 고갈되지 않는 2050년까지는 엄청난 혜택임이 틀림없다. 소득대체율 60~70%에 달했던 시절에 국민연금에 가입한 우리 부모님 세대가 최대 수혜자다. 본인이 낸 금액보다 많은 연금을 죽을 때까지 확실히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적어도 우리 부모님 세대들이 돌아가실 때까지 국민연금은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할 것이다.


사실 내가 캐나다 영주권자가 되고 가장 먼저 한 일은 국민연금을 해지하는 일이었다. 국민연금이 제대로 운용되지 않고 있다고 생각했고 나중에 약속된 돈을 돌려받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조금 성급한 결정이었던 것 같다. 저출산 고령화 사회가 가속화됨에 따라 국가 연금의 문제는 거의 대부분의 국가가 짊어지고 있는 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캐나다도 2010년부터 2018년까지는 국민연금 개인 부담률을 4.95%로 동결해 오다가 2019년에 5.10%로 올린 뒤 2022년엔 5.7%까지 올렸다. 반면 한국은 아직 4.5% 수준으로 다른 국가에 비해서도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앞으로 미래세대를 위한 국민연금 개인 부담률의 인상은 불가피해 보인다.



한국 복지의 미래


한국의 복지는 저부담 저 복지를 기본구조로 하고 있다. 한국의 조세부담률은 20% 정도로 OECD 평균인 25%보다도 낮고 대표적 복지국가인 스웨덴 33%에 비하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또한 GDP 대비 복지지출은 12%로 OECD 꼴찌 수준이다 (아래 그래프 참고). 한국보다 낮은 나라는 터키, 칠레 그리고 멕시코밖에 없다. 그럼에도 한국이 이 정도의 수준의 복지를 유지한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2019년 기준 GDP 대비 복지지출 / 출처: OECD


그래프에서 볼 수 있듯이 이탈리아는 스웨덴, 노르웨이보다 더 많은 복지 비용을 지출한다. 그럼에도 이탈리아의 복지가 두 나라보다 낮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복지지출을 효율적으로 해야 하는 이유이다.


아직 한국의 복지시스템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한 것이 많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앞으로 조세부담을 OECD 수준으로 늘리고 이를 복지에 효율적으로 투자한다면 한국 복지의 미래는 밝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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