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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초 Dec 24. 2021

고려대와 한국방송통신대

부질없는 차이에 대하여


캐나다에서 살다 보면 한국에서 열심히 노력해서 이뤄냈던 것들이 부질없이 느껴질 때가 있다. 그중 하나가 대학 졸업장이다. 이곳 사람들은 한국의 대학들에 대해서 거의 아는 게 없기 때문에 한국의 대학 졸업장에는 큰 관심이 없다. 그래서인지 면접 과정에서 한 번도 대학에 관한 질문을 받아본 적이 없다. 나처럼 전공과 아예 다른 일을 하고 있다면 특히 그렇다. 오히려 야간에 파트타임으로 다닌 캐나다 기술학교 학력에 더욱 관심을 보인다.



고려대와 방송통신대


와이프는 고려대학교를 졸업했는데 고려대는 영문명으로 Korea University이다. 사실 고려를 Goryeo로 번역하는 게 나았을 듯싶은데 그 이유는 나라 이름을 대학 교명으로 쓰는 대학은 흔치 않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이 Canada University나 Japan University를 나왔다고 한다면 이상하게 보이는 것처럼 말이다. 이런 이유로 와이프의 이력서를 볼 때마다 웃음이 난다.


한국방송통신대학교는 Korea National Open University로 Korea에 무려 National과 Open이 더해졌다. 외국인들도 Open University는 모두에게 열린 학교 (보통은 원격 학교)라는 뜻을 알고 있겠지만 그들이 봤을 때는 Korea University Korea National Open University  차이가 없는 것은 사실이다.

고려대학교에 들어가려면 한국방송통신대학교에 들어가는 것보다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니 두 대학교를 예로 든 것이다. 한국방송통신대학교를 비하하려는 의도는 없음을 밝힌다.


마찬가지로 서울대학교(seoul national university)나 서울 시립대학교(University of Seoul)나 외국인의 관점으로 봤을 때는 큰 차이가 없다. 오히려 University of Seoul이 미국식의 대학명이라 외국인들에게는 좀 더 친숙할 수도 있다.



우물 안 개구리


좀 더 큰 세상으로 나와보니 내가 얼마나 작은 세상에 살고 있었는지 깨닫게 된다. 한국에서 열심히 이루어놓은 것들이 이곳에서는 대부분 쓸데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로 와이프와 가끔 '이럴 거였으면 한국에서 그냥 막사는 건데'라는 우스갯소리를 하곤 한다.


그렇다고 한국에서 이뤄낸 결과물들이 전혀 의미가 없었다는 아니고 방향이 잘못됐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에서 내가 했던 노력들은 그저 좋은 대학에 들어가고 대기업에 입사하기 위한 것들이었기 때문이다. 대학 졸업장이 혹은 대기업이 평생 밥 먹여 줄줄 알았던 나의 착각이었다. 무엇보다 토익점수가 내 영어실력에 전혀 도움이 안 되는 것처럼 전 세계 어디에서나 통용되는 실질적인 기술을 익히는 노력이 부족했다.


내가 사는 밴쿠버에도 한국의 명문대 출신들이 즐비하다. 그들 중 일부는 운 좋게 좋은 기업에 입사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새로 학교에 들어가거나 먹고살기 위한 기술을 배운다. 오히려 한국에서 기술자로 일하던 분들은 이곳에서 추가적인 교육 없이 괜찮은 연봉을 받는 경우가 더러 있다.



그래도 고려대?


로봇의 도입으로 일자리가 줄어들고 원격근무가 완전히 자리 잡으면 일자리의 국경은 무너질 것이다. 아니 이미 어느 정도 무너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상 국내에서만 일자리를 찾을 필요가 없어질 것이고 국내의 취업상황이 악화되면 어쩔  없이 해외로 눈을 돌려야 되는 경우도 생길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대학 졸업장은 그저 이력서 한 줄에 불과한 것이 될 것이고 전 세계에서 통용되는 기술을 가지는 것이 최고의 스펙이 될 것이다. 영어는 당연히 완벽해야 하는 것이 될 것이고...


그럼에도 여전히 한국의 고등학생들은 오지선다 답 찾기에만 기를 쏟고 있는 현실이 가슴 아프다. 학부모들은 여전히 자녀가 고려대에 들어가기를 바라고 있으니 이런 풍토는 쉽게 바뀌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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