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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초 Dec 17. 2021

어른들 말 잘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

출처: Pixabay


어른들 말을 잘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는 옛 속담이 있을 정도로 한국사회에서 어른의 말은 절대적인 것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정보가 제한적이었던 농경사회, 산업사회 초반의 시대에 어른들의 축적된 지식이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루가 다르게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사회에서는 어떠할까? 


요즘 시대에 어설픈 조언을 건넸다가는 '꼰대'소리를 면치 못할 것을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다. 무슨 말만 하면 꼰대라고 하는 어린 세대들이 버릇이 없는 것일까? 그보다는 어른들의 조언이 시대에 뒤쳐진 꼰대 같은 조언일 확률이 크다고 본다. 


세상이 너무 빠르게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기존의 관습에 젖어있는 어른들은 지금 무슨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지 잘 모를 수밖에 없다 (물론 모든 어른들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성인이 되어서야 스마트폰을 손에 쥔 어른이 태어나서부터 태블릿을 갖고 놀던 어린아이의 마음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코로나 시대에 학교에 입학해 대부분의 수업을 비대면으로 진행한 학생들이 사회에 나온다면 어떤 그림이 펼쳐질까? 그 상황을 겪어보지 않은 어른들로써는 알 도리가 없다. 아마 새로운 시대에 적응하는데 고생 꽤나 해야 할 것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뉴 노멀이 되면 기성세대와 코로나 세대 간의 세대차이가 더욱 극명하게 벌어질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한국의 부모들은 자녀들의 진로와 꿈에 대해 본인들이 좌지우지하려고 한다. 앞으로 어떤 사회가 펼쳐질지 잘 모르면서 말이다.


불과 10년 전 내가 첫 취업시장에 나올 때만 해도 대졸자가 가고 싶은 기업은 삼성, 현대, SK, LG, 롯데 등이었다. 하지만 최근 이야기를 들어보니 네카쿠라배(네이버, 카카오, 쿠팡, 라인, 배달의민족)가 취준생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기업들이라고 한다. 10년 전 선망의 기업에 들어갔던 나의 동기들은 대부분 회사를 그만뒀거나 아주 힘든 회사생활을 하고 있다. 실예로 현대자동차에 다니는 나의 동기는 해마다 줄어드는 성과급에 회사 다닐 맛이 안 난다고 한다. 해마다 오르는 인플레이션도 서러운데 월급은 오르기는커녕 오히려 내려가는 찹잡함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기업이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하면 다니는 사람도 아주 고통스럽다.  


네카쿠라배같은 IT기업들이 원하는 인재상은 삼성, 현대 혹은 LG 같은 기업들의 인재상과는 다르다. 프로그래머에게 중요한 건 대학교 졸업장보다 자신의 실력을 증명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이기 때문이다. 현재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프로그래머들 중 일부는 아마 학창 시절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컴퓨터 언어를 배우려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있었을 것이다. 아마 어른들 10명 중 9명은 그들을 보며 혀를 끌끌 차셨을 것이고...


그에 반해 전통적인 대기업에 다니고 있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어린 시절 부모님과 선생님 말씀을 잘 들은 모범생이었을 것이다. 좋은 수능성적을 받아 좋은 대학에 가고 착실히 스펙을 쌓지 않고는 가기 쉽지 않은 곳들이니 말이다. 




돌이켜보면 내 인생의 중요한 결정들은 부모님의 의사와 반하는 것들이었다. 인문계고등학교 대신 실업계 고등학교에 진학한 것, 일반 사병 대신 장교로 복무한 것, 한국에서의 삶 대신 캐나다로의 이주 등... 모두 부모님이 탐탁지 않아하셨지만 나의 의지로 밀어붙인 결정들이다. 


신기하게도 그 결정들은 모두 좋은 결과를 낳았다. 실업계 고등학교에서 평생을 함께할 좋은 친구들을 만났고 무엇보다 실업계 전형을 통해 남들보다는 수월하게 서울에 위치한 좋은 대학에 들어갈 수 있었다. 2년간의 장교생활은 쉽지 않았지만 전역할 때쯤 학자금 대출 2천만 원 정도를 다 갚았고 또한 전역도 하기 전에 장교 공채 전형을 통해 좋은 기업에 입사할 수 있었다. 


나의 모든 선택중 부모님이 가장 반대하셨던 캐나다 이민은 내 삶을 긍정적으로 바꾸어 주었다. 태어나 처음으로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겠다는 큰 그림을 그릴 수 있었고 무엇보다 한국의 직장생활을 하며 겪었던 약간의 우울증세가 없어진 게 가장 큰 선물이었다. 생활이 편해지면서 정신이 안정된 것이 가장 큰 요인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캐나다 이민은 내가 한 선택중 가장 좋은 선택이었다고 단언할 수 있다. 


물론 어른들의 말을 무조건 듣지 말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아이의 인성을 결정하는 데 있어 부모와 어른들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적어도 자녀의 진로문제나 미래에 관해서는 자녀의 뜻대로 하고 그 책임은 자녀가 지게 해야 한다. 그것이 어른들이 지켜줘야 할 최소한의 선이라고 생각한다.


미래의 사전에는 아마 '어른들 말 잘 들으면 자다가도 떡을 뺏긴다'라는 말이 생길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되지 않도록 나부터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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