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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cos Sep 07. 2015

자신에게 거짓말하지 않기

나는 언제나 거짓말을 한다. 나한테

스스로에게 진실하다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다. 우리는 우리가 모르는 새에 자신에게 거짓말과 변명을 한다. 이 사실을 제대로 깨닫지 못하면, 거짓말과 변명은 내 마음속에서 하나의 당연한 사실이 된다.


우리 자신에게 하는 거짓말이 남에게 거짓말을 하는 것보다 우리의 마음을 더욱 무겁게 짓누른다.  

-도스토예프스키-



저녁밥을 먹고 나서 요즘  매일마다 하고 있는 조깅을 하루 쉬었다. 아마 최근에 무리해서 그런지 발목과 무릎이 조금씩 아파왔기 때문이었다. 조깅이라고는 하지만 절대 무리해서 뛰는 것은 아니고, 걷는 것이 조금 지루해질 쯤이면 뛰기 시작하고, 뛰는 것이 조금 힘들어질 때쯤 되면 다시 걷기를 반복하는 가벼운 운동이었다.


저녁밥을 먹고 나서 오늘은 운동을 안 가도 된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니, 맥주가 마시고 싶어 졌다. 이 때쯤 되면, 발목이 아팠다던가, 최근에 운동을 무리했다던가의 생각은 되돌아올 수 없는 롤러코스터와 같이 하나의 사실처럼 내 머릿속에 자리 잡는다. 그런데 맥주를 사러 나가 보니 왠지 모르게 발걸음이 가볍다. 무릎은 마치 새로운 스프링을 끼운 것과 같이 탄력이 있었고, 발목은 적당히 기름칠을 한 것처럼 부드럽고, 안정되어 있다. 지금 생각해보면 스스로에게 했던 변명이 없던 고통마저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지만, 어떻게 그 달콤한 유혹을 벗어날 수 있겠는가?


  최근의 나는 나한테 거짓말을 그리고 변명을 많이 하게 된다. 왜 그런지 이유를 정확히는 모르겠으나, 아마도 보잘 것 없는 나를 방어하기 위해서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누군가에게 하찮은 사람으로 보이지 않기 위해서, 그리고 지루하고 힘든 것들을 하지 않기 위해서 스스로 변명거리를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저런 변명과 거짓말로 무언가로부터 이리저리 피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참 한심해진다. 이것만큼은 변명과 거짓말로도 덮을 수 없는 것이다.


  자신에게 하는 거짓말이 반복될수록 죄책감은 사라지고 하나의 습관이 되어 버린다. 이렇게 되면 가장 무서워지는 것은 이게 변명인지 아니면 사실인지 분간마저 안 되는 것이다. 온갖 변명과 거짓으로 포장하여 오늘 하기 싫었던 것, 또는 자신의 모습에 대해 당위성을 부여하고, 겉은 그럴듯해 보이지만 파고 들어가보면 알맹이는 비어 있는 자신을 만든다.


만약 죽기 전까지 나는 알맹이도 없는 껍데기라는 사실을 모른다면, 그런 인생도 나쁘지 않겠지만, 비참한 사실은 갑작스레 찾아와 우리를 갈퀴갈퀴 찢어놓고, 불태어버린다. 그래서 너무나 어렵겠지만 스스로에게 솔직해려고 한다. 변명과 거짓은 잠시 제쳐두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바라보려 한다. 그게 너무 어려우면 90%만 아니 70%만 솔직해지자. 별 볼일 없는 나 일지라도 분명히 조금이라도 마음에 드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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