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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cos Sep 04. 2015

camera

나는 어렸을 때부터 사진 찍는 것을 좋아했다. 같은 눈으로 바라보지만 뷰파인더에서 벗어나면 그건 내가 알던 세상과 한치의 오차도 없이 별것 아닌 것이 되었다.


손톱 크기의 사각형 내에서 나는 세상을 통제할 수 있었던 것이 내가 카메라를 좋아하는 이유였다. 하지만 그보다 더 좋았던 이유는 카메라가 나만의 방패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카메라 뒤에서 나의 존재를 지울 수 있었다.


판타지 영화나, 게임에서나 등장하는 투명망토는 나의 카메라였다. 눈과 눈의 시선의 부딪힘이 어색했던 나는, 한쪽 눈을 대신한 렌즈를 통해서 피사체를 계속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사진의 결과물 따위는 나에게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나는 바라본다는 것에 희열을 느꼈다.


나의 눈동자와 세상사이에 하나의 가림막이 있다는 사실에 안도했다. 그 순간 뷰파인더에서 보았던 화면의 기억은 내 머릿속에서 정지된 순간의 형태라기 보다는 계속 움직이고 있는 영상으로 기억되었다.


저 희미한 기억 속에 존재 하고 있는 움직임에 색이 입혀지고, 그리고 내음과, 소리 그때의 온도 마저 덧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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