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렸을 때부터 사진 찍는 것을 좋아했다. 같은 눈으로 바라보지만 뷰파인더에서 벗어나면 그건 내가 알던 세상과 한치의 오차도 없이 별것 아닌 것이 되었다.
손톱 크기의 사각형 내에서 나는 세상을 통제할 수 있었던 것이 내가 카메라를 좋아하는 이유였다. 하지만 그보다 더 좋았던 이유는 카메라가 나만의 방패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카메라 뒤에서 나의 존재를 지울 수 있었다.
판타지 영화나, 게임에서나 등장하는 투명망토는 나의 카메라였다. 눈과 눈의 시선의 부딪힘이 어색했던 나는, 한쪽 눈을 대신한 렌즈를 통해서 피사체를 계속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사진의 결과물 따위는 나에게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나는 바라본다는 것에 희열을 느꼈다.
나의 눈동자와 세상사이에 하나의 가림막이 있다는 사실에 안도했다. 그 순간 뷰파인더에서 보았던 화면의 기억은 내 머릿속에서 정지된 순간의 형태라기 보다는 계속 움직이고 있는 영상으로 기억되었다.
저 희미한 기억 속에 존재 하고 있는 움직임에 색이 입혀지고, 그리고 내음과, 소리 그때의 온도 마저 덧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