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를 갉아먹고 있었구나
가슴이 턱하니 막히고 한숨조차 나오지 않았다.
방황하길 반복하다 이젠 방황할 힘도 남지않아
멍하니 우두커니 서 있는 내 모습을
나는 보고야 말았다
살점을 도려내고, 패대기질을 당하는건 괜찮지만
거울을 보는게 이렇게나 괴로운지 새삼 느꼈다
나는 이미 낯선이가 되어 버린채
죽은 동태눈깔 마냥 흐릿한 눈동자에서 시선을
거두었다
나는 나를 갉아먹고 있었구나
한입 베어먹은 내 살점은 비려질대로
비려짐을 왜 이제야 알았나
그렇게 씹다남은 썩은 살점이
달랑달랑 내 얼굴에 붙어있다
비눈지 폼클렌징인지 손세정액인지
무언지 모를 액체를 비벼 가며
거품을 얼굴을 비벼댔다
하지만 지워진건
그나마 남아있던 얼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