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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아무개 Jan 20. 2022

리뷰 : 어떻게 살 것인가(유시민)

서평


크고 깊게 방황했던 시절스물일곱. 당시의 난 나를 지켜줄 울타리가 없었고, 의도치 않게 큰 빚이 생겼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감을 잡지 못했고, 책임이 무서워 도망치기만 했다. 그렇게 도망쳐 도착한 대구. 더 이상의 도피가 싫어 현실을 받아들기로 했고, 첫 시작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했다. 몇 날 며칠 생각해도 뚜렷한 답이 나오지 않아 나보다 앞서 살아간 선배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샀던 책,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답이 바로 나오지 않았다. 며칠정도 고심한 끝에 '행복하게 살기'라는 살짝 애매한 답을 내놨다. 행복하게 살기…… 그러기 위해선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확실히 해둘 필요가 있었다. 즉 나 자신에 대해 부모보다, 친구보다 그리고 나보다 더 깊이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곧바로 실행으로 옮기진 못했다. 행복하기 위해선 좋아하는 일을 하며 미래에 대한 걱정 없이 현재를 즐겨야 하는데, 나는 이 모든 것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진을 찍는 것, 글을 쓰는 것이 싫진 않지만 그렇다고 이게 없으면 죽을 만큼 못 살 정도는 아니다. 생에 한 번쯤 이게 아니면 안 돼!라는 걸 만나보고 싶다. 때문에 오늘도 움직인다.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요지는 '내가 정말로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찾는 것. 다만 쉽지 않다. 물론 인생에 있어 쉬운 일이 어딨겠냐만……. 실패를 하더라도 좋아하는 것에 대한 생각하기와 행동하기를 반복해야 한다. 단번에 찾으면 좋겠지만 대게 그럴 확률은 굉장히 적기에 실패하더라도 계속해봐야 한다. 일이나 취미를 비롯해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좋다. 무언가 행동하거나 먹거나 하며 '행복'을 느꼈을 때를 잘 기억하자. 내 별명중 하나가 한입충이다. 시작하지만 오래 가지 못하기때문에……. 나쁜 별명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나랑 안 맞는 걸 억지로 끌고 가는 것이 더 고역이니까. 일단 해보고 아니라 느끼면 과감하게 노선을 틀면 된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나는 없다. 그리고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죽음'이란 것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았을 거라 생각한다. 사람은, 시간의 유한성을 가진 우리들은 언젠가 죽는다. 돈이 많다고 해서 가난하다고 해서 죽음이 빗겨나가지 않는다. 사형집행 일이 정해져있지 않지만 우리는 꼭 죽을 수밖에 없는 사형수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 한 번도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내가 처음으로 만난 죽음은 어머니다. 전역할 때쯤 골수종 3기를 진단받았고 몇 달간의 간병 끝에 말없이 가셨다. 반 년, 길면 길고 짧으면 짧은 시간 동안 간병을 했는데 그때의 기억이 없다. 어머님의 기일도, 목소리도 기억나지 않는다. 이젠 얼굴마저 떠오르지 않을 지경이다.  기일을 외우려 해도 절대로 외워지지 않는다. 이런 내 모습을 보면 아직 죽음이란 속성에 대해 마주할 용기가 없나 보다.


나는 영생까진 아니더라도 건강히 오래 살고 싶다.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사랑하는 사람들과 평생 행복하게 지내다 그들의 사랑을 받으며 그대로 잠들고 싶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보다 오래 살았으면 좋겠다. 나는 소중한 사람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게 안 되는 사람이니까. 


물론 이렇게 죽고 싶다 이야기해도 세상살이는 맘처럼 되지 않는다. 때문에 한 가지만큼은 꼭 지키기로 맹세했다. 누군가와 싸울 수 있다, 다만 속상한 감정만큼은 최대한 빨리 풀자. 혹시나 그 싸움이 상대와의 마지막이 될 수도 있을 테니까. 적어도 마지막만큼은 좋은 사람으로 남고 싶다. 




놀고 일하고 사랑하고 연대하라


서른을 바라보는 지금, 이제서야 이 문장의 의미를 어렴풋이 알 것 같다. 자랑은 아니지만 나는 연애 횟수가 적다. 두 손으로 셀 수 있을 정도. 그렇다고 길게 연애를 했던 것도 아니고. 우연치 않게 스물일곱에 좋은 여자를 만나 지금까지 잘 살고 있다. 삼 년간의 동거는 내 생활양식과 생각을 바꾸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나는 여자친구를 만나 좋은 쪽으로 성장했고 사랑과 행복에 대해 알게 됐다. 


연대하다란 여럿이 무엇을 함께하는 걸 뜻한다. 사람은 혼자 살 수 없다. 때문에 사람은 사람을 만나야 한다. 이왕 만날 거 좋은 사람을 만나자. 우리는 자의든 타의든 간에 다른 사람을 만날 수밖에 없는 사회에 살고 있다. 사람은 여러 가지 삶을 살아가기에 사회에 잘 적응하는 사람과 무난하게 지내는 평범한 사람, 그리고 사람을 불편해하는 사람도 있다. 나는 후자에 가까웠다. 사람이 많은 곳에 있지만 사람을 싫어하는 사람. 나는 혼자가 편하고 좋았다. 그래서 혼자서도 잘 살줄 알았다. 아니, 잘 살진 못하더라도 무난하게 살줄 알았다. 그런데 나이들수록 혼자라는 상태가 고독과 외로움을 크게 안겨주더라. 그제야 느꼈다. 나는 사람이 불편하다 말했지만 그 누구보다 사람을 원한다는 것을.


여자를 만났다.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꼈다. 정신적, 육체적으로, 물질적으로 사랑을 받았다.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감정들을 받았고, 이내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아아, 나는 사람 없이 살아갈 수 없구나. 나는 사랑받고 싶다. 그리고 사랑하고 싶다. 내가 이렇게 큰 사랑을 느끼고 받았기에 다른 사람을 사랑해 줄 수 있다. 그리고 사랑을 모르는 사람에 알려주고 싶다. 사랑한다는 것은, 연대한다는 것은 정말로 좋은 일이고 행복하다란 것을. 



어렵다. 유시민 선생님께선 독자를 위해 쉽게 써주셨겠지만 잘 읽히지 않는다. 어려운 문장이 있었는가? 하면 아니다. 분명 무난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는데 고역이었다. 한 장 한 장 넘기는 게 힘들었다. 결국 이주라는 긴 시간이 지나서야 책을 덮을 수 있었다. 읽는 속도는 나름 빠르다고 생각했는데 어째서 오래 걸렸을까? 하니 모든 문장이 내게 물음을 던진다. 어떻게 살아갈 거야? 어떻게 죽을 거야? 네가 정말로 좋아하는 게 뭐야? 네 삶의 의미, 초목표는 무엇이니? 시도 때도 없이 들어오는 삶에 대한 질문에 나는 진저리가 났다. 답이 나오지 않아 책을 넘기지 못했고, 답을 찾기 위해 책을 덮었다.



우리는 대체 왜 사는 걸까? 어째서 이렇게 힘들게 아등바등 사는 걸까? 언젠가 올지도 안 올지도 모르는 미래의 행복을 위해 사는 걸까? 그렇다면 '현재', '오늘', '지금'은 중요하지 않는 걸까? 유시민 선생님께선 "오늘을 즐겨라, 지금의 오늘과 1년 뒤의 오늘이 다를까? 같은 하루다. 그러니 즐길 수 있을 때 즐겨라." 말씀하신 적이 있다. 내일은 과연 오늘보다 값어치가 있는 시간일까? 아니다.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은 같은 하루일 뿐이다. 고로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기보단 즐겨야 한다. 



나와 같이 방황하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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