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할 때 글쓰기
"응, 엄마 잘 지내고 있지. 괜찮아. 어디 안 아프니까 걱정하지말구."
"괜찮다, 너나 몸 관리 잘 해라. 어디 아픈 곳은 없지?"
"저도 괜찮아요……."
'괜찮다.', '괜찮다.', '괜찮다…….'
우리는 항상 거짓말을 달고 산다. 소중한 사람들에게 걱정을 끼치지 않기 위해 선의의 거짓말을 한다. 아프고 힘들고 괴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티 내지 않고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몸만큼은 솔직하다. 몸은 절대로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몸은 아프면 아프다고 신호를 보내고 표현한다. 처음의 신호를 무시한 채 무리하면 몸은 더 격렬히 소리친다. '나 힘들어, 쉬고 싶어. 제발 좀 쉬게 해줘!' 시큰시큰 간헐적으로 오던 통증이 잦아진다. 고통 역시 커진다. 시큰시큰에서 아릿아릿으로, 아릿아릿에서 다시 욱신욱신. 가끔 몸살 약을 먹으며 몸을 속이지만 잠깐의 거짓말은 더 큰 화를 부른다. 얼마 전의 내가 그랬다.
스물일곱부터 사진을 배웠다. 사진은 찍는 게 반이고 보정이 반이다. 찍고 보정하고……. 그것만 했으면 괜찮았을 것 같은데, 늦은 나이 배운 게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이 부끄러워 퇴근 후 의자에 앉아 하염없이 책을 읽고, 글을 쓰길 반복했다. 사회 돌아가는 걸 몰라 신문을 구독했고, 전문 지식이 부족해 전공서적을 읽고, 생각하는 힘이 부족하다 느껴 인문학을 공부했다. 지식이 내 머리에 찰랑찰랑 찰 때마다 뿌듯함을 느끼는 동시에 육체적 고통을 느꼈다.
스크……. 잠자는 6시간을 제외하면 항상 앉은 채로 생활했다. 말 그대로 앉은뱅이였다. 그렇다고 내가 몸에 좋은 자세, '바른 자세'로 앉아있던 것도 아니다. 의자에 오랜 시간 앉아있는 게 불편하면 머리는 목받이에 기대고 엉덩이는 의자 끝에 걸쳐 극단적인 자세를 취하거나 의자 위에서 양반다리를 하거나 무릎 꿇고 앉는 등 몸에 안 좋은 자세는 다 취했다. 몸에 좋지 않을수록 편하다. 몸에 좋은 건 불편하다. 인간의 몸은 참 아이러니하다.
그렇게 삼 년의 시간이 지났다. 안 좋은 자세는 이미 습관으로 자리 잡았고, 스트레칭으로도 풀리지 않더라. 덕분에 목 디스크와 허리 디스크를 얻었다. 물론 초기라 심한 편은 아니었다. 그래서 가끔씩 욱신거리는 통증을 무시하고 내 할 일 했다. 지금 당장은 건강보단 지식이, 나란 사람의 계발이 중요했기에. 근데 착각이었다. 가장 중요한 건 건강이다. 디스크를 방치한 채 작업하던 어느 날, 나는 갑자기 경추에 극심한 통증을 느끼고 이내 쓰러졌다. 움직일 수가 없었다. 고개는 돌아가지 않고 숨 쉬는 것조차 버거웠다. 그냥 그대로 침대로 기어가 누웠다. 눕는 것도 불편했지만 서거나 앉는 건 아예 할 수 없었다.
며칠 동안 한의원을 갔지만 뚜렷한 차도가 보이지 않았다. 침을 맞으면 아주 잠깐은 괜찮아졌는데…… 이제는 잠깐의 약발조차 듣지 않더라. 여유 생길 때 병원 가야지라고 생각만 했었는데, 그때 갈 걸 그랬다. 나는 참 그렇다. 무엇이든 지나고 나서 후회한다. 사랑도 건강도, 그 외의 모든 것들도. 시간이 너무 늦어 병원에 갈 수 없었다. 그냥 몸살 약과 수면제를 먹고 누웠다. 평소 새벽 한두 시에 자던 내가 오랜만에 군인이 됐다. 다음 날 아침, 쾌차까진 아니지만 생각보다 개운하게 일어났다. 살짝 뻐근하지만 고개도 돌릴 수 있고 통증도 거의 없어졌다.
혹시나 싶어 재활치료하는 친구에 물어보니 디스크보단 몸의 휴식시간이 없어서 그런 것 같다는 이야길 하더라. 점심에 스케일링 예약이 있어 치과를 찾아갔는데 그곳에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하더라. 잇몸이 많이 부었다. 근래에 잠이 부족하진 않은지, 힘든 일은 없는지 물어보더라. 아……. 나 참 많이 빡세게 살았구나. 일하고 퇴근하고, 다시 집안일하고, 신문을 읽고, 게임을 하고, 스트레칭을 하고, 책을 읽고, 공부를 했다. 하루 24시간이 부족하게 느껴질 정도로 과하게 살았기에 지금 큰 고통을 받고 있다. 이틀 동안 잠만 자고 나니 거짓말처럼 괜찮아졌다.
몸은 정말로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아니 못하는구나…….
슬슬 건강에 대해 생각 할 나이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