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할 때 글쓰기
2021년 11월 29일 08시 19분, 전화가 왔다.
발신자는 몇 년 동안 뵙지 않았던 아버지.
해가 지날 때 간단한 안부 문자를
제외하곤 연락하지 않던 우리.
부재중 전화에 적혀있는 아버지의 이름.
해가 지나지 않았음에도 연락이 왔다는 것이 이상했다.
묘하게 이상한 촉 때문에 전화를 걸기 싫었다.
뭔가 지금 전화를 받는다면
왠지 안 좋은 소식을 들을 것만 같아서…….
마음은 받고 싶지 않았지만, 개명했을 때의 다짐을 떠올린다.
언제 어디서든 절대로 도망가지 않는다.
심호흡 한 번하고 다시 전화를 건다.
또르르르르, 또르르르… 또르르르륵..
핸드폰 너머로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린다.
심장이 두근거린다. 뭐지? 대체 왜 연락을 한 거지?
"아들, 잘 살고 있냐?"
술에 한껏 취한 톤의 목소리.
"나는 우리 아들이 살고 있는지 죽었는지 궁금해서 한 번 전화해 봤다."
아버지께 자주 연락드리지 않았다.
애초에 파탄 난 가정이었고, 부서진 걸 굳이 합치고 싶지 않았다.
"아들, 내가 못한 거 미안한데 딴 건 다 필요 없고, 하나만 물어보자. 열심히 살고 있냐?"
두서없는 말이지만 뜻밖의 물음에 웃음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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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저보고 열심히 사냐고 물어보셨잖아요?
길게 말하진 않았지만 저 진짜 열심히 살고 있어요.
삼 년 동안 단 하루도 안 쉬고 일했고,
퇴근하고도 쉬지 않고 공부했어요.
집에 돌아오면 바로 집안일부터 시작해요.
청소기 돌리고, 고양이들 똥간이랑 물간 갈아주고,
저녁도 최대한 인스턴트를 피해서 차려먹어요.
샤워하고 스트레칭도 하고 신문도 읽고 글도 쓰고 있어요.
또 인문학을 비롯해 다양한 장르의 책도 읽고 있어요.
어릴 때처럼 하루 종일 게임만 하면서 살지 않아요.
저 진짜 쉬지 않고 열심히, 떳떳하게 돈 벌면서 살고 있어요.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그러니까 잘 했다고 칭찬 한 번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