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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아무개 Jan 31. 2022

자의와 타의, 노력의 방향

심심할 때 글쓰기


"대충 살고 싶다고? 마인드 너무 좋은데?"


"뭔 개소리야? 대충 사는 게 어떻게 좋아?"


"아니, 준용아 생각해 봐. 대충사는 사람이 대충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할까? 아니야. 대충 살고 싶다는 생각은 열심히 산 사람밖에 못 해."


#


꽤나 치열하게 살았다. 굴곡진 내 인생, 평균보다 깨나 밑에 있는 나를 올리기 위해 아등바등 노력했다. 학교가 끝나면 공연 연습을 하고, 이후엔 동아리 활동을, 사람들이 침대에 누울 시간엔 술집에서 서빙을 했고 약간의 쪽잠을 잔 뒤 공장을 나갔다. 또래에 비해선 정말 악착같이 살았다. 악착같이 산 삶에 대해 후회는 없다. 어릴 적 고생 좀 하면서 견문이 넓어질 수 있고 이 모든 건 내 성장의 발판이라 생각했다.


다만 요즘 의문이 하나 든다. 방향에 대한 의문, 정확히 표현하자면 내 시간과 돈 그리고 몸과 마음을 바쳐하는 지금의 행동들이 옳은 방향일까? 혹시나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면 어쩌지 하는 불안함. 과거의 내가 그랬고 지금의 내가 그렇다. 스물다섯, 갑자기 생긴 오천만 원이라는 빚 때문에 나는 당장 큰돈이 필요했다. 나를 지켜줄 보호자는 없었기에 미친 듯이 일만 했다. 누군가 어떻게 살아라 제시해 주지 않았고, 내 스스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생각해 본 적도 없었다. 남들처럼 학교를 졸업하고 취업하는 걸 당연한 정답처럼 따라가려 했다. 다만 빚 때문에 학업과 알바를 병행해야 했다.


문제가 하나 있다. 나는 단단한 사람이 아니었다. 처음 며칠은 참고 버틸 수 있었지만 자는 시간을 쪼개고 또 쪼개며 일을 늘렸지만 빚은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말 그대로 요지부동, 생활비는 생활비대로 나가고 사치를 부리지 않았는데 돈이 줄줄 세더라. 나는 돈을 모으는 방법도 몰랐고, 쓰는 방법 또한 몰랐다. 그렇게 허공에 삽질을 하고 있단 생각이 강해질 무렵 결국 나는 도피를 택했다. 물론 지금은 적당하게 살고 있다. 오천이나 됐던 빚도 이제는 천정도 남았으니까.


그런데 지금 돌이켜보면 무조건 달리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었다. 삼 년 동안 뼈빠지게 알바만 했지만 남은 게 없다. 만약에 당시에 투자를 알았더라면, 처음엔 조금 벌이가 안 되더라도 기술을 배웠더라면? 이런 식으로 과거를 계속 후회하고 있다. 물론 지금까지 해온 힘든 경험 덕에 조금은 사는 법을 익힌 것 같다만 서도……. 슬픈 현실이지만 열심히 노력해서 살았다고 잘 살았다고 할 수 없다. 물론 스스로가 만족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경우지만 나 같은 사람들, 어떠한 목적 없이 달리기만 했던 사람은 남은 게 없어 후회한다.


2022년 작년과 마찬가지로 혹은 이전의 과거처럼 여러 가지 목표를 세웠다. 그중에 한 개, 1일 1포스팅. 네이버 블로그에 양질의 글을 하루에 한 개씩 올리는 것인데……. 처음엔 할만했다. 널린 게 소재다 보니 글감이 문제 된 적은 없었다. 오히려 초반엔 머릿속에 떠다니는 생각이 너무 많아 한 달 치의 글을 미리 쓸 정도였다. 다만 시간이 갈수록 다듬는 게 힘들더라. 특히 셋째 주가 지났을 때 초안을 수정하는 게 귀찮고 이쁜 사진을 찍는 것도 귀찮았다. 1월은 어떻게 버텼지만 남은 11개월을 버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목부터 머리까지 지끈거렸다. 나 지금 행복한가? 아닌데…….


그래서 하루 일포스팅은 1월을 기점으로 그만두기로 했다. 애초에 양질의 글을 매일 쓴다는 것 자체가 나에겐 너무나 큰 목표였고 기록을 위한 글쓰기가 블로그를 위한 글쓰기로 바뀌는 것, 주객전도가 되는 게 싫어 그만두기로 했다. 내 의지로 무언가 할 때는 기분이 좋다. 행하고 결과를 보며 성취감을 느끼고, 반복되는 과정을 통해 스스로가 성장함을 느낄 때 비로소 잘 살았다는 기분이 든다. 반대로 타인의 명령을 받았을 땐 그렇지 못하다. 좋아하는 일이더라도 즐겁지가 않다. 근데 지금 내가 하는 글쓰기는 타인이 시키는 게 아니라 내 스스로가 시킨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하지 않은 건 더 이상 재미없는 글쓰기를 억지로 붙잡고 있기 때문일 테지. 타의가 아닌 자의로 살고 싶다.




1일 1포스팅은 1월까지만.

고생한 나 자신에게 토닥토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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