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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아무개 Feb 14. 2022

혐오 사회 혹은 혐오 시대

"죽으면 편하려나?" - 사천의 선인 中

자살 : 스스로 자, 죽일 살. 스스로 자기의 목숨을 끊음. 며칠 전 스포츠 선수와 유명 스트리머의 자살 소식을 듣고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과연 자살만이 합리적인 선택이었을까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얼마나 힘들었으면 스스로 자기를 죽였을까라는 생각에 안타까웠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었을 테지만 당사자들이 말한 직접적인 이유는 '악플'이었다. 

유명 스트리머의 경우 스트리머에게 달린 악플의 충격 때문에 어머님께서 먼저 그녀의 곁을 떠났고, 어머님의 부재와 반복되는 악플들로 그녀는 자신의 삶마저 거두었다. 원인은 악플이지만 빌미를 제공한 건 몇몇 사이버 렉카 유튜버의 선동이었다. 어느 백만 구독자의 저격. 백만 유튜버는 사회 이슈를 다루고 팩트와 자신의 생각을 교묘하게 끼워 넣어 사람을 선동하는데 도가 튼 사람이다. 나는 이런 유형의 '사이버 렉카'를 좋아하지 않는다. 항상 자극적이고 편파적인 것만 다루는 것도 문제지만 아무 생각 없이 보는 사람들은 그대로 선동되기 때문에. 자극에 길들여진 사람들은 더 큰 자극을 원한다. 진실을 중요하지 않다.

나는 타인의 가십거리로 돈을 버는 사람들을 순수 악인이라 생각한다. 그들은 그 스트리머가 페미니스트라고 말하며 저격 영상을 올렸다. 그녀가 페미니스트인지 아닌지는 아무도 모른다. 심지어 당사자가 페미니스트가 아니라고 해명하고 사과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영상을 짜집고 편집하고 몇 가지의 해석을 곁들여 페미니스트로 만들었다. 이제 막 날기 시작했던 스트리머는 그대로 날개가 찢긴 채 하늘로 돌아갔다. 대부분의 대형 커뮤니티에선 사이버렉카의 영상에 동조하며 그녀를 미친 듯이 욕했다. 단순히 싫다부터 시작해서 그러니까 몸 팔고 다니지 같은 저급한 말까지. 가끔 눈팅하던 웃대에서도 그런 반응이었으니 다른 남초 커뮤니티는 오죽할까? 

그녀가 페미니스트로 몰린 건 '여초 단어'를 사용한 이유다. 신기한 일이다. 말 끝에 붙는 ~노 같은 일베 용어 사용은 허용되지만 오조오억 같은 여초단어는 사용이 안 된다. 마치 금서를 읽는 것처럼 사람을 탄압한다. 일베나 디시에서 파생된 용어는 하하호호 웃으면서 사용하지만 여초에서 나오는 용어는 칼같이 검열한다. 

촌철살인 : 날카로운 경구로 상대편의 급소를 찌른다. 참으로 '촌철살인'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상황이다. 아니다, 한 번 찌른 게 아니라 여러 번 후벼팠으니 촌철살인이 아닌가? 스트리머를 극단적 선택으로 몰고 간 사이버 렉카는 기존의 저격 영상을 지우고 11분짜리 사과 영상을 올렸다. 1분짜리 사과와 14분짜리의 변명. 심지어 영상의 제목은 죄송합니다가 아니라 관련 영상입니다라며 올렸다. 내용은 "나도 했지만 너희만큼 심하진 않았고, 솔직히 다 나 때문은 아니잖아? 너희들도 같이 했잖아."가 주를 이뤘다. 사과문보단 변명문에 어울릴 법한 내용이다. 

타인을 매도하고 선동하고 밑바닥으로 끌어내리는 걸 업으로 삼는 사람 때문에 무고한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놓는 현실이 참으로 개탄스러울 뿐이다. 나는 그런 의미로 김희철 씨와 아이유씨를 비롯해 유명인들이 악플러를 고소하는 걸 지지하고 응원한다. 고소당한 사람을 보면 한두 번 악플을 써서 고소 먹지 않는다. 최소 수십, 수백 번의 댓글을 달았으며 글로 쓰기에 다소 수위가 높은 말들만 지껄였다. 사이버렉카든 익명을 방패 삼아 인신공격을 하는 사람이든 똑같다. 


경상도와 전라도, 남자와 여자, 젊은이와 노인. 우리 사회는 언제나 네 편 내 편을 만들어 갈라 치기를 하고 있다. 우리는 언제까지 서로를 미워해야만 할까? 대체 왜 그렇게 미워하지 못해서 안달난 걸까? 어느 누가 죽어야 끝나는 걸까? 혐오의 끝은 있을까? 나는 서로를 헐뜯고 미워해야만 하는 이 세상이 너무나 무섭다. 그리고 정말 정말 싫다. 혐오와 비난으로 가득한 세상이 싫다.  

타인의 가십거리를 양분 삼아 살아가는 사람들이 없어지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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