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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아무개 Aug 03. 2022

#4. 여러분 미안합니다.

백수일기


비록 200만 원일지라도 떳떳하게 받는 퇴직금을 선택한다고 말씀드렸다. 그렇게 끝내려 했으나 억울한 감정이 복받쳐 올라왔다. 나는 정말 열심히 일했는데, 촬영이 끝나면 작업을 하고, 작업도 빨리 끝나면 대청소도 하고, 진상 손님도 최대한 내가 커버했는데……. 3년이란 시간을 그곳에 헌신했는데 이렇게 돌아오는 게 너무 억울했다. 그래서 여러 가지 방법을 찾아봤다. 



노무사와 변호사 사무소를 찾아가려다 조금 부담스러워 네이버 익스퍼트를 이용했다. 우선 퇴직금이라 노무사와 먼저 연락을 했고 내 사정을 가감 없이 말했다. 3년간 스튜디오에서 일했고, 2년이 넘었을 때 실장님께서 다운 계약서를 작성하자고 하셨다. 이때 이익과 불이익에 대해선 말씀하시지 않았고 해주면 고맙다는 말에 알겠다고 말씀드렸다. (물론 이 부분은 내 잘못이다.) 며칠 전 퇴직을 했는데 위 같은 이유로 퇴직금이 500이 아니라 200밖에 못 주겠다고 하시더라.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할까요?라고 여쭤봤는데 



노무사께선 소급한 후 세금 정정 신고를 하면 만사 해결된다고 하셨다. 애초에 잘못 신고된 세금이니 지금이라도 다시 신고하면 된다. 다만 금액이 바뀌는 만큼 세금을 더 내야 할 수 있는 점은 감안해야 하고 그렇게 된다면 퇴직금도 그대로 받을 수 있다고 하셨다. 만족할 만한 답변이 이었다. 



때마침 실장님께 전화가 왔다. 세금신고를 잘못했다면 정정 신고가 가능하니까 정정 신고를 부탁드린다고 말씀드렸다. 그런데 실장님은 뜻밖의 대답을 하셨다. 세금은 한 번 신고되면 절대로 취소가 안 된단다……. 나 방금 노무사랑 상담까지 받고 온 건데 이게 무슨 말일까? 아니, 애초에 자진으로 탈세 신고를 할 수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이게 무슨 소리일까? 이때부터 실장님도 머리를 계속 쓰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오롯이 자기를 위해서. 결국 난 실장님께 노무사와 상담했던 내용을 말씀드렸더니 실장님은 자신의 세무사와 통화 후 연락을 주신다고 하셨다. 그렇게 15분 정도 지났을까? 다시 전화가 왔다. 



실장님께선 가능하지만 너무나도 복잡한 일이라고 하셨다. 너무 옛날부터 다운 계약서로 신고를 했고, 다시 세금신고를 하면 세무사한테도 돈이 들어간다, 또 그렇게 되면 너나 나나 국가에 200만 원 정도 세금을 더 뱉어야 하는데 아깝지 않으냐? 너는 당장 낼 수 있는 돈이 있을 수 있겠지만 우리는 너무 힘들다. 세무사도 그러더라. 왜 그렇게 일을 복잡하게 하는지 이해를 못 하겠다고. 그냥 퇴직금 200 안 받고 실업급여 900 받는 게 이득이 아니냐고? 왜 그렇게 어렵게 사는지 이해를 못 한다고 하더라. 



사실 그렇다. 퇴직금 200에 세금신고를 다시 할 경우 퇴직금이 500으로 늘어나지만 세금으로 300을 더 내야 한다. 고로 내가 받는 돈은 그대로 200이다. 다만 스튜디오 측은 세금 300 + 퇴직금 200 총 500의 돈을 내야 한다. 혹여나 나 이외에 이전 사람들도 다운 계약서로 신고했을 경우 그 금액은 더 클 것이다. 물론 내가 아는 것만 세 명이니……. 이렇게 해도 저렇게 해도 내가 받는 돈이 200이고 누군가 아파한다면 그냥 눈 딱 감고, 잠깐만 양심이란 걸 다른 곳에 두고 실업급여를 받아야만 하는 걸까? 전화를 끊고 오랜 시간 고민했다. 



오랜 시간 고민하고 싶었지만 잠시 후 실장님께 전화가 왔다. 솔직히 받고 싶지 않았다. 촉이란 게 있지 않는가? 뭔가 또 이상한 말과 좋지 않은 소식을 꺼낼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들었다. 스튜디오에선 이미 내 퇴사사유를 자진 퇴사가 아니라 계약만료로 처리했다고 한다. 그러니 실업급여를 빨리 신청하지 않으면 못 받을 수 있다고 하더라. 나는… 더 이상의 선택지가 없었다.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실업급여를 받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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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들한테 사과를 먼저 해야겠습니다. 사실 최저임금, 주휴수당과 퇴직금은 당연히 받아야 하는 돈입니다. 노동자의 권리이고 무엇보다 국가에서 지정한 법이니까요. 그런데 저는 스튜디오가 힘들다는 말을 곧이곧대로 듣고, 어차피 실업 급여가 나온다는 생각에 퇴직금을 받지 않았습니다. 부당한 상황이지만 저는 노동청에 신고하지 않았습니다. 죄송합니다. 제가 먼저 노동청에 신고해야 이런 일들이 조금이나마 줄어들 텐데, 이런 개 같은 경우를 없애야 하는 게 먼저 태어난 사람의 몫인데 전 그러지 못했습니다. 



이런 부조리한 상황을 그냥 넘어갔습니다. 백 번 천 번 죄송합니다. 너무도 죄송합니다. 마음 같아선 신고하고 퇴직금까지 받을까 싶었지만 그렇게 하면 이 사람들과의 마지막은 개싸움이 될 것 같아 그러지 못했습니다. 저는 따지지 않았고, 결국 제 권리를 포기했습니다. 직원들의 임금을 제대로 챙겨주지 못하는 회사는 응당 없어져야 맞지만 제가 그 스튜디오가 유지하는데 큰 도움을 줬습니다. 다시 한번 죄송합니다. 


지금껏 오랫동안 같이 일한 사람을 신고할 수도 없었습니다. 당연히 받아야 할 제 권리를 스스로 포기해서 죄송합니다. 제가 저지른 행동은 제 자신만 손해 보는 게 아니었습니다. 저를 포함해 앞으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해가 되는 행동이고 더 나아가 사회를 좀 먹는 행동이었습니다. 사람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힘써야 하는 게 어른의 역할인데 비겁한 어른이 돼서 죄송합니다. 여러분 정말 죄송합니다. 어머니 죄송합니다. 그렇게 열심히 키워주셨는데 저는 비겁하고 떳떳하지 못한 어른이 됐습니다. 머저리 같은 놈이라 정말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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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엑스퍼트라고 소액을 지불하고 약간의 시간 동안 상담을 받을 수 있는 곳이다. 

나처럼 사무소를 직접 찾아가기 부담스러운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나는 첫 이용 쿠폰을 받아 노무사와 변호사에게 30분에 만 원으로 좋은 상담을 받았다.

*바이럴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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