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트리올/알바니
나는 늘 경계선에 있는 사람들이 마음에 쓰였다. 한국의 문화와 언어를 가진 미국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과거의 나라 국적을 가진 채 외국에 태어나 살아가는 사람들과 같이 가느다란 선위에서 양팔을 벌린 채 줄 곧 따라 걸으며 한쪽으로 넘어질까 조심스러운 사람들에게 관심이 많았다. 그리고 내가 그 경계선에 있다고 믿었다.
몬트리올에서는 보통 오전 10시에 뉴욕행 열차가 출발한다. 기나긴 줄을 지나 큰 건물 안에 있는 역의 지하에서 출발하는 열차에 몸을 깊숙이 던져놓는다. 뜨거운 태양이 광활한 벌판에 나를 감싸는 것이 부끄러워 얼굴을 내리며, 곧 국경을 건넌다.
우리 국경의 밤은 저 혼자 시름없이 어두워졌겠지만, 이곳의 국경은 하루 종일 맑다.
국경을 섣부르게 건너가니, 익숙하면서도 익숙하지 않은 산과 물이 흐른다. 하지만, 암트랙이 꼽은 10대 절경이라는 몬트리올 뉴욕 구간은 이방인에게 마치 저 멀리 있는 떨어질 듯 떨어지지 않는 흔들바위처럼 위태로워 보였다.
어느 구간이 이었을까, 작은아씨들에서 볼 수 있는 검은색 원피스와 하얀색 두건을 머리에 올려 쓴 여인들이 열차에 올라탄다. 20세기의 대표적인 테크놀로지와 19세기의 아미쉬 의복 사이 경계에서 나는 아마도 답답함을 느꼈나 보다. 나는 어느샌가 그 길로 맨해튼까지 내달리고 싶었다.
그렇게 경계선을 지나 앞만 보고 달리고 싶었다. 달리고 달려오니, 문득 그 국경의 뜨거웠던 오후와 아미쉬 여인들이 떠올랐다.
경계선을 십분 벗어났다고 생각하였는데, 그곳에 그대로였다.
나는 멀리 나아갔다고 생각했는데, 퍽이나 그대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