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3

-쌩뻬쩨르부르크

by June


나는 변절하였는가.


에어비앤비의 장점은 호텔에서 느낄 수 없는 그 도시의 주거공간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안락하게 리모델링한 집안과는 다르게 200년 동안 한 번도 리모델링한 것 같지 않은 계단에 노출되어있는 수많은 전기선처럼 나를 흔들어 놓은 것은 옆 건물에 있던 대한제국의 공사관과 그 3층에 있던 이범진 공사와 그의 아들 이위종.


이범진 공사는 망국의 슬픔으로 자결하며, 그의 아들 이위종은 헤이그 특사로 파견되어 이준을 묻고, 항일운동 후 러시아에서 적색 군대의 장교로 가담하였다. 일본국이 된 조선땅을 밟지 않았다.


대한제국의 공사관을 지나 운하를 따라 겨울궁전으로 걷다가 우연히 일본 영사관을 발견하여 다시 한번 목을 놓고 하늘을 바라보았다. 이범진 공사와 그의 아들 이위종은 겨울궁전과 그 지척에 있는 일본 공사관을 보며 좌절하였으리라. 하지만, 그들은 그들이 믿는 것을 지키기 위해 계속 나아갔다.


겨울궁전의 화려함에 다다르니, 드 넓은 궁전광장은 눈에 가득 차지 않았다. 힘없이 쓰러져간 피의 일요일의 러시아 민중들은 그 광장이 아름다웠을까. 목숨보다 소중한 신념을 지켰기에 그것이 간절하였기에 그 광장은 당당했으리라.


나는 20대의 신념을 지키지 못한 나의 삶이 당당하지도, 계속 나아가지도 못하였다.


시인은 남의 나라 육첩방에서 아침을 기다리고, 자신에게 손을 내밀어 악수를 하지만,

나는 부끄럽고, 또 부끄럽고, 또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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