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ooNu Mar 01. 2022

남편이 살 빼랍디다.

(정성들여 쓴 글이 아니고, 쏟아놓고 싶은 감정을 표출할 곳이 없어 주절주절 두서없이 적은 매우 개인적인 글-불평불만 입니다)


출산한  이제 160 넘었습니다. 산후조리원에서 출산  몸무게로 돌아갔다가 집에 돌아와 육퇴하고 신나게 (?) 먹고 마셔줬더니, 갑자기 살을 빼랍디다. BMI 지수까지 찍어보고 비만이라고 말해주면서. 아이고 친절도 하여라.


“그래, 너 잘났다. 이 멸치남아” 라는 말이 목젖까지 차올랐는데, 그렇게 말하는 순간 살찐 내 몸뚱이가 더 수치스러워질 것만 같아서 어금니로 저녁 대신 씹어 삼켰습니다.


살찐 건 내 잘못이지만은 그래도 굳이 그렇게 과학적, 사실적으로, 그것도 남편이 말하니 거참 기분이 더럽디 더러우면서도, 도무지 부끄러워서 어지러웠습니다.

어쨌든 남편이 꼴도 보기 싫은 건 확실해서 하루 종일 이쪽저쪽 남편 외면하며 피해 다녔는데, 육퇴하고 침대에 벌러덩 누워있는 나에게 사과를 합디다. 같이 건강을 챙기자는 의미로 좋게 말하려고 했는데, 말이 나쁘게(?) 나왔다면서.


이러나저러나, 미운 말이나 고운 말이나 듣기 싫은 말이 살 빼라는 말 아닙니까? 그것도 남편한테.


으이그, 자존심 상하고, 창피스러워서 원.


축축한 남편의 사과에 건조한 말투로 알겠다고 대강 대답하고 누워있는데, 내 자신이 뚱뚱하다고 맨날 투덜대다가 결국 남편한테까지 한 소리 듣고도 쳐(강한 표현 양해 바랍니다) 누워있는 것이 소름 끼치게 한심해서 갑자기 뛰고 왔습니다.


뛰고 나니 아구 턱에서 침이 펑펑 솟구치고, 오랜만에 입 안에서 철봉 맛도 나고요. 뒷목에 바람이 닿으면 서늘하니 땀도 살짝 났나 봅니다. 막상 한바탕 뛰어 내지르니 나쁘지만은 않습니다.


절대 매일 뛰겠다는 얘기가 아닙니다. 그냥 오늘 하도 기가 막혀서 어쩌다 뛰었다는 얘기지요.


남편의 잔소리는 정말 안 좋은 타이밍이었습니다. 이틀 전에 아들이 다른 사람이 자신을 사랑해주길 바라기 전에 자기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보면서, “그래, 나도 나 자신을 더 아끼고 사랑해야지.”라고 마음먹었습니다. 지금 나를 아끼고 사랑하는 방법이 무엇일까. 라고 생각하면서 “건강한 몸을 되찾아주자! 입에 아무거나 넣어주지 말자!”라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오늘 아침 나의 몸무게를 듣더니 정색하며 살 좀 빼라고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공부하려고 했는데, 공부하라고 하면 하기 싫은 것이 인지상정이거늘!


누구 탓을 하겠습니까. 먹고 마신 내 잘못이지요.

그래도요. 남편 분들, 아니 아내 분들도. 그런 말은 마세요. 본인들도 알고 있습니다. 그냥 “묵묵히” 응원해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살 빼라, 운동해라, 그만 먹어라.”라는 말을 다른 사람들한테 듣는 것은 기분은 나빠도 무슨 상관이냐며 흘려들을 수 있지만은, 정말 세상에 단 한 사람, 남편, 아내한테 만큼은 듣고 싶지 않은 말이지 않습니까.


나는 남편한테 그런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

“나는 너 친구 아니고, 여자다.”


모르겠습니다. 오늘 너무 부끄러운 날입니다.


엄마들 화이팅
말랐을 때를 보면서 말라가자



매거진의 이전글 결혼, 제발 아무도 하지 마세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