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병 1m 거리에서
나는 복도식 아파트에 살고 있다.
주소지는 서울시지만
여기가 서울인가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드는 동네.
강남 3구 아니고,
학군지도 아니고,
지하철 도보 10분도 아닌 그런 동네.
그럼에도 작은 천이 있고 산도 있어
'산책할까' 라는 권유가 잘 어울리는 동네.
없을 것 빼고는 그래도 다 있는 동네.
서울의 중심지를 조금 벗어난 곳에 있는 이 오래된 아파트는
같이 사는 친구와 여러모로 기운을 모아 마련한 첫 집이다.
첫 집이니까.
우리는 한도 내에서 인테리어에 공을 들였다. 비록 외벽은 낡았을지언정 알맹이는 새 것인 이 집에서
둘레길도 가고, 등산도 가고, 어디도 가고 등 '해야지'라는 희망찬 의욕이 가득차 있었다.
그 중 뭐 하나 해보지도 못했는데 이사 후 일주일 만인가, 해맑던 '해야지'는 '어떡하지'로 바뀌었다.
불행은 정말 예고없이 뒤에서 찾아온다는 말을 살면서 처음으로 실감했다.
옆 집에 조현병 환자 분이 살고 계셨다.
물론, 우리에게 미리 이야기 해 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