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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이상 May 24. 2023

내가 할 수 있었던 건

조현병 1m 거리에서⑦ 게시물로 호소했다

옆집 사람은 우리를 죽여버릴거라고 소리쳤다.

옆집 사람은 우리가 자신을 죽이려고 가스를 보낸다고 말했다.

새벽 3시에 경찰이 왔다 갔다.


지난 밤의 일을 요약해보니, 세 줄 정도면 충분했다.

저 간단한 세 줄이 나를 몹시 심란하게 만들었다.

'또 그러면?'에서 시작해서 '더 심해지면?'에서 '불이라도 내면?', '더 큰일이라도 한다면?'으로 생각이 이어졌다. 


저 분은 범죄자가 절대 아니지만, 조현병이라는 단어와 내가 겪은 일들을 검색해보면 있어서는 안될 일들이 주루룩 보였다. 대부분 사회면 기사였다. 유사한 경험을 한 사람의 게시물을 보면 그들은 다 이사했다. 환자를 피해서.


이사를 한다고 쳐도 당장 이 집이 팔릴 것도 아니거니와 그 기간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날지를 생각하며 출근을 했고 출근하는 동안 내가 회사를 간 동안 집에 혼자 있는 친구를 해꼬지라도 하는 건 아닌지로 생각이 이어졌다. 이렇게 해서는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가 없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러니까, 별일이 없기를 기도하며 불안해하며 살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암담했다.

이사 외에는 내가 할 수 있는 것도 없었다. 무력했다.

그 사람이 나에게 직접적인 위해를 가하기 전에는 공무원도, 경찰도 별다른 개입을 할 수 없다는 것도 유사 후기를 보며 짐작했다. 가령 칼을 휘두른다던가 하는 일이 있어야 개입을 할 수 있다니. 돌아버릴 것 같았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무조건 도와달라고 하는 것 밖에 없었다.

이게 될지 안될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은 지자체와 경찰에게 지금 상황이 위험할 수도 있다고 알리는 것 밖에 없었다. 도와줄지 어떨지는 모를 일이지만.


퇴근하고 집에와 구청 게시판과, 경찰청 홈페이지의 신문고 형식 게시판에 글을 썼다.

내가 겪은 일들, 사회면 기사들과 함께 혹시 모르니 부디 조치를 바란다고.


다음 날인가. 인근 파출소에서 전화가 왔다. 

접수가 되었다고. 그런데 그 분도 알고보면 불쌍한 분이며, 이런 일 있으면 그냥 파출소로 연락달라고. 

상급기관에 글을 써 곤란한 모양이던데 내가 더 곤란했으므로 와보기나 해달라고 했다.


다음으로 지역 보건소에서 전화가 왔다.

지역 내 정신건강을 담당하는 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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