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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이상 Aug 06. 2023

돌아올지도, 안돌아올지도

조현병 1m 거리에서⑩ 어떻게 되가는 걸까

그렇게 현관문이 뜯겨지고, 그 분은 손이 묶인채 실려가셨다.


방으로 돌아와 핸드폰을 열었더니 카카오톡 입주민 단체 채팅방에 읽지 않은 빨간 알람이 100여개쯤 보였다.

이 사달들을 생중계하며 무슨 일인지 궁금하다는 말들, 너무 무섭다는 말들 그리고 저 사람이 실려가는 지금 상황이 잘 되었다는 말들이 대부분이었다.


심야의 고성도, 그 이상한 기행들도 아무런 관심도 없다가 이제사 다행이고 잘되었다는 모르는 사람들의 말들을 보니 어쩐지 괘씸했다. 아무도 도와준 적도, 도와주려고 한 적도 없으면서 라는 옹졸한 생각이 들었다.


채팅방의 글을 쭉 읽다보니 몇 분은 옆집 사람에게 호되게 당한 모양이다.

엘리베이터에서 눈을 마주쳤더니 발로 차였다던가, 집까지 따라오려고 했다던가 하는 그런 일들.

섬뜩하지만 좀 재수없었다 하고 피하면 그만이었던 일들.


바로 1m거리에서 피할 수 없었던 나는 

겪지 않아도 될 일을 겪으며 우선은 저분의 부재를 만들긴 했다.


심란해하고 있던 와중에 지금은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 돌아가겠다고 말하던 경찰 두 분이 집으로 오셨고

간단하게 진술서를 써달라고 해서 써줬다. 그러니까, 이렇게 밖에 할 수 없었다, 문을 뜯어 진입할 수 밖에 없을 정도로 사건들이 있었다를 써달라고 해서 써줬다. 상세하게.


몇 가치의 담배를 피며 이제 뭐 어떻게 되는 건가 고민했다.

당장 저 사람의 위협에서 완전한 해방은 아닐거라고 짐작은 하고 있었다. 


경찰의 주도로 집행할 수 있는 강제입원은 최장 3일. 그 뒤 담당 의사의 심의를 거쳐 병원에 행정입원할 수 있는 기간은 최초 3개월부터 지속적인 심의를 통해 최초 행정입원 이후 6개월씩, 최장 1년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저 행정입원까지 갈 수 있기를 바랄 뿐이었다.


마침, 지구대가 아닌 상급 경찰서에서 전화가 왔다.

치료받고 돌아오시면 괜찮아지실테니 걱정마시라는 이야기였다. 며칠 약 먹으면 괜찮아진다고.

코로나나 감기 이야기하는 줄 알았다. 강제입원 이야기를 하니 자기는 잘 모른다고 하며 끊었다.


지역 보건소로 전화를 했다.

경찰이 이렇게 이야기 하더라, 나는 행정입원 여부가 궁금하다고 물었다. 아마 행정입원이 될 것 같은 심각한 상태라고 했다. 다만, 행정입원 여부 등은 개인정보라 전해주기 어렵다고 들었다. 전화를 끊었다.


두 번의 전화를 끊고 나니,

결론은 저 사람이 언제 돌아올지 모른다는 것이었다.


끌려가며 우리 집 호수를 외치며 가만히 두지 않겠다고 하던 그 사람이 돌아올지, 안돌아올지 나는 모르는 상태로 진이 빠진 하루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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