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준이상 Aug 25. 2023

그 날 이후, 아직은

조현병 1m 거리에서 ⑪ 흠칫 놀랄 때는 있지만

사달이 난지 2년 남짓 지났다.

여름이 끝날 무렵 그 사달이 났고, 지금 여름의 말미니까. 그 정도의 시간이 지났다.


사건 직후에 지역 정신건강센터를 통해 결국 행정입원이 된 것 까지는 확인했다.

그 뒤로는 그 아주머니가 퇴원을 했는지, 어디를 갔는지, 돌아오는지 모른다.

물어봐도 알려주지 않았다. 개인정보니까 당연하겠지. 내 일상의 평화는 공무원들과는 또 무관하니까.


수시로 흠칫 놀라긴 한다. 지금도.

어딘가 소리가 나면, 모르는 사람이 집 앞을 지나가면

길가다 비슷한 실루엣을 보면 마음 한 구석이 콩닥대며 긴장한다.


아, 아주머니가 사라지고 현관문에 씨씨티비를 달았다. 요긴하고 유용하다.

문 앞을 지나는 사람을 어느 정도 식별할 수 있다.


비슷한 체형을 가진 아주머니들이 지나는 것을 확인할 때면 역시나 흠칫 놀란다.

혹시 돌아오는게 아닐까 하고. 다행히 오늘까지는 돌아오지 않았다.

씨씨티비를 확인하는 것이 습관이 되었고, 지자체 공개 문서를 보며 행정입원이라는 단어를 주기적으로 검색하는 것도 패턴이 되었다.


물론, 이런다고 그 사람이 돌아오지말라는 법은 없다. 그냥 의식이자 주문이다.

부디, 서로 평화롭게 그 분과 내가 만나지 않기를 바라는 손짓, 몸짓이다.


2년 남짓 되는 시간 동안에 그 아주머니의 아들로 추측되는 분이 수시로 다녀갔다.

그 분이 등장하기 전 저 아들이 혼자 오래살았다고 부동산 사람들에게 들었는데, 제발 다시돌아와 혼자 오래살기를 바랬지만 늘 찰나를 머무르다 갔다. 이유는 아직 잘 모르겠다.


그러던 저 아들분이 며칠 전부터 인테리어를 시작했다. 문이 뜯겼던 그 집에 인부들이 다녀가고 가을 무렵에 인테리어 공사가 끝난다는 안내문도 문 앞에 붙여놓았더라. 


뭘까?


1개월이라는 인테리어 기간은 도배, 장판을 하는 수준보다는 더 품을 들인다는 것인데.

바램대로 들어와서 오래사는 것일까?


아니면, 그 아주머니와 아들이 합가하여 같이 사는 것일까? 같이 살 수 없는 지경이라고 들었는데.(부동산 아주머니들은 정말 말을 많이 한다. 안해도 되는 말을)


아니면, 그 아주머니가 돌아오니 정성들여 준비하는 것일까?


이런 생각들을 떠올리며 결론은 그 아들 이라는 사람 빼고는 나는 알 수가 없다.

그저 같이 사는 친구와 추측하고 바라고만 있다. 그 아드님이 홀로(혹은 결혼해서) 들어온다고.


왜냐하면, 그 분이 가진 병의 특성상 정상적으로 집을 쓰실 수가 없을테니까

벽지나 장판, 싱크대를 심지어 화장실도 정상적으로 사용하는 분이 아니라고 경찰에게 들었는데 굳이 인테리어를 할까라는 생각.


집안의 모든 아주머니의 흔적들. 예를 들면 실체없는 가스를 막기 위한 바구니, 이불을 포함하여 티비까지 버리는 것을 보면 그 분을 위한 준비는 아니지 않을까 라는 생각.


이 생각들도, 지금쓰는 이 글도 주문이자 바램이다.

흠칫 놀랐지만 그래도 부재로 인해 평화로웠던 2년이 주문과 바램대로 완전한 평화로 자리잡기를 빌어본다.


9월 말이면 시원해지겠지. 이 상황도 내 마음도.  



매거진의 이전글 돌아올지도, 안돌아올지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