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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emma Han Dec 06. 2021

돈 버는 방법 | 3. 솔루션을 판다

3년차 이상이라면 모두 가능한 것

여러분 안녕하세요 :)

오늘은 돈 버는 방법, 세번째이자 마지막 이야기입니다.


1. 시간을 팔기


저는 대학교 4학년 때, 일본 웹사이트의 번역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습니다.

총 3명의 인원이 웹사이트에 올라온 모든 일본어 후기를 한 달 반이라는 짧은 시간 내에 번역을 했어야 했는데요.

고객 게시판에 올라온 후기를 모조리 번역해야 했기에 한 달 반은 벅찬 일정으로 보였습니다.


이때 번역을 의뢰한 업체에서 사용한 전략은 이거였습니다.


'너희가 각자 번역한 분량만큼 페이를 주겠다'


번역한 분량만큼 페이를 주는 것은 당연한 말같아 보입니다.

문제는 한정된 번역 분량을 3명이 나눠서 해야한다는 점이었죠.


아르바이트 A, B, C 에게 미리 분량을 할당해 주는 것이 아니라,

최소 할당량만 채우면 그 다음부터는 "너희가 한 만큼 각자 가져가는 것"이라는 룰이 적용되었습니다.


웹사이트 번역이었기에 각자 재택으로 진행했고,

번역이 완료된 페이지는 팀장이 실시간으로 아르바이트들에게 알려주는 식이었습니다.


처음에는 하루에 기본 할당량만 채우자는 심정이었습니다.

그리고 번역의 난이도가 높지 않다보니 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1개의 후기를 번역하는데 처음에는 10분 정도 걸렸지만 용어가 익숙해지다보니 걸리는 시간이 점점 줄어들었고, 하루에 1~2시간만 쏟아도 회사측에서 요구한 1일 기본 할당량은 충분히 채울 수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셋 중 한 명이 기본 할당량의 두 배를 하루만에 해치우는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이를 본 나머지 두 명은 마음이 급해집니다.

파이(번역해야 하는 전체 분량)는 정해져있고,

각자가 가진 자원은 오직 시간 뿐.

셋의 보이지 않는 치킨게임이 시작된 거죠.


시간이 돈이다라는 생각이 들자, 밥도 먹지 않고 심지어 잠까지 안자면서 번역을 하고 있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시간과 노력이라는 건 대학생이던 제가 가장 희생하기 쉬운 자원이었으니까요.

서로의 활약(?)에 자극을 받은 3명의 아르바이트는 앞서거니 뒷서거니 그날의 분량을 오버해서 채워갔습니다.


주말 아침, 쉬엄쉬엄하라는 언니의 말에 눈이 퀭해진 제가 뒤돌아 보며 대답한 것이 기억납니다.


"언니. 인형 눈 붙이는 일이랑 이게 다를 게 뭘까..."


결국 이 번역 프로젝트는 기한을 한참 앞두고 한 달도 되지 않아 끝이 났습니다.


큰 번역 스킬이 필요없는 난이도가 낮은 번역.

오직 시간과 체력만이 경쟁력이었던 3명의 아르바이트는


결국 허무하게도 비슷한 분량을 번역했고 비슷한 페이를 가져갔습니다.

이때 알게 된 공식은 이거였습니다.



시간 = 돈



그리고 깨달았습니다.

시간과 돈을 바꾸는 것이 처음에는 얼마나 쉽고 만만해 보이는지,

그리고, 시간과 노력만이 경쟁력이라면 장기적으로 일하는 사람, 노동자가 얼마나 피폐해질 수 있는지도요.


Thought Catalog@thoughtcatalog


2. 시간과 경험을 함께 팔기


제가 좋아하는 유튜버 중 한 분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프리랜서가 돈 버는 방법은 둘 중 하나다. 첫번째는 대행이고, 두번째는 솔루션이다.


맞아요. 프리랜서의 일을 거칠게 분류해 보면 대행이 주를 이룹니다.


프리랜서, 하면 떠오르는 번역 일도 내가 가지고 있는 외국어 스킬을 통해 발주하는 사람들의 노력과 시간을 덜어주는 '대행업'이라고 할 수 있겠고요.

디자인이나 기획과 같은 창의의 영역도 외주의 탈을 쓰면 대행인 것이죠.


지난 시간에 이야기한 '시간을 팔아 돈을 번다'는 것도 '경험을 팔아 돈을 번다'는 것도 개념적으로는 대행에 가까울 것입니다.


저 역시 프리랜서로 커리어를 시작하면서 정말이지 다양한 일을 경험해 보았습니다.

그 일들을 가만히 회고해 보니, 제 시간과 경험을 녹여서 대행한 일들이 대부분이더라고요.



예를 들어 책의 교정과 교열의 경우, 텍스트를 멀리서도 보고 가까이서도 볼 수 있는 회사생활에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저자 분들에게 제 시간을 써서 도움을 드린 대행업이었고요.


커리큘럼을 만들고 강의를 촬영, 편집해 본 경험과 함께 한 달이라는 시간을 들였던 비대면 강의 컨설팅도 비슷했습니다.

비대면 강의가 처음인 대기업 임원분이 의뢰하신 대행업이었죠.



이외의 다양한 일들을 포함해서 살펴 보니,  결국 제가 돈을 벌었던 방법은 이런 공식으로 수렴이 되더라고요.


시간 + 경험 = 돈




제가 가진 시간에 제가 가진 경험을 더하니 돈이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눈치 빠르신 분들은 아셨을 거예요.

직장인도 결국 시간과 경험을 들여 돈을 번다는 사실을요.


그리고 프리랜서가 이 공식만을 사용하다보면, 매일 같은 이야기만 하는 왕년의 스타처럼 지루해질 겁니다.

과거의 것만 레버리지해서는 한계가 있고, 이러한 비즈니스 모델의 커리어 수명은 짧을 수밖에 없지요.


@gauravdsb


3. 솔루션, 솔루션, 솔루션


한 달 전쯤, 메일을 하나 받았습니다.

제게 메일을 준 B님은 전공과 관련해 커리어를 이어나가고 싶은데, 몇 가지 이슈로 인해 고민이라며 제게 컨설팅을 의뢰해 왔습니다.


제 블로그나 크몽 플랫폼을 통해서 커리어 컨설팅 의뢰가 오곤 합니다.

글만 보고 신뢰를 주시니 감사할 따름이지요.


대부분의 경우 제 전 직장 경력이나 현재의 프리랜서 생활, 또는 제 전공과 관련된 이야기들을 듣고 싶어 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B님이 주신 메일 역시 저와 나누고 싶은 여러가지 이슈들이 담겨있었는데요.

읽어내려갈수록 컨설팅의 적임자가 제가 아닌 것 같았습니다.

정중하게 고사할까 하다가, 솔직해지기로 했습니다.


제가 드릴 수 있는 가치와 드릴 수 없는 것들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했습니다.

대략 다섯 건 정도의 항목에 대한 컨설팅과 코칭을 의뢰하셨지만, 제가 가능한 것은 그 중 3건 정도가 되며,

아마 제 다른 역량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도 보인다, 만약 원하시면 스케줄을 잡겠다고 말씀 드렸죠.


B님은 제 메일에 흔쾌히 OK를 주셨고, 속전속결 코칭비를 입금했습니다.

그리고 2주 후 줌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B님과의 컨설팅 역시, 90분이라는 시간과 제 커리어 경험이 주 재료였습니다.

시간과 경험이라는 자원이 없었다면 나눌 수 없는 이야기였을 겁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조금 달랐습니다.

미팅 전에 주고 받은 몇 통의 이메일은, B님의 간절함을 느끼기에 충분했습니다.

그저 그런 충고가 아닌, 해결책에 가까운 가치를 주고싶다는 마음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B님이 생각하지 못한 키워드로 채용 공고를 살펴보기도 하고,

직장에서 함께 일했던 동료들에게 연락해서, B님이 그들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부분이 있는지도 체크했습니다.


그리고 프리랜서로 일했던 저의 1년 반을 떠올리며 괜찮았던 시도들이나 효과가 있었던 공부들도 정리해보았습니다.

이쯤하니 해결책에 가까운 가치, B님 만을 위한 솔루션이 조금씩 고개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다행히 제가 가져간 솔루션이 쓸모가 있었던 건지,

B님과의 줌 미팅 다음날 이런 피드백 메일을 받았습니다.




이 메일을 받고나니 컨설팅비 받은 것에서 딱 2배의 더 가치를 드리자! 했던 결심이

그제서야 빨갛게 열매를 맺은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회사에서 나온 직후였다면 이렇게 비용을 받으며 이런 내용의 컨설팅을 할 수 있었을까?


제 대답은 NO였습니다. 그때의 저였다면 하지 못했을 이야기였을 거예요.

12년이라는 시간을 들여 직장생활에서 얻은 경험.

그 바탕에 1년 반 동안 프리랜서로 지내며 꾸준히 배운 것들이 만나니 생각지도 못한 결과물이 만들어 집니다. 바로 솔루션이라는 이름의 타인의 문제를 해결해 주는 일이었습니다.


(시간+경험) X 배움 = 솔루션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이 커리어의 어느 단계에 계시는지 저는 알지 못합니다.


사회 초년생일수도 있고, 과장 승진을 목전에 두고 계실수도 있습니다.

직장인일 수도 있고, 프리랜서일 수도 있고 전업으로 살림을 하고 계실 수도 있을 겁니다.


어떤 형태로 일을 하시건, 경력이 얼마나 되셨건 간에

세 편의 글을 통해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이겁니다.



내 시간과 경험을 통해 다른 사람의 문제를 해결해 주는 일


이 일이 얼마나 가치있고 행복한 일인지,

과거의 경험, 여기에 영원히 고갈될 걱정 없는 '배움'이라는 연료만 있다면

은퇴 없이 오랫동안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사실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 해결책의 형태는

블로그에 올리는 글이 될 수도 있고 전자책이 될 수도 있고

유튜브 영상이 될 수도 있고 제가 하고 있는 1:1 컨설팅 또는 코칭이 될 수도 있습니다.


어떤 형태로든, 좋습니다.

시간을 들여 쌓고 있는 나만의 경험.

그 위에 배움을 입혀서 다른 사람을 돕는 해결책으로 만들어 보세요.


그리고 그 해결책을 꼭 세상에 자랑해 주세요.

생산하지 않으면 소비자에게 닿지 않습니다!


오늘도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돈 버는 방법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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