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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emma Han Dec 04. 2021

돈 버는 방법 | 2. 경험을 판다

우리 모두 할 수 있는 것

지난 글에서는 돈버는 방법 첫번째, <시간을 판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https://brunch.co.kr/@june7hyun/39


시간을 팔아 돈을 버는 것에 한끗을 더해야 한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이 한끗은 글의 마지막에 말씀드리기로 하고, 돈을 버는 다음 레벨에 대해 먼저 풀어가 보겠습니다.


시간을 파는 것의 다음 레벨.

제목에서 보셨듯이 <경험을 파는 것>입니다.


James Cousins@jamescousins1972



한밤 중의 각성이 만들어낸 기회


10년 정도의 커리어를 쌓은 대부분의 직장인이 느끼겠지만, 그 10년이라는 시간은 정말 무시무시한 속도로 지나갑니다.


연초, 1년 간의 개발계획을 세운 것이 엊그제같은데 송년회에 앉아있는 저를 발견하는 식이죠.


일을 하고, 그에 맞는 월급을 받고, 개인적인 경조사를 몇 번 겪고나니  10년의 시간이 지났고 저는 30대 후반이 되어있었습니다.


또 그렇듯 새해가 시작되고 몇 주가 지난 어느날, 아이를 재운 후 불을 끄고 물끄러미 아이 얼굴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이 아이도 몇 년 후면 학교에 가고, (본인이 원하면) 대학에도 가고, 언젠가 커리어를 쌓아 나갈텐데.

이런저런 상념 끝에 아이가 커리어를 시작할 때 내가 어떤 본보기를 보여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너도 나처럼 그저 착실하게 회사에 돈을 벌어다 주고, 그 대가로 10%정도를 떼어받는 삶을 산다면 좋겠어.

라고 할 부모는 없을 겁니다.


사람보다 근면한 로봇이 일자리를 대체하게 될 미래에 단순한 근면함이 어떤 미덕을 가질지도 미지수이고요.




저는 제가 하는 일을 꽤 좋아했습니다. 교육이라는 키워드로 타인의 성장을 돕고 있었고, 디자인이라는 키워드로 창의성의 영역을 자극할 수 있는 일이었거든요.


하지만 주도성과 자율성 부분에서는 적어도 아이가 본받을만한 것을 가지고 있지 않았습니다.

지금 나를 품어주고 있는 회사 밖에서도 나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

지금 나의 일에 도전이나 챌린지가 있을까.


커리어 뿐만 아니라 삶의 주체성을 회복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근근히 회사 눈치 봐가며 잘리지 않으면 땡큐, 인 커리어를 아이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 컴컴한 방에서 아이폰을 켜고 원티드앱에 접속했습니다.

'교육'이라는 키워드로 제일 먼저 보이는 회사에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두시간쯤 지났을까, 지원을 완료하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잠에 들었죠.


며칠 후, 제가 지원한 회사 - 우아한 형제들 - 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기쁨의 크기만큼 의아함의 크기가 다가왔습니다.

분명 5년차를 뽑는다고 했는데, 분명 사내교육 경험이 있는 사람을 뽑는다고 했는데. 

두 가지 모두 저는 해당사항이 없었습니다.


단순히 업무가 끌려서 무턱대고 지원서를 쓴 저도 참 저지만,

이런 저를 보자고 하는 그곳의 패기(?)에 궁금함이 일었습니다.


며칠 후, 회사 연차를 내고 면접장으로 향했고, 40분 예정이라던 면접은 70분이 지나서야 끝이 났습니다.


@ britt gaiser




내가 궁금한 사람들


위에 썼듯, 저는 면접장으로 향하면서 여러가지 미달? 초과? 사유에도 불구하고 저를 보고자 한 실무자들이 너무 궁금했습니다.

내가 내민 여러가지 카드 중에 어떤 카드가 마음에 들었을까 했던 것이죠.


직장에서 수행했던 일의 성과?


대학원 전공?


자소설을 보고 궁금함이 생김?


면접이 시작된지 10분쯤 지나자, 실무자들의 마음에 든 카드가 드러났습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면접 몇 달 전에 발표했던 학회 논문이었습니다.


학회 때도 들을 수 없었던 논문에 대한 피드백을 들으며 (참 꼼꼼히도 읽고 오셨더라고요)

아, 이 팀장님은 내 전공과 논문에 관심이 있는 것이구나! 하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저를 정말 실무에 바로 투입하려는 사람이라면 이전 직장에서 수행했던 프로젝트의 내용이나,

입사 시 맡게 될 업무에 어떻게 내 장점을 연결시킬 수 있을지를 물었을 텐데, 그런 질문은 전혀 오가지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실망감도 들었죠.


그런데요.

면접시간이 지날수록 '이 사람들은 내 전공이 궁금했구나' 에서 '이 사람들은 내가 궁금하구나'로 생각이 바뀌어 가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10년 넘게 몸담은 회사에서는 업무에 필요한 것 이외의 제 역량에 대해 궁금해하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제게 오는 건 비용과 시간을 맞출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었고, 그 질문에 적당한 퍼포먼스로 화답하면 되었습니다.


그런데, 회사 자아가 아닌 다른 저를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나타난 것입니다.

논문 이야기, 대학원 프로젝트 이야기, 자기계발 이야기, 틈틈히 했던 대학강의 이야기..

나중에 정신을 차려보니 제가 UX강의를 하고 있더라고요.

(효과적인 커리어 교육을 뒷받침할 수 있는 직장 내 환경, 교육 시간과 텀과 같은 교육 시스템 설계에 대한 이야기만 30분 넘게 한 것 같습니다)


나의 경험을 궁금해하는 사람들.

나의 경험을 통해 본인들의 고민을 해결해보고 싶은 사람들,

지금 돌아보니 내가 앞으로 만나게 될 미래의 고객을 처음으로 눈 앞에 마주했던 70분이었습니다.


면접이 시작된지 10분 만에 2차 면접에는 가지 못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던 저는 

면접을 마치고 집에 오는 지하철에서 곧 지금 회사에서 퇴사하게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작년 2월의 일입니다.



Patrick@patuphotos


현미경과 망원경

어쩌면 무모한 결정이었는지도 모릅니다.

나를 궁금해하던 눈빛들, 그리고 이런 눈빛에 제가 열정적이 되던 그 순간을 믿고 독립을 했으니까요.


독립 후 처음 몇 달 간, 저의 10년 간의 경험을 갈무리해서 비즈니스가 될만한 것을 전부 뽑아냈습니다.

비즈니스의 안경을 끼고 하나하나 쓸만한 것을 골라내고 가공하다 보니, 

그저 시간과 돈을 맞바꾼 줄 알았던 저의 커리어에서 빛나는 것들이 발견되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글에서 시간을 파는 경험이 정말 소중하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절대적인 시간 (저처럼 꼭 10년이 아니어도 됩니다) 이 퇴적되어야 만들어지는 가치도 있더라고요.


이 가치는 업무에 대한 스킬이 될 수도 있고 통찰이 될 수도 있습니다.

때로는 업무에서 받은 상처나 고민이 가치가 될 수도 있지요.


엑셀 하수가 회사에서 망신을 당하고는 단기간에 엑셀 고수가 된 노하우를 파는 크리에이터들을 보면 아실 거예요.


시간을 팔며 돈과 함께 나도 모르게 얻은 이 가치. 저는 경험이라고 부릅니다.

시간을 팔며 돈을 벌고 있는 여러분들은 이미 미래의 자원을 만들어내고 계신 거예요.


그리고 이 자원은 보물을 캐내는 마음으로 대하지 않으면 결코 발견되지 않습니다.


미래에 시선을 둔채 나의 경험에 값을 매기고 과거로부터 현재까지 쌓아 온 나의 경험을 솎아내는 것,

망원경과 현미경이 함께 필요한 즐거운 작업입니다.


자 그렇다면 경험을 팔아 돈으로 만드는 것에 어떤 유익이 있을까요?


아주 많은 유익이 있지만 차차 나누기로 하고, 가장 간단하고 명료한 한 가지만 말씀 드릴게요.


덜 일하고 더 법니다.



내 경험을 잘 세공하여 콘텐츠로, 컨설팅으로, 솔루션으로 만들어 판매하는 것은 시간을 돈으로 바꾸는 것보다 부가가치가 훨씬 큽니다.


이 콘텐츠 자산은 주식이나 비트코인처럼 손실 위험이 있는 것도 아니고요.

회사가 아닌 나에게 돈이 전부! 들어옵니다.

심지어 제 경험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기도 하지요.


마지막으로, 내 경험으로 만든 콘텐츠 자산인데,

스스로 분화하고 발전해서 다시 나에게 새로운 경험과 기회를 가져다 주기도 합니다.

(이게 제일 신기!)



시간을 파는 일과 경험을 파는 일은 딱 잘라 나누기 힘듭니다.

서로 묘하게 교집합을 가지고 있어요.


오해하지 마셨으면 하는 것이,

경험을 팔아 돈을 버는 것 = 회사를 그만 두고 프리랜서로 일하는 것

이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정말 실속있는 돈 버는 방법은, 이 두 가지를 동시에 하는 것입니다.

매일 똑같아보이는 직장생활도 경험 자산의 관점으로 보면 분명히 달리 보일 거예요.


제가 제일 아쉬워하는 점도 바로 이것입니다.

직장생활에서 얻은 스킬과 통찰, 고민을 대부분 그저 흘려보낸 것이요.



이야기가 길어졌지만, 지난 글에서 말씀드린 <시간을 팔아 돈을 벌고 있는 사람에게 필요한 한끗> 이 바로 이겁니다.


커리어를 기록하기




나의 기록에 통찰이 더해지면 새로운 기회가 나타납니다.

블로그도 좋고 전자책은 더 좋습니다.

내 커리어는 확장성도 없고, 시장도 좁다! 라고 생각할 수록 더욱 기록하고 통찰해야 합니다.


지난 직장생활을 기록하지 못하고 허투루 흘려보낸 저는 프리랜서라는 새로운 커리어에서는 이 점을 놓치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많은 것을 기록하고 공부하고 통찰하려고 노력합니다. (그 증거가 이 블로그이기도 하죠)


그러니 여러분, 내 일에 현미경과 망원경을 들이대 보세요.

매일의 커리어를 기록하고 분기별로 셀프 회고해 봅시다.

여기에 많은 것을 지속적으로 읽고 공부하며 내 일과 연결해 보는 겁니다.


이 한끗이 <경험을 파는 것>의 씨앗이 되어줄 거예요.


제가 경험을 통해 돈을 버는 내용은 앞으로 자주! 블로그에 공개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래야 경험을 팔아 돈을 벌 수 있다! 는 것이 거짓말이 되지 않을 테니까요.


짧게 끝내려했지만 역시 간결한 게 가장 어렵습니다. ㅎㅎ

긴 글이 되었지만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오늘 글을 읽으시며 궁금하신 것이 있다면,

beyourownboss.kr@gmail.com

으로 나눠주세요. :)


저는 이 뒤에 이어질 글 하나를 더 준비하고 있겠습니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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