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생각의 틈

낙타와 사자, 그리고 어린아이

나는 누구 여긴 어디

by Gemma Han
“사람은 세 가지 변화를 겪는다.
처음에는 낙타가 되고, 다음에는 사자가 되며, 마침내 어린아이가 된다.”
프리드리히 니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니체는 위와 같이 인간 정신이 변화하는 과정을 낙타, 사자, 어린아이로 설명합니다.

개인적으로 최근 이 이야기를 접하고 무릎을 탁 쳤던 경험이 있는데요. 여러분도 개인의 커리어나 조직의 성장에 빗대어 낙타, 사자, 어린아이의 비유를 읽어 보시면 흥미로울 듯 합니다.


인간 정신의 첫번째 단계인 낙타는 <순응과 인내의 단계>입니다.

기존의 가치, 전통, 사회적 규범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견디는 정신 상태를 의미하죠. 이 단계의 인간은 순종적이며, 사회나 종교, 도덕이 강요하는 가치들을 짊어지고 묵묵히 버텨내는 모습을 갖습니다. 희생과 인내, 책임감을 중요하게 여기며, 고통을 감내하는 것이 미덕이라고 생각하죠. 이는 전통적인 도덕이나 사회적 규범에 의해 형성된 "좋은 인간"의 모습과 비슷합니다.

인내심을 가지고 주어진 짐을 기꺼이 받아 들이며 '해야 한다'라는 말에 순응합니다.


두번째 단계인 사자는 <반항과 해체의 단계>입니다.

낙타의 인내를 거부하고, 기존의 가치 체계에 의문을 던지며 반항하는 단계입니다. 사자로 변화한 자아는 더 이상 기존의 규범을 따르지 않으며, "너는 해야 한다"는 외부의 강요에 맞서 "나는 원한다"라고 외칩니다. 이 단계는 자기 결정권을 찾고, 기존의 가치로부터 자유를 쟁취하는 과정을 뜻합니다.

그러나 사자는 단순히 기존 가치를 부수는 역할만 할 뿐,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지는 않는다.


세번째 단계인 어린아이는 <창조와 새로운 가치 창출 단계>입니다.

어린아이는 ""라고 말하는 존재입니다. 사자가 기존의 가치를 부쉈다면, 어린아이는 완전히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단계입니다. 어린아이는 순수하고, 유희적이며, 스스로의 가치를 창조하는 존재죠. 어린아이 단계가 되면 더 이상 외부의 가치에 의존하지 않으며, 자신의 "나만의 길"을 만들어 나갑니다.

니체는 진정한 자유와 창조성은 어린아이와 같은 태도에서 나온다고 보았습니다.

낙타처럼 짐을 지지도 않고 사자처럼 파괴하지도 않습니다. 대신 순수한 창조자로서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 갑니다. 어린아이의 단계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정신은 자신의 의지를 원하고 자신의 세계를 획득합니다.


여러분은 지금 어느 단계를 지나고 있나요?


1.png @unsplash/wolfgang_hasselmann


�낙타 – 순응과 인내의 과정

낙타의 단계는 주어진 환경 속에서 배우고 익히는 시기입니다. 책임감과 인내를 바탕으로 내면의 힘을 기를 수 있는 귀한 시간이죠. 하지만 익숙함에 안주하면, 이것이 내 선택인지, 그저 흘러가는 것인지 구별이 어려워질 수도 있습니다.

내가 낙타의 단계라고 느껴진다면 다음과 같은 질문을 스스로 던져보시기를 바랍니다.

지금 내가 짊어지고 있는 짐은 무엇일까?

이 짐을 내려놓을 수 있다면, 나는 무엇을 하게 될까?

낙타의 과정에서 배우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2025-02-16 17 26 07.png @unsplash/Keyur Nandaniya


� 사자 – 거부와 반항의 과정

사자는 기존의 가치와 질서를 거부하는 존재입니다. “나는 원하지 않는다.”라고 외칠 수 있는 힘을 가지면서, 자신의 기준을 찾기 위해 기존의 틀을 깨부숩니다. 그러나 거부하는 것만으로 충분할까요? 때로는 무엇을 원하는지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부수는 것에만 집중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나는 이제 남들이 정해준 길을 따르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완전히 내 길을 찾았다고 확신할 수 없다면 이제는 나만의 기준을 더욱 선명하게 만들어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든다면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볼 수 있습니다.

나는 지금 무엇을 거부하고 싶은가?

기존의 질서에서 벗어난다고 해서 내가 원하는 것이 저절로 명확해지는 것은 아닐 수도 있다. 그렇다면 나는 무엇을 원하는가?

나의 ‘아니오’는 단순한 반항인가, 아니면 더 나은 자유를 위한 선택인가?


3.png @unsplash Artur Aldyrkhanov

�어린아이 – 창조와 긍정의 과정

어린아이는 기존의 가치를 넘어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존재입니다. 더 이상 과거를 부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것을 만들어가는 단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제는 “아니오”가 아니라 “예”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나는 지금 무언가를 창조하고 있다면 다음의 질문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내가 새롭게 창조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나는 지금 ‘예’라고 말하는 순간을 충분히 즐기고 있는가?

나의 창조적 흐름이 또 다른 익숙함이 되지는 않았을까?





위의 이야기를 제 커리어에 빗대어 보자면, 15년간 조직에서 일하며 주어진 질서 안에서 최선을 다했던 시간은 낙타의 시기였습니다. 30대 후반, 기존의 시스템을 거부하고 조직을 떠났을 때는 사자의 상태였죠. 시스템을 부수고 뒤집으며 자유를 손에 넣었습니다. 이후 몇 년간 새로운 창조의 과정 속에서 이제는 ‘예’라고 말할 수 있는 어린아이의 시기에 접어들어가고 있는 듯 합니다. 하지만.


나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여기까지만 보면 완전히 자유로운 어린아이로 남을 것만 같지만, 저는 어쩌면 또 다른 형태의 낙타가 되어가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수련하고 수행하는 것이 반복되며 낙타처럼 또 다른 의무와 관성의 짐을 만들어 짊어지게 되는 거죠. 이 역시 유익한 단계이기는 하지만 사자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언젠가 창조적 파괴가 필요할 겁니다.


삶의 어느 순간이든 우리는 변화의 흐름 속에 있습니다. 과거의 경험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듯이, 현재의 선택이 미래의 나를 형성할 것입니다.

낙타의 순응이 있었기에 사자의 반항이 가능했고, 사자의 해체가 있었기에 어린아이의 창조가 탄생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위에 밝혔듯, 어린아이의 창조조차 새로운 낙타의 짐이 되어 또 다른 순환을 시작할지도 모릅니다.


그렇기에 중요한 것은 특정한 단계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지금 내가 어디에 있는지를 자각하고, 그 흐름을 능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것 아닐까요?

낙타라면 무엇을 배우고 있는지, 사자라면 무엇을 해체하고 있는지, 어린아이라면 무엇을 창조하고 있는지를 스스로 묻고 답해보는 것.


우리는 어디에 있는가? 그리고 우리는 어디로 가고 싶은가?
그 질문에 대한 답이 우리를 다음 단계로 이끌어줄 것입니다.




<창업가인 당신을 위한 질문 - 우리는 어느 단계에 있습니까>

나는 지금 시장과 비즈니스의 질서를 배우고 있는가(낙타)?

나는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 나만의 길을 찾고 있는가(사자)?

나는 진정한 창조자로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고 있는가(어린아이)?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콘텍스트로 생각의 틈을 여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