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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생각의 틈

실패에도 의도를 담을 수 있다면

감독의 관점에서 회고하는 연습

by Gemma Han

30살 때 처음 야구를 좋아하기 시작했습니다.

회사 동료들과 함께 잠실구장에서 삼성과 두산의 경기를 본 것이 첫 직관의 기억입니다. 거대한 운동장에서 쉴 새 없이 움직이는 외야수들의 에너지란. 이후, 롯데 팬인 회사 친구와 참 자주 야구장에 다녔고 저도 롯데 팬이 되었습니다. (홍성흔 - 이대호 - 가르시아 때 입니다)

야구는 숫자의 스포츠라고 하죠. 타율, OPS(출루율+장타율), 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 등 수많은 데이터가 팀과 선수의 성과를 알려줍니다. 오늘 여러분과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승률'에 대해서입니다.


프로야구 감독의 성과를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 중 하나가 '승률 6할'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야구라는 스포츠에서 모든 경기를 이기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렇기에 한 시즌 동안 승률 6할을 유지하는 것은 곧, '우승 경쟁을 하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리그의 경쟁 수준, 경기 수, 그리고 팀 간 전력 차이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승률 6할 이상을 유지한다는 것은 장기 레이스에서 압도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KBO 리그에서는 승률 0.600(60%) 이상이면 정규시즌 우승 가능성이 높고, 0.630~0.660이면 안정적인 우승권으로 평가됩니다. 메이저리그(MLB)의 경우, 승률 0.550(55%) 이상이면 플레이오프 진출이 가능하고, 0.600 이상이면 지구 우승을 노릴 수 있는 수준입니다.

꾸준히 승률 6할을 유지하며 리그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야말로 유능한 감독의 능력을 증명하는 지표가 됩니다. 때문에 야구 경기에서 감독은 단기적인 승패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시즌 전체를 바라보며 흐름을 조정합니다. KBO기준 144번의 경기 중 대략 58번의 경기는 패배해도 괜찮다는 것입니다.

이는 인생에서도 중요한 태도입니다. 승률 6할의 개념은 패배가 곧 실패가 아님을 의미하며, 우리가 장기적인 안목을 가져야 함을 상기시켜 줍니다.


삶과 일을 대하는 우리는 어떤가요. 우리는 매 타석에서 안타를 치고 싶고, 매 이닝에서 삼진을 잡고 싶어하지만, 그것이 건강한 플레이 방식은 아닙니다. 승리를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패배가 동반됩니다. 때문에 실패를 최소화하는 것보다, 어떻게 실패를 활용할지를 고민하는 것이 더 중요할 수 있습니다.

이쯤 되면, 승률 6할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나머지 4할의 패배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활용할 것인지가 핵심이 될지도 모릅니다. 패배를 단순한 실수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이를 통해 더 나은 경기력을 준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실패한 날, 어떻게 회복하고 내일을 준비할 것인지, 패배 속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을지를 생각해 보는 것이 승리를 위한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4할의 패배를 어떻게 바라볼 수 있을까요?

mike-bowman-xKShyIiTNJk-unsplash.jpg unsplash/ Mike Bowman

간다 마사노리는 『스토리씽킹』에서 이야기의 구조를 설계하는 방법에 대해 강조합니다. 그는 "흥미로운 이야기에는 반드시 고난과 계곡이 존재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기승전결이 없는 스토리는 감동을 주지 못하며, 오히려 일정한 난관을 극복하는 과정이 있어야 더 큰 성취를 만들어낸다는 것이죠.

야구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든 경기를 이기려는 태도는 현실적이지 않으며, 오히려 장기적인 관점에서 반드시 실패를 경험해야 하는 순간들을 전략적으로 배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시 말해, 실패를 디자인할 수 있어야 합니다. 단순히 피하고 싶은 요소가 아니라, 더 강한 플레이어가 되기 위한 과정으로 바라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실패에 의도를 담는 것

응원하는 팀의 스코어가 기울고 있을 때, 저보다 더 야구를 좋아하는 남편은 '이제 내일 경기 준비해야겠네'라고 이야기하곤 합니다. 그리고 감독들도 이때부터 신인 투수와 야수를 기용하기 시작합니다.

이미 승부가 결정된 경기. 남은 이닝. 감독 그리고 팀이 테스트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감독들은 이 패배를 단순한 손실로 보지 않습니다. 오히려 젊은 선수들에게 중요한 경험을 제공하고, 시즌 후반을 대비한 실험을 하는 기회로 삼습니다. 이 과정이 반복될수록 팀은 더욱 견고해지고, 긴 시즌을 치를 준비가 되어 갑니다.

우리 삶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실패를 단순한 후퇴가 아니라, 성장의 일부로 받아들인다면, 실패 자체를 더 나은 미래를 위한 투자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야구에서든, 인생에서든, 승률 6할을 유지하는 것은 대단한 성과입니다. 하지만 나머지 4할의 패배를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전략이 없다면, 우리는 꾸준한 성장과 지속적인 승리를 기대할 수 없습니다.

인생이라는 매일의 경기를 마치 4번타자처럼 열심으로 뛰고 있는 우리지만, 긴 안목에서는 나라는 플레이어를 멀리서 지켜보는, 나아가 '실패마저 의도하고 있는' 감독의 안목을 가져보는 것이 필요하겠습니다.


여러분은 4할의 패배를 어떻게 디자인하고 계신가요?

실패를 맞이한 날, 다시 기꺼이 회복하고 반등하기 위해 어떤 플레이어를 기용하고 계신가요?



생각의 틈을 여는 질문

지금 내가 겪고 있는 실패는, 장기적인 스토리에서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요?

나는 현재 삶에서 플레이어로서만 존재하고 있지는 않은가요? 감독의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려면 어떤 방법이 필요할까요?

성공과 실패를 바라보는 나의 기준은 무엇인가요? 그 기준이 나를 자유롭게 하는가요, 아니면 제한하는가요?


스타트업 창업가를 위한 질문

현재 우리 팀의 '승률'은 무엇으로 평가할 수 있을까요? 어떤 지표가 가장 중요한가요?

단기적인 데이터에 일희일비하는 대신, 장기적인 성장을 위해 어떤 요소를 더 주목해야 할까요?

현재의 실패가 향후 성공을 위한 실험이 될 수 있도록, 우리는 실패를 어떻게 디자인하고 활용할 수 있을까요?


[관련 도서]

『스토리씽킹』 - 간다 마사노리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001949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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