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고등과 체크리스트, 그 사이

by Gemma Han

오늘은 일본 아트 분야에 진출하고자 하는 예술거래플랫폼 스타트업 대표와 코칭 세션이 있었다.

"대표님. 일본 시장 준비는 어떻게 하고 계세요?"

대표는 세계 여러 시장을 동시에 두드리고 있었다. 한국 작가 두세 명을 데리고 가고 싶다고 했다. 오프라인 갤러리에 들어가고 싶다고도 했다.

"대표님, 일본은 오프라인부터 시작하면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요"

나는 X(옛 트위터)를 추천했다. 일본에서는 X가 많이 쓰인다. 그리고 '신용'과 '세계관'을 중요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고 알고 있다.

"작가들의 스토리를 지금부터 쌓으세요. X 공식 계정을 만들어서 작가들 이야기를 하나씩 올리는 거예요. 그림만이 아니라"

대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대표님, 처음에는 읽는 사람도 없을 거고 좋아요도 안 늘 거예요. 그래도 계속하셔야 해요"


일본사람들은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안 건넌다, 라고들 한다. 진입 장벽은 높다. 하지만 한번 신용을 얻으면 쉽게 떠나지 않는 경향도 있다.

"상세 페이지는 일본 분에게 맡기세요.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서 번역만 맡기면 티가 나요. 폰트 하나까지 다 봅니다. 어색한 한국표현과 굴림체가 가득한 외국 사이트를 상상해 보세요"

"라인 계정, 일본 주소도 필요해요. 공유 오피스 주소라도 괜찮아요. 해외 주소만 있으면 신뢰받기 어려울 수 있어요"

"예산이 허락된다면 작게나마 내년 디자인 페스타에 부스를 내보세요. 작은 소책자나 잡지를 만들어서 나눠주는 것도 좋아요. 아무래도 손에 들고 읽는, 잡지 문화가 발달해 있으니까요"

대표는 계속 메모를 했다.

나는 이어서 우리나라의 크몽에 해당하는 클라우드웍스, 키요스미시라카와나 나카메구로의 갤러리 카페, 렌탈 갤러리 사이트들도 차례로 알려줬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말했다.


"근데 이게 다 시간이 걸려요. 사활을 걸고 들어가는 스타트업도 흑자 전환까지 2~3년은 보통이에요. 일본 시장은 2~3년은 반응이 없다고 보셔야 해요"


그리고 코칭 세션 말미의 회고 시간.

창업가는 웃으며 말했다.

"사실 좋은 말씀 많이 못들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오늘 코칭 때 긍정적인 말씀 감사합니다"

"...음? 대표님 저는 3년이라고 했는데요? 그게 긍정적으로 느껴지셨어요?"

"네! 저한테는 그렇게 들렸어요!"


보통은 한숨을 쉰다. "그렇게나요?"라며 포기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이 대표는 3년을 보고 '희망'을 찾았다.

창업은 신기하다. 같은 현실을 보고도 누군가는 벽을, 누군가는 문을 본다. 누군가에게 3년은 '너무 길다'지만, 누군가에게는 '준비할 시간'이다.

차이는 뭘까.

아마도 될거라고 믿는 마음, 그리고 적당한 긴장감이 아닐까 한다. 지금 당장의 성과가 아니라 2년 후, 3년 후를 그릴 수 있는 마음. 조급하지도 느슨하지도 않은, 적당한 긴장감.


X에 올린 글을 아무도 읽지 않아도, 좋아요가 늘지 않아도, 작가들의 스토리를 쌓아가겠다는 각오.

나는 멘토링을 하며 가끔 생각한다.

"쉽지 않아요" "시간이 걸려요" "비용도 만만치 않아요"

이런 말이 누군가에겐 경고등이고, 누군가에겐 체크리스트다.

결국 창업이란, 3년을 '겨우 3년'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들의 일이다.


긍정이란 '쉽다'고 착각하는 게 아니라, '어렵지만 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2년 후, 도쿄 어딘가의 갤러리 카페에서 한국 작가의 그림 앞에 선 사람들을 만날 수 있기를.



120.png @Klaudia Piaskowska


keyword
작가의 이전글What 없이 Why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