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at 없이 Why만으로

한 잔의 밀크쉐이크에도 이유는 있다

by Gemma Han

이 글은 실제 코칭 세션을 바탕으로 각색한 4부작 시리즈의 마지막 편입니다.

초기 스타트업이 반복하는 전형적 실수들과 그 해법을 공유합니다.




"저희는 AI 기반 식단 관리 앱입니다."

한 창업가가 코칭 세션에서 자신의 서비스를 소개했습니다.

"사진만 찍으면 칼로리가 자동으로 계산되고요, 영양소 분석도 해주고, 정보를 넣으면 맞춤 식단도 추천해줍니다."


제 옆에 앉아있던 코치님이 한 마디를 건넸습니다.

"좋네요. 그런데 사람들이 이 앱을 써야 하는 이유가 뭘까요? 건강 관리 앱은 이미 수백 개가 있는데요?"

"여기 장표 보시면 아시겠지만 X대 출신 엔지니어가 개발한 저희 알고리즘은 더 높은 정확성을 자랑합니다."

"좋군요. 그렇다면 이 앱을 선택해야 하는 이유는 뛰어난 알고리즘 때문인 건가요?"


침묵이 흘렀습니다.


What은 있지만 Why가 없다

대부분의 초기 창업가가 이 함정에 빠집니다. 정말 대 부 분입니다.

솔루션 페이지는 물론 경쟁사, 경쟁상황 장표에까지 우리의 뛰어난 제품, 서비스, 기능이 소개됩니다.

이렇게 자신의 제품이 '무엇(What)'인지는 명확히 말할 수 있지만, '왜(Why)' 필요한지는 설명하지 못합니다.


다시 들어보세요.

"저희는 AI 기반 식단 관리 앱입니다." (What)

"사진만 찍으면 칼로리가 자동으로 계산됩니다." (What)

"영양소 분석도 해주고, 맞춤 식단도 추천해줍니다." (What)


모두 '우리가 무엇을 하는가'에 대한 설명입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질문에는 답이 없습니다.

"그래서 내가 왜 이걸 써야 하는데?"


사람들은 기능을 사는 게 아닙니다. 기능이 해결해주는 '문제'를 삽니다.

아니, 더 정확히는: 사람들은 문제를 사는 게 아니라, 문제가 해결된 후의 '변화된 삶'을 삽니다.


사람들이 진짜 사는 것: Jobs to be Done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교수는 'Jobs to be Done' 이론을 제시했습니다.

고객은 제품을 사는 게 아니라, 어떤 'Job(할 일)'을 해결하기 위해 제품을 '고용'한다는 겁니다.

밀크셰이크를 예로 들어봅시다.

한 패스트푸드 체인이 밀크셰이크 판매를 늘리고 싶어 했습니다. 설문조사를 했죠.

"밀크셰이크를 어떻게 개선하면 좋을까요?"

더 달게? 덜 달게?

더 걸쭉하게? 더 묽게?

더 크게? 더 작게?


하지만 판매는 늘지 않았습니다. 이 질문들은 모두 What에 관한 것이었으니까요.

그래서 실제로 사람들이 언제, 왜 밀크셰이크를 사는지 관찰했습니다. Why를 찾기 시작한 겁니다.

놀랍게도 대부분의 밀크셰이크는 아침 출근길에 팔렸습니다. 그리고 구매자들은 혼자 차를 운전하는 사람들이었죠.


그들은 오전의 어른들이 밀크셰이크를 '고용'한 이유를 파헤치기 시작했습니다.

"지루한 출근길을 덜 지루하게 만들고, 점심때까지 배를 채워주는 것"

그들에게 중요한 건 맛이 아니었습니다. 빨대로 오래 빨아먹을 수 있어서 심심하지 않고, 걸쭉해서 한 손으로 운전하면서 먹기 편하고, 칼로리가 높아서 배가 오래 부른 것이었습니다.


밀크셰이크의 진짜 경쟁자는 더 많고 더 달콤한 다른 음료가 아니었습니다.

바나나, 베이글, 심지어 팟캐스트였습니다. 모두 "지루한 출근길"이라는 같은 Job을 해결하는 대안들이었으니까요.


What: 맛있는 밀크셰이크
Why: 지루한 시간을 견딜 수 있는 동반자


2025-11-25 21 33 12.png Pixzolo Photography


드릴을 사는 사람이 진짜 원하는 것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 시어도어 레빗의 유명한 말이 있습니다.

"People don't want to buy a quarter-inch drill. They want a quarter-inch hole." (사람들은 6mm 드릴을 사고 싶은 게 아니다. 6mm 구멍을 원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도 정확하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구멍도 원하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진짜 원하는 건: 벽에 액자를 걸어서, 가족 사진을 매일 보면서, 따뜻한 집이라는 느낌을 받는 것입니다.

드릴(What) → 구멍(How) → 액자 걸기(What) → 가족의 따뜻함을 느끼는 집(Why)

마지막 Why까지 가야 비로소 고객의 진짜 동기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Why를 찾는 3가지 질문

식단 관리 앱으로 돌아가 봅시다.

또 다른 코치님이 그 창업가에게 던진 질문입니다.

"왜 사람들이 식단 관리를 할까요?"

"건강해지려고요."

"왜 건강해지고 싶을까요?"

"음... 오래 살려고?"

"왜 오래 살고 싶을까요?"

"...?"

이 질문을 계속 파고들면 진짜 이유가 나옵니다.

35세 직장인: "10년 후에도 아이와 놀아줄 수 있는 아빠이고 싶어서"

28세 여성: "결혼식 사진을 예쁘게 남기고 싶어서"

50세 남성: "당뇨 때문에 아내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아서"

42세 여성: "예전처럼 계단 오를 때 숨이 차지 않는 나를 되찾고 싶어서"


이게 진짜 Why입니다.

그리고 이 Why가 명확해지면, What은 자연스럽게 따라옵니다.


Why가 명확하면 모든 게 바뀐다

한 달 후, 그 창업가가 다시 피칭살롱에 찾아왔습니다.

"코치님, 타겟을 바꿨어요."

처음에는 '건강에 관심 있는 모든 사람'이 타겟이었습니다. 너무 넓죠.

이제는 '3개월 후 결혼식을 앞둔 예비 신부'가 타겟입니다.


Why가 명확해졌습니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날, 가장 아름다운 내 모습을 기록하고 싶다"

그러자 모든 게 달라졌습니다. 경쟁자가 바뀌었습니다.

예전: 다른 식단 관리 앱들 (삼성헬스, 눔, 마이피트니스팔)

지금: 웨딩 플래너, 피부과, 헬스장 PT, 웨딩드레스 샵


메시지도 바뀌었습니다.

예전: "AI로 정확한 칼로리 계산!"

지금: "D-100, 당신이 꿈꾸던 드레스 핏을 위한 여정"


비즈니스 모델까지 바뀌었습니다.

예전: 월 9,900원 구독

지금: 3개월 패키지 198,000원 (웨딩 플래너 연계, 드레스 핏 상담 포함)


시장에서 반응이 오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왜? What이 아니라 Why를 팔기 시작했으니까요.


투자자가 묻는 건 What이 아니다

많은 창업가가 투자 피칭에서 이런 실수를 합니다.

"저희 기술은 경쟁사보다 20% 빠르고, UI는 더 직관적이며, 알고리즘은 특허를 출원했습니다."

모두 What입니다.

하지만 투자자가 진짜 듣고 싶은 건:

"사람들이 왜 이걸 간절히 원하는가?" (Why)

"이게 해결되면 고객의 삶이 어떻게 바뀌는가?" (Impact)

"왜 지금이 타이밍인가?" (Why now)

"왜 당신이 이걸 해야 하는가?" (Why you)


사이먼 시넥의 말처럼 말이죠.

"People don't buy what you do. They buy why you do it." (사람들은 당신이 '무엇'을 하는지 사지 않는다. '왜' 하는지를 산다.)


What에서 Why로 전환하는 법

코치들이 창업가들에게 추천하는 연습입니다.


당신의 제품 소개를 What 없이 설명해 보세요.

예시:

❌ What으로 시작: "저희는 AI 기반 식단 관리 앱입니다. 사진만 찍으면 칼로리를 자동으로 계산해줍니다."

✅ Why로 시작: "결혼식 D-100인 예비 신부들은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남기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바쁜 준비 기간에 식단 관리는 늘 뒷전이 되죠. 우리는 당신이 꿈꾸던 그 드레스를 입는 순간을 함께 만들어갑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은 어느 쪽이 더 마음에 와닿나요?


고객은 What이 아니라 Why에 돈을 낸다

정리하자면:

드릴을 사는 사람은 드릴이 아니라 '따뜻한 집'을 삽니다

밀크셰이크를 사는 사람은 음료가 아니라 '지루한 시간을 견딜 동반자'를 삽니다

식단 앱을 쓰는 사람은 칼로리 계산이 아니라 '꿈꾸던 내 모습'을 삽니다


당신의 제품이 '무엇'인지 말할 수 있는 건 기본입니다. 하지만 '왜' 필요한지 말할 수 없다면, 아무도 당신 제품을 사지 않습니다.

지금 당장 해보세요.

당신의 제품을 한 문장으로 설명할 때, What 없이 Why만으로 설명할 수 있나요?





이 4부작을 관통하는 하나의 메시지가 있습니다.

성공하는 스타트업은 '제품'을 만들지 않습니다. 고객의 삶을 바꾸는 '이유'를 만듭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이건 너와 나의 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