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너와 나의 스토리

'나의 문제'를 '시장의 문제'로 착각하는 순간

by Gemma Han

이 글은 실제 코칭 세션을 조금 각색한 시리즈 중 세 번째 글입니다. 초기 스타트업이 반복하는 전형적 실수들과 그 해법을 공유해 보려 합니다.



"저는 매일 아침 출근길에 커피를 사면서 불편함을 느꼈어요."


한 예비 창업가와의 코칭이 이렇게 시작됐습니다.

"우선은 줄 서는 게 싫어요. 앱마다 오더 기능이 있는 걸 보면 알 수 있죠. 줄 서기 싫으니 오더 기능이 있는 거 아니겠어요? 제가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발견한 문제는 카페마다 앱이 다르고, 적립도 따로따로 해야 한다는 겁니다. 게다가 앱마다 등록해둔 페이도 제각각이구요. 저는 그래서 여러 카페를 통합해서 미리 주문하고 픽업할 수 있는 앱을 만들고자 해요. 지금 MVP까지 나왔어요."


"와, 좋네요. 그런데 다른 사람들도 대표님처럼 이렇게 커피를 주문하는 것을 불편하게 느낄까요?"

"당연하죠! 바쁜 직장인들, 뭐든 에너지를 덜어주는 앱이라면 환영일 것 같은데요?"

여기에 초기 창업가가 빠지는 가장 달콤하고도 위험한 함정이 있습니다.


당신은 당신의 고객이 아니다

창업은 대부분 개인적인 불편함에서 시작됩니다. 이건 나쁜 게 아닙니다. 오히려 좋은 출발점이죠.

에어비앤비는 집세를 내기 어려웠던 창업자가 방을 빌려주면서 시작했습니다

인스타그램은 사진을 예쁘게 공유하고 싶었던 개발자의 고민에서 나왔습니다

배달의민족은 치킨을 시키려다 전단지를 찾지 못한 경험에서 출발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서 중요한 건 '나의 문제'에서 시작하되, '나의 문제'에서 멈춰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그 창업가에게 물었습니다.

"그럼 실제로 몇 명의 직장인과 이야기해 보셨어요?"

"음... 제 동료들이요? 다들 좋은 아이디어라고 했어요."

여기서 빨간 신호가 켜집니다.


사람들은 친절합니다. 특히 당신이 창업했다고 하면 더 그렇죠.

"좋은데? 나도 쓸게!" "완전 필요한 서비스인데?" "대박날 것 같아!"

하지만 정작 당신이 "그럼 지금 다운로드해서 써볼래요?"라고 하면

"아, 지금은 좀... 나중에 시간 날 때!" "음, 나는 그냥 지금 쓰는 게 익숙해서..." "좋긴 한데 꼭 필요한 건 아니라서..." "일단 이름부터 알려줘, 앱스토어에서 검색해 볼게"

친구의 칭찬과 고객의 지갑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좋네요"와 "지금 당장 쓸게요"는 완전히 다른 말인 것처럼요.


스타트업 세계에는 이런 격언이 있습니다.

"Your mom will lie to you. Your customers won't."
(엄마는 거짓말하지만, 고객은 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말로는 거짓말해도, 행동으로는 거짓말하지 않습니다.


인터뷰가 아니라 관찰하라

저는 그 창업가에게 이렇게 조언했습니다.

"친구들에게 아이디어를 검증하시지 말고, 점심 시간에 근처 테이크아웃 전문 카페 앞에 가서 관찰을 해 보시거나 다른 직장인들 50명만 인터뷰해 보세요."



그리고 이후 그와 나눈 관찰 내용은 이랬습니다.

관찰 1: 대부분의 사람들은 줄 서는 걸 그렇게 불편해하지 않았습니다. 혼자 온 사람들은 오히려 그 시간에 SNS를 보거나 멍 때리며 쉬는 듯 했어요. 여럿이 온 사람들은 서로 돌아가며 사는지 호호깔깔 즐거운 분위기였구요. 줄을 서지만 수다의 연장선같았습니다.

관찰 2: "앱이 여러 개라 불편하다"고 느끼는 사람은 극소수였습니다. 대부분은 단골 카페 한두 곳만 이용했고, 그 앱에 이미 익숙했습니다. 제가 인터뷰한 사람은 그냥... 회사 근처 지하철역에 도착하자마자 눌러두면 딱 원할 때 받을 수 있다고 하더라구요. 그분은 커피 앱 사용이 익숙하다 못해 루틴이 된 것 같아요.

관찰 3: 정작 진짜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들은 따로 있었습니다. 점심시간이 짧은 회사 근처 직장인들이었죠. 이들은 줄 서는 시간을 확실히 아까워했구요.


"코치님 그러고보니 제가 느낀 불편함은 사실 제 특수한 상황 때문이었어요. 저는 하루에 세 군데 이상 카페를 가거든요. 근데 대부분 사람들은 그렇게 안 다녀요."


당신이 특이한 사람일 수도 있다

이건 칭찬이기도 합니다.

문제를 먼저 발견하는 사람은 대부분 '레이더가 켜져 있는' 사람입니다. 남들보다 예민하고, 불편함을 참지 못하고, "이거 왜 이래?"라고 끊임없이 질문하는 사람들이죠.


바로 당신 같은 사람들이 혁신을 만듭니다.

하지만 동시에 이게 함정이 될 수 있습니다. 당신의 특수성을 시장의 보편성으로 착각하는 거죠.


2025-11-24 17 10 56.png @Iván Díaz


검증을 위한 3가지 질문

창업가 자신이 고객일 때, 반드시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질문들이 있습니다.

1. "내가 특이한 사람인가, 보편적인 사람인가?"

나는 하루에 커피를 몇 잔 마시는가? (당신: 5잔, 평균: 1-2잔)

나는 단골 카페가 몇 군데나 있는가? (당신: 10곳 이상, 평균: 2-3곳)

나와 비슷한 사람이 시장에 얼마나 있는가?


2. "이게 진짜 문제인가, 그냥 선호인가?"

진짜 문제: 해결하지 않으면 일이 안 된다

그냥 선호: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괜찮다

예를 들어:

점심시간 30분에 밥을 먹어야 하는데 줄이 30분이다 → 진짜 문제

줄 서기가 좀 지루하다 → 그냥 선호

제가 활동하고 있는 코어피칭연구회에서는 이를 <페인의 강도>, <페인의 빈도>라는 말로 사용하기도 합니다. 고객이 겪는 문제가 얼마나 무거운지 얼마나 반복적으로 발생하는지 똑 떨어지게 정량화하기 어려울 수 있지만 그래서 더욱 깊은 리서치가 필요한 부분입니다.


3. "사람들이 돈을 낼 만큼 큰 문제인가?"

이게 가장 중요합니다.

"이 서비스를 쓰면 5분을 절약할 수 있다고 쳐요. 사람들이 그 5분을 위해 월 5,000원을 낼까요?"

침묵이 흘렀습니다.


나에서 시작해서, 우리로 확장하라

다시 강조하지만, 개인적 경험에서 출발하는 것은 좋습니다. 오히려 그래야 합니다.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나의 문제를 명확히 정의하라: "나는 왜 불편한가?"

나와 비슷한 사람을 10명 찾아라: "이 사람들도 나처럼 불편한가?"

그들의 행동을 관찰하라: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확인하라"

돈을 내는지 확인하라: "칭찬이 아니라 지갑이 열리는가?"


그 창업가는 결국 비즈니스 모델을 완전히 바꿨습니다.

"개인 고객 대상이 아니라, 회사 복지 서비스요. 주변 인프라가 부족한 소도시의 직장인이나 근로자들을 인터뷰해 봤는데 여기는 확실히 눈이 반짝이더라구요. 구내식당에서 줄 서고 밥 먹는 것만 해도 한 시간이 부족하다고 해요. 미리 오더하는 것이 아니라 구독과 배달을 결합해서 피봇해 보려구요"


제 앞의 예비창업가는

훨씬 명확한 문제,

훨씬 명확한 고객,

훨씬 명확한 가치를 찾은 듯 합니다.





다음 이야기: 많은 창업가들의 실수의 뿌리가 되는 오해에 대해 다룹니다. 우리가 '무엇(What)'을 파는지 말할 수 있지만 '왜(Why)'를 설명하지 못한다면, 아무도 당신의 제품을 사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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