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2.07(CHAPTER.3) Art Inspiration 1
2016년 올해가 가기 전 12월 마지막 달 동안 뉴욕에 있는 열두 군데의 미술관을 돌아보기로 한다. (가능할까?! 하하하하) 프로젝트의 이름은 12 Therapeutic Art Inspirations. 아티스트들의 개인적인 삶에 대해 예술적으로 표현한 작품들과 소통하여 공감하고 자기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는 미술관이라는 비임상적이고 대중적인 공간에서, 보다 많은 관람객들을 본인 스스로도 치유받을 수 있도록 이끌어주기 위해, 미술치료사로서 생각과 느낀 점들을 공유하고자 하는 것이 프로젝트의 목적이다. 그 시리즈의 첫 번째는 로어 이스트사이드 맨해튼에 위치한 뉴뮤지엄(New Museum of Contemporary Art). 지금부터 심리치료사와 함께 미술관에서 힐링타임을.
지난 30여 년간 비디오 아트와 멀티미디어 설치예술의 선구자인 Rist(1962년 스위스 출생)의 작품들은 자연이라는 오브젝트를 기술적 탁월함으로 빚어낸 '진화의 경이로움에 대한 찬미'이다. 다채로운 패턴의 흡사 만화경을 통해 보는 듯한 변화무쌍한 그의 영상은 감각적이고, 관객들이 예측하지 못하면서도 온 마음을 사로잡는 우리 주위의 살아있는 우주의 촉감과 형태와 기능(혹은 목적)들과 대면하게 만든다. 그것들은 물질적이고 심리적인 경험을 선사하면서 깊은 호기심을 유지한다. 1980년대 그의 초기 단일 채널 비디오 작품(VHS)들부터, 건축적 공간이 최면적인 음악으로 강화된 거대한 꿈과 같은 환경으로 변형되는 최근 설치 확장 영상작품까지 미술관의 주 전시공간(2, 3, 4층)을 2017년 1월 초까지 점유하고 있다. 텔레비전 모니터부터 영화 스크린까지의 범위와 스마트폰의 친밀함부터 몰입형 이미지와 사운드스케이프의 공용적 경험까지 Rist의 작품은 일렉트로닉스의 생물학적인 면모를 커뮤니케이션의 황홀경 안에 녹인다. Rist는 스위스 린 벨리에서 태어나고 현재 취리히에 거주한다. 비엔나에서 그래픽 디자인, 일러스트레이션과 사진을 전공하였고 Basel School of Design에서 시청각 커뮤니케이션과 비디오를 배웠다. 한국을 포함한 여러 나라에서 개인전을 열었고 국제적인 상들을 수상했다.
4층, 3층, 2층 순서대로 작가의 멀티미디어 현대작품을 관람하였는데, 전체적인 감상은 Rist가 자신의 디지털 설치작품을 통해 자연과 우주에 관하여 '지금-여기'의 감각적이고 최면적인 경험을 선사하기 위한 의도라고 보여졌다. 그가 창조한 공간에서 관람객들은 편안한 자세로(실제로 침대와 쿠션이 있어서 누워서 보도록 되어있다. 이렇게 준비된 물리적 시설 환경도 단지 미학적인 관점에서 뿐만 아니라 관객들의 심리적 상태에 상당히 영향을 미치는 것은 두말할 나위 없다) 발견하고 탐색하고 만끽하며 명상하게 된다.
4층 메인은 여러 개의 침대가 놓여 있고 천장에 두 개의 커다란 스크린이 펼쳐져 있어서 각기 다른 화면이 프로젝터로 재생되고 있다. 전시공간에 들어서자 신발을 벗고, 함께 간 동기와 트윈침대에 나란히 누워 천장을 감상했다. 어떤 이는 이 영상이 불편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수중촬영이라 부유물이 떠다니고 식물들의 이파리는 자연적으로 생성된 구멍들이 촘촘하며 그 속에 헤엄치는 여성의 유두와 피부는 돌기가 보일 정도로 클로즈업되어 마치 손으로 촉감을 느끼는 듯한 기분을 주기 때문이다. 오래 보다 보면 예민한 사람들은 상상 산소결핍에, 살균소독을 원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조차 들었다. 주 전시공간에 들어오자 (뉴뮤지엄은 이번이 두 번째로 방문했는데 우연인지 모르지만 두 전시회 다 내부가 상당히 어두운 상태였다) 온도와 냄새도 느껴졌는데, -물론 주변 환경에 대한 나의 감각이 평균이 아닐지도 모르고 이때 이미 영상으로 인해 심리적으로 영향받은 상태이므로- 온도는 1도만 올라가도 불쾌했을 것이며, 실제로 난 것은 아니었던 것 같지만, 그런 것이 있다면 수초와 물 냄새가 떠올랐던 것 같다.
4층 구석에 있던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던 미니어처 작품이 2층의 프로토타입일 것이라 추측되었는데, 작가의 방으로 보이는 이 작은 공간 한쪽 면 전체는 커다란 달(그렇다, 행성)의 모형이 차지하고 있으며 다른 벽 쪽에는 움직이는 영상 클립들이 투영되고 있었다. 동화적이고 신비해서 기억에 남는데 사진을 남기지 않아서 아쉽다.
미술치료적 측면에서 '나'를 탐구하기 위해서 나를 둘러싼 일차적 공간부터 돌아보게 되는데, 고흐의 방처럼 많은 아티스트들이 자기만의 방부터 연구하기 시작한다. 본인의 현재 방, 이상적인 방을 그리거나 만들어보기 바란다. 그다음 집을 그리고, 살고 싶은 집을 그리고, 또 자신의 동네, 도시 등등.. 이상적인 방은 안전한 공간으로 바로 자신의 성역 혹은 동굴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나의 방을 주제로 한 그림을 네 점 그려보았는데, 완성 이후에 스스로를 고찰할 수 있어 흥미로운 작업이었다.
[가장 최근 지난겨울 나의 방 그림 습작 -> 그림 진단: 이걸 여기 할까 새로 길게 이 주제로 글을 쓸까]
3층은 보다 인기 있는 섹션 같았다. 수천 개의 전구가 투명한 플라스틱으로 감싸져 천장으로부터 매달려있고 이것들이 역동적으로 시시각각 색깔이 바뀌곤 한다. 한 편에는 두 대형 스크린이 마치 자연 다큐멘터리와 같은 영상을 끊임없이 재생하고 있어 화면 앞에 있는 조약돌 같은 커다란 쿠션에 몸을 뉘어 감상할 수 있다.
Pipilotti Rist, Pixelwald (Pixel Forest), 2016. “Pipilotti Rist: Dein Speichel ist mein Taucheranzug im Ozean des Schmerzes” [Your Saliva is my Diving Suit in the Ocean of Pain]
2층은 기대하지 않았는데 의외로 신나고 즐거웠던 섹션이었다. 린넨 천이 천장으로부터 달려있고 빔프로젝터로 쏘아 재생하는 영상들이 층을 이루어 투영되고 있어서, 말 그대로 천 사이사이를 탐험했는데 그것이 마치 춤을 추고 있는 것 같았다. 눕고, 서고, 걷고 이러한 운동 동작들이 인지적이고 정서적인 작품 감상에 긴밀히 영향을 미치는 것은 신기한 경험이었다.
유튜브에서 영상
http://www.youtube.com/watch?v=TJgiSyCr6BY
http://www.youtube.com/watch?v=nYDh_D1G0hU
동행한 동기 카일린이 보안요원으로 일하고 있어 직업상 평균보다 화재 및 주변 환경 변화에 민감한데 1층 로비에서 연기가 나와 놀랐다. 비눗방울 같은 커다란 물방울을 생성하는 기기를 전시하고 있었는데 바로 이 방울들이 터지며 기화되는 것이었다. Pipilotti Rist: Pixel Forest 전시는 2017년 1월 15일까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