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2.16(CHAPTER.3) Art Inspiration 4
금요일 저녁 무료입장인 아시아 소사이어티 박물관(Asia Society and Museum)은 725 Park Ave에 위치하고 있다. 뉴욕 맨해튼 지부에서 아시아 관련 문화, 교육, 사업, 정책을 주도하는 아시아 소사이어티가 개관한 곳으로 이 단체는 올해 60주년이 되었다. 지하에 공연장도 있어, 연주회, 영화제, 심포지엄, 토론과 공연 등 다양한 행사도 이루어지고 있었다. 1층에는 현대식으로 지어진 멋진 가든 코트 카페가 있다. 본 전시는 사진 촬영이 제한되어 있어 거의 찍지 않았다.
내가 아시아 소사이어티 박물관을 알게 된 경위는 작년 이맘때 내담 환자들 중 한 분이 추천해서이다. 그분에게 처음 다가갔을 때 미술치료를 하는 동양 여성이라는 나의 정체성이 그의 지난 젊은 추억들 중 연관된 기억을 불러일으켰다. 40년 전 그 시절에 동양에서 뉴욕으로 온 미술 선생님이 가르쳐 준 종이접기 수업이 있었다는 것을 상기하며 나의 환자분은 문득 종이접기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우리는 곧 유튜브와 구글을 뒤져가며 달마시안 강아지를 접고 다람쥐 두 마리를 접었다.
크게 관련있지는 않으나 종이접기라고 하니 최근 테드 영상
내담자분의 상태를 진단하고 분석하고 나서 치료 목표를 권한 부여(empowerment)로 인한 자기 삶의 통제력을 발휘할 기회를 제공하고자 하였기 때문에, 편안하고 안전한 환경과 치료자-내담자 관계에서 그분이 능동적으로 회기를 이끌어내게끔 유도하였다.
생의 마지막 단계에서 만났기에 그는 지금 어디에서도 살아계시지 않겠지마는, 내가 이제야 이 곳을 방문한 것은 무슨 연유에서 일까. 헤어짐은 일회성/단발성의 한 때의 사건이 아니라 계속 반복되는 것일지니 록펠러 센터의 크리스마스 트리를 볼 때마다 그녀가 생각날 것 같다.
중국-프랑스 화가인 Zao Wou-Ki의 No Limits 개인전에서는 중국 재외동포 공동체의 첫 번째 슈퍼스타 예술가들 중 한 사람으로서의 그의 중요한 공헌들과 눈부신 업적을 소개한다. 1948년 파리로 이민한 이후 그는 곧바로 전후(post-war) 미술계에 몸을 담고 자신을 정립하였다. 그의 추상 기법은 클레, 폴, 세잔, 마티스 등 많은 프랑스 회화풍에 영향을 받았기에 유럽 현대주의와 중국의 형이상학적 특성을 고루 포용하였으며, 말년에 뉴저지에서 살다가 2013년 작고하였다. Zao는 초기에 에칭과 리토그래피에도 잠시 관심을 두었는데, 젊은 시절 작품은 좀 더 작은 옆 전시관에서 만나 볼 수 있다. 서예와 수채에 빠지기도 했던 그는 중국의 전통 시와 서예에 깊은 안목이 있어서 자신의 스타일을 고수하면서 다시 고전적인 동양화로 돌아오기를 반복하였다. 자신의 스타일이란 풍경화와 추상화의 그 중간지점을 끊임없이 타협하고 균형을 맞추는 것으로 보였다.
개인전은 한 사람의 일대기를 시각적인 자기표현을 통하여
가까이서 그 솔직한 내면의 변화를 고스란히 살펴보는 것
1948년에 첫 번째 아내가 다른 남자와 살기 위해 Zao를 떠나서 그는 무척 상심했다는 것을 작품을 통해 느낄 수 있었다. 붉고 검은 색상과 입체적인 깊이감으로 비수로 찔린 상처와 같은 고통을 표현하고 있다. 1952년에 만난 두 번째 아내는 연극인으로 그의 친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그와의 사회계층 차로 인해) 결혼했으나, 이 아내도 1962년에 정신병을 얻고 후에 병원생활을 하였다. Zao는 혼자가 되고 잠시 현재 뉴저지에 살고 있는 남자 형제에게 얹혀 산 적이 있었는데, 이때 그가 이 동생에게 그림을 주었다(To my brother였나 제목이 확실하지 않다). 푸른색과 흰색으로 가득 찬 그리 크지 않은 캔버스에서 깊은 강물의 흐름을 느낄 수 있었는데 차분하면서도 그리워하는 정서가 살아 있었다. 다른 관람객의 주장에 따르면 세 번째 동반자 여성도 있다는데, 현재 파리에서 조각가로 살아있으며 오키프 재단에 소속되어 있다. 아들이 있으나 현재 미술계에 소속되어 있지는 않은 듯하다.
"피카소는 피카소처럼 그리는 법을 알려주었으나 세잔은 중국 풍경을 바라보는 법을 가르쳐주었다."라고 한 Zao는 세잔의 스타일을 모방하여 항저우를 그려본다. 역시 개인전은 한 사람의 일대기를 시각적인 자기표현을 통하여 가까이서 그 솔직한 내면의 변화를 고스란히 살펴보는 것이라는 생각을 돌아오면서 했다.
1월 8일까지 전시.
그가 이 그림을 그린 당시에 어떠한 사건이 관련되었는지 알 수 없지만 한동안 이 살아있던 불꽃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nMX1bVWIB78
동영상의 정지화면으로 보이는 이 그림(노란 바탕에 붉은색과 검은색의 굵은 선들)은 유토피아나 무릉도원을 연상하기도 하는 작품인데, 마티스의 네 패널의 영향을 받기도 했다고 도슨트는 말했다. 중국 설화중에 배를 타고 강을 가다가 아름다운 벚꽃나무들을 따라서 한 마을에 도착했는데 그것이 천국이어서 며칠 머물렀더니 몇 년이 갔더라.. 하는 내용을 담았다고 하는데 우리나라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있었던 것 같다. 아래 푸른색은 그 강물을 나타낸 것이고 붉은색은 벚꽃이며 바탕의 이 노란색은 가까이서 보게 되면 신비롭고 영적인 아름다움을 준다고 생각했으나, 그의 다른 작품들에서 마젠타 같은 붉은색을 격정적인 분노로 표현하기 위해 사용했기 때문에 이 다홍색이 나에게는 보다 더 피 같은 느낌을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