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2.23(CHAPTER.3): Art Inspiration 6
12개의 '정원' 프로젝트를 끝낸 후 케리 마샬은 또 다른 열정적인 회화 프로젝트에 몰두했는데, 이 시기에 그가 관심 가졌던 것은 시민권 투쟁이었다. Souvenir 1(1997), Memento #5 (2003)이라는 작품 속에서 마샬은 르네상스 시대적 구성과 장식 기법으로 1960년대의 정치적 지도자들을 그림 속의 벽에 걸어두었다. 또한 시민권 시대를 다른 기법으로 묘사하기도 했는데 주로 실버, 골드, 그레이의 그림자로 채색했다. 이는 1950년대-1960년대 유행한 (1913-1967)과 (1905-1970)의 모노크롬 추상주의를 부분 채택한 것이다. 흑인 인권 운동의 상징으로서 두 주먹(fist)의 조각상을 침실의 장면에 포함한 Black Painting (2003-6)은 많은 종류의 검은색으로 말 그대로 흑칠 해 놓은 신비한 작품이었다.
다음 소개할 세 그림들은 다른 화가의 영향을 많이 받고 그림으로 응답한 경우인데, 오마주라고 하기엔 영리하게 풍자하면서 그의 주장을 관철한 작품들이다.
현대미술관(MoMA)에 가게 되면, 제목과 화가를 까먹었는데(ㅠㅠ알려주세요) 뒷모습의 백인 여성이 먼 배경의 들판 위에 집을 향하여 손을 뻗친 채로 엎드려 있는 그림이 보인다. 복도에 위치하고 있어서 쉽게 찾을 수 있다. 그 그림을 상기하고 이 그림을 보면 매우 재미있다. 이 흑인 여성은 앞모습인 것만 빼면 그녀와 비슷한 포즈로 취하고 있는데, 배경은 집안이고 오른쪽에는 거의 대부분이 흑인 페미니즘 운동에 관한 책들이 책장을 차지하고 있다.
마샬은 만화적인 기법인 생각 풍선(말풍선 말고)을 통해서 흑인 여성인권 운동 작태를 신랄하게 비꼬고 있다. 그녀들이 이 바닥에 바짝 엎드려 필사적으로 권리신장을 외치고 있지만 좋은 카펫이 깔려있는 저택 내부의 2층에서 속으로만 흐느낄 뿐이라는 것. 물론 필자가 그의 주장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 센스 있는 시각적인 표현 기술은 짚어볼 만하다.
MET Breuer의 다른 방에 마샬이 그린 그래픽 노블도 전시되어 있으니 놓치지 말기를.
MET 본관에 가면 윈슬로우 호머(Winslow Homer, 1836-1910)의 Gulf Stream이라는 작품이 걸려있다. 그 작품에는 왼쪽 뒤편에 커다란 범선이 안개에 휩싸여 희미하게 보이고 오른쪽 뒤편에는 토네이도가, 관람자의 위치와 가까운 전경 아래에는 매서운 눈빛의 상어가 대여섯 마리 정도 헤엄을 치고 있다. 중앙에는 돛대가 부러진 작은 보트 안에 흑인 남성이 거의 드러누운 채로 줄을 잡고 있다. 바다에는 이미 상어가 한 동반자를 뜯어먹은 흔적이 있다. 한편 케리 마셜의 이 그림은 그 구도를 같이 하지만 날씨의 분위기와 주변의 도전적인 환경 등이 매우 다르다. 걸프 스트림에 있던 휘몰아치는 높은 파도도 없다. 해는 뉘엿뉘엿 지고 있는 와중에 요트 속의 드레스를 입은 세 여성은 마치 유유자적한 항해를 즐기고 있는 것 같다. (걸프 스트림에 대한 좀더 자세한 설명은 #13. MET 참조)
에드워드 호퍼의 일요일 오후에 영감을 받아서 만든 작품. 실제로 보면 캔버스 오른쪽의 반사된 프리즘 묘사가 대단히 아름답다.
5층에서는 폴 클레의 작은 드로잉 작품들을 전시하였다. 그중 마음에 들었던 한 두장. 한 쪽 벽들을 차지하는 거대한 벽화같은 그림들을 보다가 작은 드로잉 50여개를 보니 느낌이 색달랐다.
이 그림은 클레가 죽기 전 마지막으로 작업한 그림.
갤러리를 나와서 미술관 서점으로 들어갔다. 마샬의 도록을 펼치다 우연히 쇠라의 드로잉을 발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