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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e Jan 06. 2017

[TAI] #6. The Met Breuer

2016.12.21(CHAPTER.3): Art Inspiration 6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의 분관인 MET Breuer는 현재 휘트니 미술관의 구관이다. 십여 년도 더 전에 빌이 연인 나츠코를 처음 만난 곳. 어느 금요일 저녁 8시 40분, 이곳에서 아트 쇼에 관한 글을 써야 했는데 20분을 남기고 늦게 도착하여 바삐 주변을 춤추듯 돌아다녔다-라고 그는 회상했다. 텅 빈 전시관에서 그는 그림을 쳐다보고 있던 그녀에게 인사했고 그녀도 그에게 화답했다. 돌아가는 그날 밤 비가 쏟아졌다. 각자의 귀갓길에서 연락처를 교환했지만 이후로 한동안 서로 볼 수 없었다. 그녀가 편지를 두 번 보냈고, 그는 두 번 다 답장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케리 제임스 마샬(1955, 앨라배마 출생)의 콜라주 같은 대형 회화 작품들을 보니 굉장한 복잡성을 띄고 있는 것 같았다. 이미지들은 기민하게 고려되어 미학적으로 배치되어 있으면서도, 메시지를 서투르지 않고 감각적으로(sensible) 전달하고 있다. 즉, 흑인이라는 정체성을 '내가 이러이러한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라는 직접적이고 투박하지 않은 대단히 영리한 형태로, 다소 키치적이기까지 하다. 마샬이 사용하는 원시미술적인 강렬한 색채 배합들은 실제로 보니 아름다웠고, 나무에 새긴 도장으로 찍은 듯이 보이는 반복되는 패턴과 중세시대 스타일의 날으는 배너 모양은 전적으로 내 취향(내 드로잉에서도 자주 보이는)이라 반가웠다.



A Portrait of the Artist as a Shadow of His Former Self, 1980 Egg tempera on paper


존재와 부재의 동시성

마샬은 Ralph Ellison의 고전소설 <투명인간(Invisible Man, 1952)>에 영감을 얻어 "Notion of being and not-being, the simultaneity of presence and absence, was exactly what I had been trying to get at in my artwork." 라고 LA타임즈에서 말한 바 있다. 그는 르네상스 시대 초상화에서 볼 수 있는 구성적인 구조 및 고대회화 달걀 템페라 기법을 사용하여 장엄하면서도 무형(비물질성)감을 창조해냈다.




Invisible Man, 1986 Acrylic on canvas


"나는 보이지 않는다. 이해한다, 단지 그것은 사람들이 나를 보기를 바라지 않기 때문이지." - Ralph Ellison이 그의 <투명인간 Invisible Man> 서문에 쓴 문장이다. 검은 바탕에 검은 인물을 나타낸 마샬은 고전 회화의 어두운 장(dark field of classical painting) 속에서 모호하면서도 모순적인 모습을 표현하고자 했다. 마치 무서운 신화에서 통제하지 못하는 성도착적인 흑인 남성 음유시인의 노골성을 인종적 캐리커쳐로 강조하는 것 같으면서도, 다른 한 편으로 그림속 인물의 눈은 완전한 비가시성에서 구별되는 부분으로 그려진다.


내가 이 그림에 매료된 이유는 전경과 배경이 뚜렷이 구별되어야 한다는 기존 문법을 파괴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 초저퀄 사진은 참고용이고, 오늘 현대미술 도판저작권에 관한 글을 읽었는데 이것을 다 빼야 할는지!! 재고해봐야할 심각한 문제..










Portrait of the Artist & a Vacuum, 1981 Acrylic on paper






Voyager, 1992 Acrylic, collage, and glitter on canvas

앞서 말한 그 복잡성 속에 그의 관심사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연구한 흔적이 시각적으로 역력하다. 남부 대농장 지주들 소유의 Wanderer라는 화려한 요트가 409명의 서양 아프리칸 노예들을 싣고서 1858년 11월 28일에 뉴욕으로부터 조지아 Jekyll Island에 도착하였다. 이 여정은 노예법상 불법이었으나 배 소유주들의 경찰조사를 네번이나 시도했음에도 성공하지 못했다. 나이지리아로부터 온 대본 형식이라든지 하이티의 종교적 상징들이 항해와 하늘 언저리에 다른 수많은 전통적인 문양과 함께 붙여져 있다. 뱃머리에 앉아있는 Afro-Cuban 여성은 바다의 여신 Yemaya를 연상시키게 한다.  




케리 제임스 마샬은 한스 홀베인과 파올로 베로네즈부터 진 어거스트 도미니크 잉그레스와 조르쥬 쇠라까지,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의 소장품 40여개를 선택했다.


지난 번(휘트니 미술관)에 보았던 드 쿠닝의 여인들 중 초기작.























Balthus는 2차 성징 바로 직전의 여자아이들(13-15)을 그리는 것에 집착했는데, 모델이 되었던 그 여자아이들 중에서 나중에 한 여성과 결혼에 이르렀다고 한다. 그때 여성의 나이 20세, 화가의 나이 60세.   















앵그르의 이 유명한 그림은 유채화(유화로 채색)로 친밀한데, 그레이톤의 드로잉 작품도 있다는 사실. 빌은 화가와 작품을 보는 색다른 관점을 제시해주었다. 앵그르의 드로잉 실력은 비교적 더 알려진 그의 페인팅 실력을 뛰어넘는 것 같다. 좀더 깊은 분위기를 느끼게끔 해준다고 해야할까.






이 그림은 미술사의 총합이라 할 수 있는데, 그림 중앙에 홀바인이 즐겨 쓰던 기법과 전경의 유리문을 통해 보이는 사진가의 플래시는 마치 벨라스케스의 작품을 연상케한다.





뉴욕의 저명한 미술비평가인 Peter Schjeldahl(1942-)가 꼽은 마샬의 역작. 빌과 나는 동의하지 않았지만.

2년 전 첼시 근방의 사회복지관에서 아동 미술치료를 할 때, 아이들이 글리터(glitter)를 매우 좋아하였던 것이 기억났다. 우리나라에서 반짝이 풀은 크리스마스 시즌 때에나 볼 수 있었는데, 이곳의 반짝이 가루는 접착제가 포함되어 있지 않아서 따로 풀을 발라야 한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크레파스(=오일파스텔)나 공작용 딱풀, 수수깡을 주로 쓰는 것과 비교하여 미국 미취학 아동 미술시간에는 크레용>>오일파스텔, 액체 교육용 풀(school glue), 아이스크림 먹고 남은 나무 막대기(wooden stirring sticks)를 더 자주 쓰고 있었다(..만 예산이 적어서 그런지도). 각국에서 쓰이는 미술재료도 문화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다양한 재료를 활용하는 법을 알아두면 도움이 된다. 또한 집단치료시간에 스쿨 글루나 글리터를 쓰는 날에는 집단 규모와 아동의 연령 및 이슈에 따라서 많은 수의 아이들을 통제하기 어려워 종이 접시에 소량만 따른 후 옆 친구와 공유하게 하기도 하는데, 이 과정에서 사회화 개념을 획득하는 목적도 있다.  




http://metmuseum.org/exhibitions/listings/2016/kerry-james-marshall




4F






추상화가 바넷 뉴먼(Barnett Newman)의 오마주이자 약간 비튼 작품. IF THEY COME IN THE MORNING이라는 글자가 있다. (크기를 가늠하기 위해 관람객과 바닥을 포함해서 찍은 사진)







"여기서 다만 필요한 것은 색상을 입히는 것(Add color)이다." '컬러'는 흑인을 뜻하기도 한다.

마샬의 숨은 정치적 의도를 설명해주는 빌의 말에 나는 대꾸했다. "노랑이라는 색상도 있어요!"

















이건 다음 (2)에 계속.






Oyster bar @ Grand Central


MET의 또 다른 분관인 MET Cloisters를 지난 시월에 방문하여 그 곳에서 보았던 유니콘 태피스트리에 대해 빌과 토론을 했다. 로맨틱 러브의 원형적(Achtypal) 내러티브 같기도 한데, 이야기가 길어지므로 새로 포스팅을 써야 할는지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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