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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e Jan 25. 2017

[TAI] #10. Agnes in Guggenheim

2016.12.30(CHAPTER.3): Art Inspiration10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은 맨해튼에서 저렴하지 않은 입장료를 내야 하는 미술관 중 하나로, 매주 토요일 오후 5시 45분 이후로는 기부 입장이다. 나는 미술관 친구 빌과 금요일 저녁에 찾아갔는데, 구겐하임이 많은 이들로 붐벼 깜짝 놀랐다. 연말을 미술관에서 보내는 사람들이 많았다. 빌은 이 많은 이들이 아그네스 마틴을 보러 온 것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다고 했다. 원형 계단 중간 즈음에는 Maurizio Cattelan의 작품인 황금 변기가 있다. 그 작품의 이름은 "미국"이다(!). 구겐하임의 건축가는 Frank Lloyd Wright로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그의 방이 전시되어 있기도 하다. 


#10. Agnes Martin in Guggenheim Museum 

 

https://soundcloud.com/guggenheimmuseum/introduction-to-agnes-martin

 

https://www.youtube.com/watch?v=65Sd-L03X84

색면 추상의 대가 바넷 뉴먼(Barnet Newman)이나 로스코(Mark Rothko)와 그 맥락을 같이 하는 캐나다 태생의 미국 현대작가 아그네스 마틴(1912-2004). 모노크롬, 격자무늬, 수평선 등을 사용하는 미니멀리스트처럼 보이지만 그 자신은 '숭고'이념과 동양적 선(Zen) 사상을 추구하는 추상 표현주의자라 자처한다. Ellsworth Kelly와도 교류했다고. 그는 조현증(구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었다고 한다. 조현증의 증상으로는 환영과 환청이 있다. 그녀는 아마도 보이지 않고 계속해서 울리는 그녀 내면의 목소리에 시달려 고통받았을 것이다. 마치 명상(zen-meditation)과 같은 그의 작품 활동은 대단히 자가 치료적이다.



연필선을 희미하게 덮기도 하고, 일정하지 않은 두께의 덧칠은 인간적이다.  




이 자취들은 그가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발견하는 과정이다. 엔지니어링을 공부하는 학생이 똑같은 결과물을 내더라도 우리는 그것을 미술작품이라고 여기지는 않는다. 



빌이 산타페에서 갤러리를 운영할 당시에 에이전시에서 나온 아그네스 마틴의 지인과 함께 마틴의 스튜디오로 찾아간 적이 있었다고 한다. 그 방문 때 마틴은 외부로 나가 작업을 하였기에 만날 수 없었고 단지 주변에 두렁 같은 곳에서 그녀가 휘갈기고 실패한 거대한 종이 두루마기 여러 뭉치를 발견한 적이 있다고 하는데, 만약 그것을 한 두 뭉치 집어왔어도 빌과 나는 그가 말년에 살고 싶어 하는 키웨스트에 비행기를 타고 날아가서 만찬을 먹고 있었을 것이라고 한탄 섞인 농담을 했다. 그러고 보니 내가 작년에 브루클린에서 이사를 올 때 드로잉 몇 점을 놔두고 왔었는데 당시 룸메이트가 자신이 보관하고 있으니 언제든지 가져가라고 친절히 알려주었다. 아마 파스텔화와 페가수스 드로잉이 그곳에 있는 모양인데, 곧 가지고 와야겠다.  




이 작품은 마치 국내 작가 김환기의 후기 스타일을 연상시켰다. 자세히는 모르지만 그가 이렇게 거대한 푸른 바탕의 캔버스에 선을 긋고, 매일 아침 일어나면 칸 안에 점 하나를 찍어서 완성했다는 일화를 문득 들었다. 빌은 그 한국 작가가 아그네스 마틴으로부터 영감을 받은 것 아닐까 하고 넌지시 답했다.  





아그네스는 사람들의 자신의 작품을 볼 때 마치 자연 풍경을 감상하듯이 감상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녀는 작품 속에서 최대한 에고를 배제하려고 노력하였다. 빌은 위대한 작품은 그것 그대로써 존재하며 작가는 작품 속에서 보이지 않는다고 하였다. 예술가로서 그의 견해에는 동의하지만 예술치료사로서는 예술은 작자에게 다가가기 위한 도구로 접근하기에 혼란스럽기도 하였다. 물론, 내담자가 전문 예술가인 경우에 그의 작품 활동은 자아를 잊고 몰두함으로 승화의 영역에 다가가기도 한다. 아그네스의 작품을 다시 쳐다본다. 하얀 꽃을 뜻하는 Heather라는 풍경 같은 작품이었는데, 왠지 가슴이 미어질 정도로 슬퍼졌다. 헤더라니, 여자 이름이기도 한데, 마틴은 동성애자이기도 하여서 의미심장했다. 



자세히 보면 불규칙한 간격이 매우 아름답다. 






나는 용기 내어 빌에게 나의 몇 작품들을 보여주었다. (물론 엄청 까였다. 아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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