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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e Jan 12. 2017

[메모] 아프로디테적인 LA LA LAND, 2016

Cinematherapyㅣ

미국인들은

뉴욕을 일컬어 비타민이라 비유하고, 샌프란시스코를 아프로디테적이라 말한다.

동부는 그만큼 역동적이고 서부는 사랑의 여신 마냥 섹시하다는 뜻이다.



최근에 We Bare Bears를 보고 있는데 샌프란시스코가 배경이다.

지난달에 <빅아이 Big Eye>를 보았는데 주인공은 샌프란시스코로 갔다.

알던 슈퍼바이저 치료사님이 지난여름에 나에게 샌프란시스코를 가보면 어때라고 하셨고,

친한 동기의 어머니가 추수감사절 때 나에게 샌디에이고로 가보라고 하신 적이 있다.

오늘 보았던 <라라 랜드>의 라라는 바로 Los Angeles, city of angel.

천사의 도시, 별들의 도시.

(LA 아직 가본 적이 없지만 그보다 SF나 SD 더 끌리긴 한데..)


예전에 캐나다에 있을 때 워킹홀리데이 1년 중 6개월을 남긴 시점에서

서부에 있다가 동부로 옮길까(핼리팩스) 굉장히 고심했었다.

지금도 OPT 1년 중 6개월이 남았는데, 미 동부에서 2년 반을 보냈으니

서부 캘리포니아로 가야 하는 것인가! 이 모든 계시들은 무엇이지, 무시무시하군 하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음, 아직까지 핼리팩스는 가 보지 못했다.




<라라 랜드>는 현시점의 나와 내 인생에 어필한 면이 많아서 크게 다가온 영화였다.

물론 많은 이들이 꿈과 현실적인 직업 사이에서 언제나 고뇌하고 있겠지만.

그래서 이 영화는 매우 현실적이기도, 동시에 매우 마법 같은 뮤지컬 영화이기도 하다.

나에게 있어 이 영화의 명장면들은

(울컥했던 포인트)

두 번째로 음악에 이끌려 밖으로 나가던(첫 번째는 밖에서 들어옴) 미아와

세바스찬과 미아의 식탁에서의 언쟁,

그리고 그녀의 마지막 오디션,

그리고 후반의, 완벽한 해피엔딩을 바라고 기대했던 그 모든 지나간 상황들(을 상상 속에서 보상함)이었다. 이건 내게 정말 슬픔의 절정이었는데, 그 장면이 끝나고 무대의 장막이 걷히고 난 뒤 마주하게 되는 현실을 직시한 슬픔이 아니라 꿈을 꾸고 있던 그래서 행복해야 했던 바로 그 상상의 순간들 속에서 이미 혹은 미리 커다란 상실감을 느꼈던 것이다.

다시 돌아가 처음에 꼽은 세바스찬의 음악에 (라이브로든 스피커로든) 순수하게 이끌렸던 장면은 <졸업>이 오버랩되며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기억에 남았는데, 아마도 내가 평소 사회생활에서 나의 직관에 의한 결정과, 감정 표현을 억압해왔던 것을 주인공이 카타르시스적으로 해소하여 그녀를 통해 대리만족을 느낀 것이 아닐까 하는 것이다.


혹자들은 <500일의 섬머>가 떠오르기도 한다는데, 나는 전혀 그런 느낌은 가지지 못했고,

다만 전작 <위플래시>의 신예 젊은 감독이 공드리의 덕후라고는 생각이 들었다.

<이터널 선샤인>이나 좀 더 가깝게는 <무드 인디고> 같았다.

또한 플라네타리움인지 천체망원경인지 테슬라의 장소에서 우디 앨런의 <매직 인 더 문라이트>의 한 장면도 떠올랐고 센 강변은 마치 <미드나잇 인 파리> 같았다. 30대 초반의 <라라 랜드> 감독이 사랑하던 복고적인 스타일은 최근에 만든 흑백영화- 무성영화에 대한 오마주로서- <아티스트>와 방향성을 같이 한다. 화면마다 옛시대에 대한 향수와 경외심이 보임..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에 캔버스 속에 풍덩 뛰어든 듯한, 오르골 속 남녀 한 쌍이 왈츠를 추는 듯한.


복합 예술인 뮤지컬 장르라 영화의 미장센은 물론 주연들의 노래와 춤과 재즈음악으로 눈과 귀가 호강했다. 음악, 미술, 드라마, 댄스 테라피 모두 예술치료 컨텍스트로 사용할 수 있는 영화이다.


원래, 심리치료 수업에서 영화 재료를 가져온 이유는, 개인 간의 관계에 대한 역동성을 관찰하기 위함이었다 (내러티브와 연출에 중점을 둔 것). 그러므로 보다 문학치료적인 기반을 바탕으로 둔다고 말할 수 있다. 가족치료 시간에 <Ordinary People (1980)>을 분석했는데, 한 가족 구성원 간의 갈등구조를 파악하는 것을 위한 자료인 것이다.

그러나 나는 영화치료를 보다 시청각 복합 창의적 표현예술 기법으로 다가가고 싶다. <라라 랜드> 이 영화만 해도 대조 높은 비비드 색채를 우선적으로 쓰며 장면 하나하나가 명화들을 연상케 한다. 심영섭 교수님의 저서도 따로 몇 권 읽었지만 십오 년 전에 신문방송학을 복수 전공해서 영화이론에 관해서도 조금은 공부를 하였기에, 이를 어떻게 심리치료적인 관점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할지 대단히 흥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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