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모 어디야?

by Junebug

경쾌한 벨소리. 영상통화 신호음이다.

시간이 아직 아닌데 하며 받으니 오늘은 먼저 퇴근한 아빠 덕에 조금 일찍 하원을 한 아이들.


“고모, 어제 달이에게 하는 얘기 다 들었어. 과자 먹기로 한 거. 과자 먹어도 돼?”

큰 녀석이 나름 조리 있게 말하려 노력하고 옆에 동생 녀석은 멀뚱한 표정으로 화면을 쳐다보는데 규칙 따위 들이대며 안된다고 할 용기 따위는 벌써 사라졌다.

과자를 먹으려면 아직 허락받아야 하는 나이, 6세, 4세. 피식 웃음이 나온다. 귀여운 녀석들.

과자 먹는 데 필요한 몇 가지 세부사항 진지하게 조율을 한 후 끊으려는데 집에 가기 싫다 한단다.

그러면 고모 데리러 올래? 뭔지도 모르면서 좋단다.


‘사랑해, 곧 만나’ 인사를 하고 통화를 마치면서 이런 게 행복일까 생각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았더라면 벌써 경험했을,

결혼을 하지 않고 아이도 없는 내가 결코 경험하지 못했을, 마음을 따뜻하게 채워주는 이 느낌.


오늘 아침도 어린이집 지각을 해서 이렇게 키워도 되나 잠시 고민했었는데.

(무늬만 모범생 출신인 나는 공동체 생활에 지켜야 하는 규율을 가르쳐야 한다는 중압감이 있다.)


천진하게 과자를 먹으면서 차를 타고 지금 내게로 오고 있을 녀석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조금씩 차오른다.

어젯밤에 두 녀석들 사이에서 치이면서 몇 번씩 잠을 깨면서는 왜 이 녀석들은 나랑 잔다고 이 난리인가 하며 짜증 섞인 한숨을 내쉬었는데.


아이들이 잘 자고 잘 먹고 즐겁게 어린이집을 하원하는 이 오후.

감사하다.

작가의 이전글진짜 엄마가 아니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