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내 나이 마흔의 새해는 타박상과 피멍으로 시작했다.
에너지가 펄펄 넘치는 귀염둥이 조카의 배드민턴 비위 맞추느라 롱패딩 속 무겁고 둔탁한 몸을 기우뚱거리다 결국 자갈에 걸려 철퍼덕 넘어졌다. 흙먼지로 옷은 엉망이 되고 자갈에 찍힌 오른쪽 허벅지는 퉁퉁 부어올라 시퍼렇게 피멍이 들었다. 집으로 돌아와 하루종일 얼음찜질을 하자니 기분이 울적했다. 그렇지 않아도 무릎통증으로 물리치료를 받던 신세인데 새해 첫날부터 넘어져 허벅지 전체가 피멍으로 퉁퉁 부어올랐으니.
며칠 뒤 우리 사랑스런 열정 조카와 산책을 나갔다. 횡단보도 파란불을 보고 냅따 달리다 안전제일 테이프에 발이 걸려 또 넘어졌다. 무릎이 까져 피가 나고 손은 긁히고 이번엔 왼쪽 허벅지가 찍혀 시퍼렇게 또 피멍이 들었다. 다행히 코로나 마스크에 모자로 커버하고 있어 쪽팔림은 덜했지만 너무 아팠다. 집으로 돌아와 또 하루종일 얼음찜질을 하면서 울적한 마음을 추스렸다.
서른 중반부터 시작된 극도의 피로감, 체력의 저질화, 현저한 기억력 감퇴, 집중력 저하, 브레인 포그와 만성 두통, 불면증, 관절 통증, 머리부터 발끝까지 성한데가 없는 부실한 몸으로 갑자기 무리를 했으니, 이제는 걷는것도 아장아장 조심해야 할 때가 되었나...
불혹의 나이 마흔이 되면 당당하고 멋진 골든걸, 알파걸이 돼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현실은 코로나 백수에 온몸은 여기저기 쑤시고 아프고 생활비로 병원비로 모은 돈은 이미 바닥에다 희끗희끗 새치라고 하기엔 부끄러울 정도의 흰머리에 뒤덮혀 이젠 어딜가도 아줌마 소릴 듣는 '노처녀'이다. 마흔부터 찾아온 급속화 노화로 슬프지만 대한민국 땅에서 맘편히 설 자리가 없는 죄인이 되었다.
마흔이 벌써 과거의 화려한 한 때를 추억하는 나이가 되었나.
노처녀 아니 싱글녀의 씁쓸한 고군분투 서바이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