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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썸준 Sep 10. 2020

일본 가고시마 한 달 살기 : Day10

일에 대한 열정과 기본에 충실하는 것이 곧 경쟁력이다

2019.3.28 (목)


오늘은 엊그제 예약해놓은 헤어컷(12시)이 있는 날이라, 어제 라이딩으로 인한 체력 회복도 할 겸, 가고시마 시내 주변을 둘러보며 일정을 보내기로 하였다. 

책상에 앉아서 오늘 일정을 정리한 후, 씻으려고 거울을 보니 어제 햇볕에 그을렸는지 팔과 다리는 살이 살짝 일어나 있었고, 오른쪽 눈 밑에는 다래끼가 나있었다. 살이 탄 건 그렇다쳐도 평소에 나지도 않던 다래끼가 왜 여기서 났는지, 방 청결 상태가 좋지 않나 고개를 갸우뚱거리다가 왠지 초장에 잡지 않으면 고생할 거 같아 나가는 길에 약국에 가서 다래끼 약도 사고, 드러그 스토어에서 피부 진정용 알로에 크림도 사기로 하였다. 

문제는 약국에서 '다래끼'를 뭐라고 설명하냐였다. 사전에 찾아보니 일본어로 다래끼를 '모노모라이(ものもらい)' 라고 하길래, 모노모라이 발음이 입에 달라붙게 여러 번 연습을 하고, 못 알아들으면 눈 보여주면서 '아프다(いたい)'라고 얘기해야지하며, 호텔 밖으로 나섰다. 


오가며 헤어샵 주변에서 약국을 몇 개 본 거 같아 헤어샵 쪽으로 걸어가고 있는데, 마츠모토 키요시(マツモトキヨシ) 드러그 스토어가 보여 알로에 크림을 먼저 구매하기로 하였다. 직원분에게 알로에 크림 위치를 확인 후 구매해서 나오려는데, 신체 부위 별로 다양한 약 종류가 구비된 약(藥) 섹션이 보였다. 혹시 몰라 다시 직원분에게 '모노모라이' 약 있는지 여쭤보니, 약이 있는 곳으로 안내해주셨고, 추천이 무엇인지 여쭤보니 액체 타입의 약을 권해주셨다. 지금까지 다래끼 약은 알약 타입으로만 먹어왔었었는데 액체 타입을 권하니 모노모라이가 다래끼가 맞는지 갑자기 확신도 없어지고, 게다가 약사가 아닌 직원이 추천해준 거라 뭔가 신뢰도 가기 않아, 괜히 잘못 샀다가 낭패를 볼 수 있을 거 같아 어짜피 약국에 갈 거니 거기서 눈을 보여주고 처방 해주는 약을 사는 게 낫겠다 싶어, 사양을 하고 가게를 빠져나왔다.

이렇게 많은 종류의 약을 헬스&뷰티(H&B) 매장에서 팔면 일반 약국은 장사가 될려나, 약사들의 반발은 없었을려나, 우리나라와는 의약품 판매 관련법이 다른가라는 생각을 해보면서, '쿠스리(くすり, 약)' 싸인이 있는 약국을 찾아 주변을 한바퀴 돌아보았다. 


신생당 약국(新生堂薬局)이라고 쓰여 있는 약국이 보여 안으로 들어갔다. 흰 가운을 입은 약사분들이 안 쪽에 계셔 눈을 보여주며 모노모라이 약을 부탁 드린다고 하니, 여기서도 아까와 같이 액체 타입의 약을 권해주셨다. 일본에서 다래끼 약은 액체타입이구나, 약국 약사가 주는데 무슨 문제라도 있겠냐며, 권해주는 액체타입을 구매하고 가게를 한바퀴 쓱 둘러보았다. 

근데 의아했던 것은 우리나라 약국과 달리 약 외에 뷰티 관련 제품도 꽤 높은 비중으로 팔고 있었는데, 자세히 둘러보니 판매하는 제품의 구성이 약품과 뷰티 카테고리로 마츠모토 키요시와 거의 흡사하였다. 일본에서는 취급 제품에 대해 헬스&뷰티와 일반 약국 간에 경계가 허물어졌나라는 궁금증이 일기 시작하였다. 

헤어컷 전에 잠깐 시간이 남아 검색을 해보았다. 마츠모토 키요시 드러그 스토어는 말 그대로 '약국'이었다. 드러그 스토어와 헬스&뷰티(H&B)를 유사 개념으로 알고 있어, 마츠모토 키요시가 우리나라의 올리브영처럼 의약품이 아닌 건강, 뷰티 제품을 메인으로 다루는 곳인줄 알고, 왜 이렇게 의약품이 많나 했었는데, 그 시작은 의약품이었고 건강, 뷰티 제품으로 카테고리를 확장해나갔던 것이었다. 그리고 일본에는 약사 말고 '의약품 판매 관리사'가 있다고 하는데, 아까 마츠모토 키요시에서 나에게 액체 타입 모노모라이를 추천해주셨던 직원분은 어떻게 보면 약사 역할을 하는 의약품 판매 관리사였던 것이었다. 즉, 마츠모토 키요시랑 신생당 약국은 건물 외관이나 취급하는 제품 카테고리 종류와 수의 차이지, 의약품뿐만 아니라 건강/뷰티도 판매하는 같은 '약국'이었던 것이었다.

눈다래끼 덕에 몰랐던 것을 알게됐다며, 눈에 몇 방울 약을 넣은 후 헤어샵으로 향하였다. 


Aube 헤어샵에 도착하였다. 리셉션에 12시에 예약했다고 하니 담당 디자이너가 나와 자리로 안내를 해주셨다. 어떤 스타일을 원하냐고 물으시길래, 스타일링북을 볼 수 있는지, 인기가 많은 스타일이 무엇인지 여쭤보았고, 스타일링북을 보여주시면서 '투블럭 가르마' 스타일을 추천해주실래 그걸로 하겠다고 요청을 드렸다. 

엊그제 예약을 잡을 때 샴푸를 한다고 하니 시간을 13시에서 12시로 변경해도 되냐고 해서, 한 시간 동안 샴푸를 하려나 어떤식으로 하려나, 오기 전에 일본 헤어컷 후기를 잠깐 찾아봤을 때 샴푸 시 머리, 목, 어깨 마사지도 같이 해준다는데 여기는 어떠려나, 온갖 상상을 하고 있었는데, 예상과는 완전히 달리 사전 샴푸 없이 바로 머리부터 자르는 것이었다. 순서의 차이인가하고 머리가 다 끝난 후 샴푸 할 때를 기대했으나 거기서도 샴푸만 하고 마는 것이었다. 애초에 이 곳에는 그런게 없는데 괜히 나 혼자 기대했던 것일 수도 있겠지만, 머리 스타일보다는 샴푸랑 연계된 부가 서비스가 어떤 건지가 좀 더 궁금했었던터라 기대했던 것과 다르게 진행되어 뭔가 아쉬었다. 그렇다고 일정 중에 다른 곳에서 머리를 한번 더 할 수도 없고, 다음 여행 시 헤어컷을 해보는 것으로 '샴푸'에 대한 아쉬움을 달래기로 하였다. 

머리는 50분 정도에 걸쳐 진행되었다. (물론 디자이너 간 차이는 있겠지만) 머리를 자를 때는 정교함이 다소 부족해보였지만, 마지막 머리 스타일링 시 부족하다 싶었던 부분을 왁스와 스프레이를 이용해 (덕분에 머리가 헬멧처럼 딱딱해지긴 했지만) 추천해준 머리 스타일과 유사한 느낌을 연출한 것이 특이하였다. 일본 헤어 디자이너는 제품을 활용한 사후 스타일 연출을 좀 더 중시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머리 스타일이나 친절함 등 일본에서의 헤어컷 경험은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일본이 헤어 산업에서 선도적인 위치에 있다고 해도 디자이너 전문성 면에서는 우리나라가 한 수 위인 거 같아, 우수한 역량을 바탕으로 우리 헤어디자이너들이 세계 각지로 진출한다면 헤어 업계에서도 또다른 한류를 일으킬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헤어컷을 마무리한 후, 점심 식사를 하러 후쿠만(ふくまん)이라는 가고시마 라멘 식당으로 갔다. 이 곳도 가족 전체가 대를 이어 가업에 종사하고 있었는데, 면을 삶고 육수를 붓고 내용물을 얹혀 손님에게 나가는 과정에서 할아버지와 할머니, 아들 간에 손발이 마치 기계처럼 착착 맞는 모습이 '바로 이런 것이 패밀리 비즈니스다'라고 손님들에게 보여주는 거 같아 인상적이었다. 또한, 방문했을 때가 직장인들 점심시간대였는데, 다양한 연령(직급)대의 직장인들이 혼자 와서 식사를 하고 나가는 모습을 보고, 우리도 요즘은 변하고 있는 추세긴 하지만, 소속 집단을 중시 여기는 이들이지만 점심 식사 시간만큼은 좀 더 개인적이고 자유롭게 보내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메뉴는 '라멘' 하나에 사이즈 차이만 있었는데, 가고시마 라멘 답게 맑은 닭육수와 함께 면발과 숙주를 한데 감아 후루룩 올려 먹는 맛이 좋았고, 다른 곳에서는 보지 못했던 직접 담근 것으로 보이는 흰단무지의 식감과 맛이 독특해 인상적이었다. 


든든한 배를 이끌고 가고시마 현립 도서관으로 이동하였다. 현립이니 가고시마를 대표하는 상징성이 있을거 같아, 가고시마 대표 도서관은 어떤지, 현지인의 도서관 이용 행태는 어떤지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가고시마 도서관 첫 인상은 오래됐긴 했지만 호랑이 선생님처럼 엄격하고 무게감 있는 느낌이었다. 입장 전에 캐비넷에 물품을 넣고, 소지하고 있는 책 권수를 직원에게 확인 받은 후 안으로 들어갔다. 1층 잡지코너를 둘러볼 때는 몰랐는데, 테이블과 칸막이 책상이 있는 2층에 올라오니 분위기가 너무 조용하고 차분해 걸을 때 나는 발소리마저 민망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도서관 다운 분위기였다. 

지나가는 길에 어학 코너가 보이길래 도서관에는 한국어 책들이 있나 봤더니 서점과 마찬가지로 찾아보기 어려워 아쉬웠는데, 한류가 이 곳 가고시마에도 뜨겁게 불어 도서관에 한국어 책들이 빼곡히 꽂혀 있는 날이 오기를 고대해보았다. 주변을 둘러본 후 창가 쪽 테이블에 앉아 잠시 독서를 하기로 하였다. 창가 너머 보이는 활화산 사쿠라지마 뷰에 나도 모르게 독서욕이 불타올랐다. 

한 시간 정도 d travel 가고시마 가이드북에 있는 시내외 방문 장소 정보를 봤는데, 중앙역 주변에 스스무(すすむ屋茶店)라는 지란 찻집이 소개되어 있어 어제 지란 차(茶)에 대한 감동을 다시 느껴보고 싶어 그 곳으로 향하기로 하였다. 

도서관에서 빠져나와 정문이 아닌 건물 앞 정원을 둘러보면서 왼쪽 편에 있는 출구로 나가려고 쭉 걸어가고 있는데, 건물 끝 쪽에 학습실(3층)이라고 쓰여 있는 안내판이 보여 어떤 곳인지 궁금하여 올라가보았다. 학생과 일반인들이 한데 모여 공부할 수 있게 테이블을 쭉 배치해놓았는데, 이 곳도 역시 엄숙한 분위기가 인상적이었고, 학습실 내 테이블 모두가 앞쪽 벽면을 향해 있는 것이 독특했는데 왠지 공부에 집중하기 좋은 구조인 거 같았다. 


중앙역까지는 트램을 타고 가기 위해 텐몬칸도리역으로 이동하기로 하였다. 가는 길에 중앙공원을 거쳐 갔는데, 공원 잔디밭 위에서 뛰어오는 아이들과 모여 앉아 얘기하고 있는 학생들의 표정이 즐거워 보여 도심 속 공원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가는 길에 텐몬칸 상가 거리 내에 어제 라이딩 하다 관심있게 봤던 2nd Street 중고품 거래(Reuse shop) 체인점이 보여 안으로 들어가보았다. 역시 상업의 중심지 텐몬칸엔 없는 게 없다. Reuse shop이라고 해서 벼룩시장처럼 오만가지 중고품들을 취급하는 곳인 줄 알았는데, 들어가서 보니 명품 브랜드나 디자이너 제품과 같은 신상품으로 사기는 가격 부담이 있는 제품 중심으로 구성이 되어 있었다. 그렇지, 저가나 구매 장벽이 낮은 제품이면 새 것으로 사지 굳이 중고로 살 필요가 없겠지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가게를 쭉 둘러보고 나왔는데, 2nd street와 같은 고가 제품 중고샵도 100엔 굿즈샵과 같이 가벼워진 일본인들이 지갑사정을 보여주는 것 같았고 최소한의 돈으로 원하는 니즈를 최대한 얻고자하는 소비 심리를 반영한 비즈니스 모델이지 않았나 싶었다. 아직 국내에는 프랜차이즈 형태의 Reuse 샵이 없는걸로 아는데 우리도 유사형태의 비즈니스가 곧 생기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트램을 타고 중앙역에서 내려 도보로 10분 정도 걸어 스스무 찻집에 도착하였다. 가게 내에 스스무에서 직접 제조했다는 다양한 종류의 지란 차(茶)와 주전자와 컵 같은 다기들을 둘러본 후, '오늘의 녹차'와 화과자를 주문하였다. 쓴 거 같다가도 달고 단 거 같다가도 쓴, 입 안을 감싸는 차의 다양한 풍미가 예술이었는데, 이 맛에 차의 매력에 한 번 빠지면 헤어나오기가 어렵다는 거구나를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차 맛이 너무 좋아, 이 참에 한국에 가서도 차 문화에 빠져 보겠다며, 가격대가 좀 있긴 했지만 오늘 마셨던 차와 가게에서 사용하는 팟(pot) 세트를 하나 구매하였다.

구매할 때 사장님과 잠깐 얘기를 나누었다. 물론 상업적 목적이 기저했겠지만, 지란 차와 다기라는 지역의 우수한 특산물과 문화를 주변에 알리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멋있었는데, 나는 내 지역과 고향을 알리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해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스스무에서 나와 며칠 전에 방문했을 때 여유있게 보지 못했던 아뮤플라자 프리미엄관에 있는 도큐핸즈 문구류를 둘러보기로 하였다. 지난 번 로프트(Loft)에서 펜이나 정리 툴박스들을 보고 평소에 일본인들이 생산성과 효율성 향상에 관심이 많고 그것들이 실제 제품과 서비스 등으로 구현되고 있음을 볼 수 있었는데, 이번에는 다이어리를 통해 그것을 엿볼 수 있었다. 우선 일반적인 다이어리는 1월부터 시작하지만 새학기가 4월에 시작하는 것을 감안해 4월 시작 기준(올해 4월~내년 3월)의 다이어리도 판매하는 것을 보고 이들의 발상의 전환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또한, 다이어리 속지도 본인의 니즈에 맞게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어 자신의 일상을 좀 더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했다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오랜 고민이 없었더라면 나오기 힘든 아웃풋이겠다라는 생각에, 우리도 아니 나부터라도 평소에 좀 더 고민하는 자세를 가져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아뮤플라자를 나와 저녁 식사를 하기 위해, 간만에 고기 충전도 할 겸 흑돼지 돈카츠가 땡겨 사전 검색으로 찾아 놓았던 가고시마 중앙역 서부 주변에 있는 롭뺘꾸테이(六白亭)라는 흑돼지 전문점으로 이동하였다. 길을 따라 걷고 있는데 길가 왼편에 왠 '돈카츠 전문점'이라고 떡 하니 쓰여 있는 가게가 하나 보였다. 사쓰마쿠로부타테이(薩摩黒豚亭)라고 하는 곳이었는데, 마침 가게까지 가는 길도 멀고, 인터넷에 소개되지 않은 랜덤한 가게의 돈카츠 맛은 어떨까, 돈카츠 전문점이라고 쓰여 있는 것이 그냥 말뿐인지 진짜인지 궁금하기도 해서, 목적지를 급 바꿔 안으로 들어가보았다.  

문을 열고 가게에 들어갔는데 식사 시간임에도 손님이 거의 없어서 맨 처음에는 잘못 들어왔나 싶었다. 하지만 주문(로스카츠 정식)을 한 후 가게 주인의 요리 과정을 보고 내 염려가 기우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보통의 돈카츠 가게에서는 돈카츠 주문이 들어오면 미리 튀김옷을 입혀 놓은 고기를 기름에 튀겨주는데, 이 곳은 주문과 함께 큰 고기 덩어리를 꺼내 자르고 다진 후, 계란, 밀가루, 빵가루 등을 그 자리에서 입혀 바로 기름에 튀기는 것이었다. 어떻게 보면 맛있게 만들기 위한 당연하고 기본적인 절차인데 지금까지 본 적이 없어서 그랬는지 적지 않은 충격으로 다가왔고, 만드는 과정에서의 재료의 신선함과 요리 과정의 투명성을 보면서 이러니 일본은 아무리 허름한 식당이라도 맛있을 수 밖에 없겠구나, 이런 작은 것에서부터 이들의 경쟁력이 생기는 것이구나, 이래서 일본은 대형 프랜차이즈가 골목 구석구석 자리 잡지 못하는구나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결국 본인의 경쟁력은 주변이 아닌 자기가 하기 나름이었던 것이었다. 

로스카츠 맛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손에 꼽을 정도로 맛있는 맛이었다. 허기진 배를 맛있는 돈카츠로 채우고 에너지 충전을 마친 후 가게를 나왔다.  


호텔로 복귀 후 잠시 쉬다가, 가볍게 뛰면서 땀을 좀 내고 싶어 고쓰키 강변으로 나가기로 하였다. 출발한 지 얼마 안되 눈에 흙 같은게 계속 들어가 따끔거려 생각해보니, 사쿠리지마에서 시내 방향으로 화산재가 날아오는 거 같았다. 이 곳 사람들이 왜 눈이나 비보다 바람 방향 예보에 더 민감하다고 하는지 다시 한 번 체감할 수 있었다. 중간 쯤 가다가 공기 중에 흙이 너무 많아 무리하지 않고 그냥 다시 돌아가는 게 날 거 같아 호텔 쪽으로 방향을 틀기로 하였다. 


방에 들어와 씻고 나와 돌이켜보니, 가고시마에 온 지 어느 덧 10일이 지났다. 지금까지는 일본인들의 라이프스타일 체험을 위해 시내 체류에 집중하느라 라이딩을 많이 하지 못했었는데, 앞으로 남은 기간 동안에는 라이딩 비중을 높여 가고시마현 내 다양한 지역을 둘러볼 계획이다. 

그 일환으로 내일은 심수관 가마가 있는 미야마(美山)을 지나 사쓰마 영국 유학생 박물관이 있는 이치키쿠시쿠노(いちき串木野)까지 편도 50km 정도 되는 '서쪽 정벌 라이딩'을 할 예정이다. 그리고 갔던 길을 다시 그대로 돌아와야하는 루트라, 가고시마로 돌아올 때는 처음으로 기차에 자전거를 실고 이동하는 '기차 점프'를 해 볼 계획이다. 

내일 아침에 비가 살짝 온다는 예보가 있는데, 내일은 비가 와도 무조건 고(go)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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