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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elicity Mar 31. 2022

#16. 아이는 자란다

#16. 아이는 자란다


아프면서 성장해가고

아이는 100일이 지난 후부터 아프기 시작한다. 집에 가족과 있으면서 잘 자란다 싶다가도 사회생활(어린이집)을 시작하면 그때부터는 매일 매일이 전쟁의 시작이다. 환절기에는 어린이 홍삼을 먹이기도 하다가,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고 살이 붙으면서 홍삼도 끊고 다행히 아이가 아픈 횟수는 줄어간다. 하지만 여전히 연중행사로 한 번씩 아플때가 있고, 그게 이번주였다.

아이마다 아픈 패턴이 있을텐데 아들은 매번 편도가 부었고, 부은 편도는 열을 냈다. 열은 위장을 뜨겁게 했는지 매번 먹은걸 토하고, 열이 오르면 맥을 못 펴고 축 쳐져서 누워있는 것을 반복했다. 생각해보면 아이는 아플때 별로 운 적이 없다. 아이가 걷기 시작한 이후부턴 아플때마다 나나 신랑이나 크게 호들갑을 떨지 않았고(아이가 아주 어렸을때는 응급실도 달려갔지만 몇 번 해보고 나니 소용없다는걸 알게 된 후 집에서 최대한 노력하는 방식으로..)아이 역시 열이 너무 나면 울 힘도 없었던 것 같고, 반복되는 증상이 지나가면 곧 나아진다는 것도 여러 해 지나면서 배운 것 같다. 나중엔 혼자 가서 토하고 입까지 헹구고 다시 열나면 누워서 머리 물수건 해달라는 경지에 도달했고, 내가 할 수 있는건, 조금씩 먹을 미지근한 물과 머리에 얻는 시원한 물수건을 준비하고 배를 만져주는 것 외엔 없었다.

열이 내리면 다시 씩씩해지고, 열이 오르면 다시 쓰려지는 이 상황이 매번 반복될때마다 나도 아이도 얼른 이 아픈 상황이 지나가길 바라면서 견디었던 것 같다. 매번 입방정을 떨다가 이런 상황을 불렀는데, 작년에도 "애가 한번도 안 아프고 지나가는 것 같 다 큰것 같아!" 라고 입방정 떨었다가 환절기와 함께 아픈적도 많다. 올핸, 그동안 쌓인 여독과 개학 스트레스, 주말에도 봉사에 과제에 쉴 수 없는 중딩 일상을 보내더니 아이의 몸은 "휴가"를 선언해버렸다.


아픈만큼 불안해지고

아이가 아프면 빨리 낫길 바래야하는데, 물론 그런 마음이 대부분이었지만, 내 마음 속 지난번 꿀꺽 먹은불안 열매 때문인가, "아파서 학교는 쉬어도 학원은 쉬지 말아야지 않을까?" "아니 왜 방학때 아프지 이제 막 학원 다 세팅해놨더니 아파서 못가고 그러냐!" 등등 예전과는 다른 나의 마음가짐과 대응의 모습을 점점 보게 되는 것이다.


아이한테 직접적으로 얘기하진 않지만, 나의 불안은 그대로 아들을 대하는 나의 말과 몸에 드러났다. 학교를 이틀이나 못가고, 학원은 일주일을 쉬어버렸더니 학원에선 다른 아이들과 진도를 못 맞춰서 주말에 보충을 오라는 둥 가뜩이나 불안한데 더 불안하라고 전화를 한다. 전화온 학원 수학 선생에게 듣다듣다 못참고, 내 아들이 내 말 잘 안들으니, 아들한테 직접 전화해서 그런 말 좀 전해다오 라고 해버리고 전화를 끊었다.

마음의 소리가 울린다..
"아니 이게 돈이 얼만데... 아들아 이러다간 스카이반도 못하겠어야...!"
"아니 두번이나 빠지면 언제 그거 보충한다냐.."


행복하자 아프지 말고


마음의 소리와는 별개로 몸은 마트로 움직여 소고기도 사고 홍삼도 구입했다. 지난주엔 옥돔도 주문했다. 나보다 커진 아들은 더이상 어린이 홍삼을 먹지 않는다. 어른 홍삼액을 아들 입에 털어 넣고 옥담과 소고기 반찬으로 주말을 든든하게 보낸다. 주말 봉사 활동도 태풍과 건강을 핑계로 한 주 쉬었다. 정신없이 빡빡하게 돌아가는 아들의 시간표에도 쉼표가 필요했나보다. 하긴 나도 오래 전에 서울에서 출발한 광역버스가 분당에 들어서자 숨이 막 잘 안쉬어지면서 첫번째 정류장서 내려 돌아가는 버스에 몸을 싣고 당일 휴가 통보 문자를 보낸 적이 있지 않은가... 라고 생각했는데,...


아들은 이제 괜찮아졌다고 했다. 식욕도 돌아온 듯 예전처럼 밥도 잘 먹고.
아들에 대한 짠함은 그만하고.. 이제 학교와 학원, 원래의 궤도로 돌아가자 ㅎㅎ 아프지말고!

2019. 9. 9..
지난주 레터를 이번주 레터로..둔갑하여 보내는 월요레터 롸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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