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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elicity Mar 31. 2022

#17. 중년, 불혹, 40대, 아저씨, 아줌마

한 때 X세대였던 젊은이


#17. 중년, 불혹, 40대, 아저씨 아줌마라 불리는 사람들


30대였던 2014년, 제주 금오름


한 때 X세대였던 젊은이.  


20대가 기억나는가? 모든 것이 새롭고 즐겁고 에너지가 넘치는 시기였다. 대학 졸업, 썸, 연애, 신입, 술자리, 새로운 사람들과의 계속되는 만남, 옛 친구들, 새로운 친구들, 걱정과 좌절도 있었지만 대체적으로 열정이 넘쳤다. 물론 결혼으로 막판에 피크를 찍은 뒤 출산으로 20대의 마지막이 확 꺾이긴 했지만..


30대는 육아와 회사일의 균형을 맞추지 못하고 방황하는 시기였다. 회사에선 육아로 망가진 모습을 보이기 싫어 종종 댔고, 풀지 못한 회사 스트레스를 집에서 풀어버려 집도 엉망으로 만들어버리는 미숙한 엄마이자 회사원이었다. 미디어에서 보여지는 슈퍼우먼같은 사람들은 (조작된?)기사나 이론에나 존재하고, 가끔 있다고 하더라도 그 균형을 위해 보이지 않게 일하고 있는 블라인드 가족(주로 이모님, 할머니)이 있다는 것은 나중에나 다 키우고나서야 알게 되었다.


내게 30대는 열정으로 달려가다가 속도를 줄이지 못하고 벽에 부딪쳐 몇 번을 넘어지고 일어서야하는 시기, 다시는 못 나올 것 같은 동굴에 들어갔다가 힘들게 나와보는 시기였다. 그런 시행착오를 통해 이제 조금 일을 알아가고, 일이 주어질 때 대략적인 마일스톤이 그려지는 시기, 그래서 세상을 좀 더 알고 싶고 사람도 많이 만나고 싶지만 그러기엔 무언가 하나 부족한 시기로 기억된다. 이제 지나고 나니 좀 더 힘을 내볼껄, 좀 더 도전해볼껄 하는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


성숙해진 것인가, 포기한 것인가, 40대는 어떤 시기인가


이제 40대다. 처음 4를 달면서 너무 너무 불안했다. 사실 너무 싫었다. 아직 뭐 된 것도 이룬 것도 아무것도 없는데 40이라니? 믿기 싫은 할 수 있다면 거부권을 행사하고 싶은 나이. 나는 변한 게 없는 것 같은데 나라에서는 "생애 전환기"라는 타이틀을 달아주는 시기. (몸의 신호를 통해 이젠 변한 것이 있다는 것을 알고 나라의 타이틀을 어느 정도 인정하는 단계지만..) 지금이야 1년 지나고 덤덤하게 이런 말이라도 하지, 처음 40이 되었을때 우울증 같은 것이 찾아왔다. 갑자기 조로한 느낌. 이건 30대와는 차원이 다른 그런 나이든 느낌이었다. 물론 현재 47세의 남편이 40대가 되면 어떻다는 것을 말과 행동으로 보여주긴 했지만, 미래의 40대가 된 나는 저럴 것 같지 않았는데.. 뭔가 비슷하게 닮아가고 있다.


이제 인생이 뭔지 아주 조금 알 것 같은데, 주변 상황이 드라마틱하게 변하지도 않고 변할 것도 기대하기 어려운 시기, 몸의 에너지가 전 같지 않아 가끔은 주저앉고 싶은 시기, 이제 일이 뭔지 알겠고, 재미있고 좋은데 너무 많은 일은 힘들고 버거운 시기, 주변에서 일보다 자기 정치를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시기, 그래서 다시 내 나이의 진짜 일이란 무언가, 정치란 무언가 생각하게 되는 시기. 그렇기 때문에 40넘은 사람들이 일을 잘하는 것은 어떤 것인가 생각하게 되는 시기. 못볼 꼴;을 전보다 자주 더 많이 접하게 되면서 예전에는 구분이 명확하다 느꼈던.. 좋고 나쁜 것, 착하고 못된 것의 경계가 헷갈리는 시기. 내가 무엇을 잘하는지와 동시에 못하는 것도 명확하게 보여서 나의 한계를 깨닫는 시기, 하지만 사람들이 나의 한계를 몰랐으면 하는 시기, 그러나 나 역시 남들의 한계가 보이기 시작하기 때문에 내가 노력해도 나의 한계 역시 보여지겠구나 느껴져서 씁쓸한 시기.

더 이상 육아에서 나의 물리적인 팔 힘이 필요하지 않은 시기, 그만큼 나의 손을 떠난 자식이라는 존재에 대해 정신적인 걱정과 불안이 늘어나는 시기. 신랑이라는 존재가 사랑의 존재였다면 이젠 애정을 가진 동료로서의 존재가 좀 더 커지는 시기. 인생 후반기에 같이 할 사람과 하지 못할 사람이 나뉘는 시기, 좋은 것보다 싫은 것이 점점 또렷해지는 시기. 젊은 시절 짧은 인생의 성공보다, 지속가능하게 성장하는 사람이 어떻게 보면 성공한 사람으로 느껴지는 시기. 그래서 젊은 시절을 어떻게 보내느냐도 중요하지만, 남은 인생을 이제 어떻게 살아야하나 고민하게 되는 시기. 그래서 지금 당장의 모습으로는 사람들의 성공을 판단하지 말자고 다짐하게 되는 시기, 그러면서도 쉽게 판단하고 싫으면 거침없이 욕하는 나를 발견하는 시기 ㅎㅎ


내가 바라는 40대, 배운 것과 이룰 것


제일 큰 배움은, "어른"이 되는 것은 나이와 상관이 없구나를 배운 것, 그리고 그건 정말 어려운 것이라는 것을 알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나보다 어린 친구들에게 배울 점이 많다는 것에 매번 놀래고, 나보다 선배로부터 현명하게 나이듦에 대해 알아가며, 좋은 어른은 나이와 상관없다는 것을 알아가고 있다. 좋은 어른이 되고 싶다는 평생의 과제가 생기는 시기다.


인생에 대한 가치관도 어느 정도 형성되어 확증 편향이 막 시작되는 나이, 편견이 가치관으로 굳어지기 쉬운 시기가 딱 이때가 아닐까. 꼰대란 나이로 따지는 것이 아니라, 내가 새로운 것을 얼마나 받아들이고 소화하여 내것 으로 만드느냐의 태도로 결정되는 것 같다. 지금부터 가는 생의 방향을 어디로 잡느냐에 따라 어떤 할머니가 될 것인지, 나의 노년 시절의 얼굴을 책임지는 나이가 이때부터가 아닐까...

그래서 40대는 어떻게 보면, 인생 후반을 설계하는 새로운 시기, 에너지가 떨어지는 것을 알기에 그동안 배운 노하우를 활용해서 효율적으로 에너지를 내고 써야 하는 시기. 그래서 떨어지는 기력을 생기로 채워야하는 시기가 아닐까. 어느 시기나 다 중요하지만, 이 시기를 더더욱 잘 보내야 한다고 여겨지는 이유는 나의 할머니를 준비하는 가장 좋은 시기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어쩔땐 철든 어른으로, 어쩔땐 철들지 않은 모습의 꿈 있는 어른으로 나이 들고 싶다. 또, 이런 나와 함께할;; 선후배가 아니라 이제 인생 친구가 되는 사람들도 있으면 좋겠다. 그리고 가끔은 나이를 잊고 철 없이 놀고도 싶고!

쓰고 보니 나의 욕심이 너무 과한가?

2019. 9. 23
40대 중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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