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넙죽 Dec 23. 2023

배우자 찾기엔 적당히 흐린 눈도  필요해

짚신도 짝이 있다는데...내 짝은 어디에


 내 짝은 어디 있을까


20대 때 문득 누가 나의 배우자가 될까 궁금했다.


외모는 어땠으면 좋겠고 성격은 어땠으면 좋겠다 정도에서 시작한 생각들은 나이를  먹으면서 기왕이면

대학도 좋은 곳 나오고 좋은 직장 다녔으면 좋겠다로 확장되었다.


 조금 더 까다로워진 셈인데 여기에 더해 몇 번의 연애 경험이 더해져 나랑 맞지 않는 사람에 대한 나름의 체크리스트까지 생기다 보니 더 사람을 만나기 어려워지더라.


 그런데 정작 아내를 만날 때에는 그런 것들이 안보였다. 만날 때마다 그저 편안했다. 20대 초반의 연애하고는 다르게 짜릿한 설렘은 없었지만 만남을 거듭할수록 점점 아내가 나에게 스며들더라.


 결혼 5년 차가 되고 돌아보니 우리의 결혼생활을 지탱해 준 것은 결국 사랑이었다.


 수많은 조건들을 고려하면서 우리는 사랑이라는 필수불가결의 조건을 너무 등한시하지는 않았는가.


 물론 현실적인 조건들을 무시하라는 말은 아니다.

안정적인 현실 위에 사랑이 더 공고해질 수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으니.


 그러나 사랑하는 마음이 있으면 몇 가지 조건은 흐린 눈 해도 되지 않을까.


 물질적 조건도 상대에게 호감을 주는 중요한 조건이라는 부분은 매우 동의하는 바이다. 나도 외모나 성격에 매력을 느끼는 것만이 진정한 사랑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지금 상대가 가진 조건 중 몇 가지가 사라져도 그 사람을 진정으로  사랑할 수 있느냐이다.


 얼마 전 친척모임에서 한창 결혼에 관심이 많은 사촌처제가 나에게 물었었다.


 "형부는 언니와 결혼할 때 어떤 마음이었어요?"


나는 이렇게 답했다.


"상대의 상황이 설사 안 좋아지더라도 그 옆을 변함없이 지키려는 마음이요."


 우리는 결혼 이후 피할 수 없는 노화를 겪는다. 외모는 결혼할 때가 최고점일 테고 성격도 사회생활을 이어가며 괴팍해질지도 모른다. 지금 가진 일을 계속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고 투자 실패로 자산을 많이 잃을  수도 있다.


 그래도 결혼하시겠나요라고 누군가 물으면 그래도 나는 예스!라고 말할 것이다.


 다른 조건들은 사라질지라도 아내와 내가 쌓아가는 이야기들은 사라지지 않을 테니.


 우리의 삶은 결국 이야기이고 결혼생활은 그 이야기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장면이다. 나는 어떤 고난이 와도 그 삶의 이야기를 같이 만들어갈 수 있는 배우자를 만나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마음에 드는 상대가 있는데 상대에게서 몇 가지 단점이 보인다면, 그럼에도 상대에게 마음이 계속 간다면  적당히 흐린 눈으로 상대를 보자. 내가 완벽하지 않듯이 상대도 그렇다. 서로의 단점을 채워주는 관계가 더 아름다울 수 있지 않을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