넙죽의 눈으로 영화 읽기-블랙팬서

아프리카의 고민과 정체성을 담은 히어로

by 넙죽

※ 본 리뷰는 약간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음


블랙팬서에서 읽은 이야기


설 연휴 극장가에 검은 돌풍이 몰아치고 있다. 이른바 '부산팬서'라는 애칭으로 불리고 있는 블랙팬서다. 올해 개봉하는 마블의 첫번째 개봉작이다.

어벤저스 2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 이어 한국에서 촬영된 두번째 마블 히어로 영화이다. 한국인도 몰랐던 부산의 아름다운 모습도 스크린에 잘 담아냈고 배우들의 어색한 한국어가 주는 재미도 상당하다. 한국 관객으로서는 호기심 때문이라도 볼만 한 가치가 있는 영화이다.

그렇다면 히어로 영화 본질에는 얼마나 충실했을까. 히어로 영화의 본질은 단연 액션이다. 이 영화에서는 꽤나 많은 액션 장면이 등장한다. 수트를 갖춰입은 블랙팬서의 곡예 액션도 볼만 하지만 수트를 벗은 와칸다의 왕 티찰라 본인 의 액션도 꽤나 괜찮다. 와칸다의 첨단기술과 아프리카의 전통 무기들을 조합한 무기들이 어우러진 액션도 이 영화의 볼거리를 다채롭게 만든다.

출처 : 네이버 영화 포토
출처 : 네이버 영화 포토

그러나 이런 요소들 말고도 이 영화가 재미있는 이유는 이 영화의 탄탄한 이야기 구조이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서 처음으로 나온 흑인 히어로 솔로 무비이다. 그동안에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서 팔콘이나 워머신 같은 흑인 히어로는 등장했었지만 사이드킥에 그쳐 그 역할이 제한적이었던 반면 블랙팬서의 경우 주인공과 주변 주요 등장인물들이 모두 흑인인 영화이다. 최근 마블 영화들은 히어로 영화라는 장르에 다른 장르를 섞거나 독특한 문화적인 요소를 결합하는 경향이 강하다. 아무래도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가 진행되면서 많은 히어로 영화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혹시나 관객들이 느끼기 쉬운 피로감을 방지하기 위한 전략일 것이다.

블랙팬서의 경우에는 영화의 배경이 되는 와칸다 왕국 자체가 아프리카에 위치해있기 때문에 아프리카의 문화적 요소가 많이 녹아있다. 보통 우리가 접하는 흑인 문화란 미국에서 만들어진 것이 많다. 힙합이나 길거리 농구 등. 우리가 흑인에 대해 가지는 이미지들은 미국에서 만들어져 전파된 것이 많다. 서구의 시선으로 만들어진 아프리카라고 할까. 혹시 저 넓은 아프리카 대륙 안에 서구 열강들로부터 발견되거나 정복되지 아프리카의 국가 하나 쯤은 있었지 않을까. 깊은 정글 속에 감춰져 아프리카의 문화를 온전히 간직한 나라 말이다. 블랙팬서에 등장하는 와칸다 왕국은 이런 작은 의문에서 탄생한 나라일지도 모른다. 비브라늄이라는 최고의 금속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은자의 나라인 와칸다는 풍요를 누리고 있지만 내부의 구성원들 사이에서는 두가지의 상반된 입장과 그로 인한 갈등이 존재한다. 와칸다의 안전과 풍요를 유지하기 위해 지금까지와 같이 그들의 존재를 숨길 것인가. 아니면 그들이 가진 풍요를 바탕으로 좁게는 아프리카 대륙, 넓게는 전세계에서 고통받고 있는 아프리카 계열의 동포들을 도울 것인가. 여기서 동포들을 돕는다는 것은 그들에게 와칸다의 무기를 제공하여 그들을 고통받게 한 서구 열강들에게 복수하는 것을 의미한다. 영화 내내 와칸다의 구성원들은 이 문제로 갈등한다. 와칸다의 구성원들에게 이러한 갈등을 제공한 것은 대항해시대 이후 계속 이어진 서구 열강들의 제국주의다. 강한 무력으로 아프리카를 침략하여 아프리카인들을 노예로 삼고 아프리카의 자원을 약탈해 간 역사. 그들이 할퀴고 간 상처들이 영화 전반에 남아 있다.

영화 초반 에릭 킬몽거가 대영 박물관에서 큐레이터에게 너희들이 우리의 것을 약탈해 갔으니 우리 것을 찾아가겠다고 말하는 장면에서 서구의 현재의 번영이 아프리카나 아시아, 아메리카 등 다른 대륙들에 대한 착취 위에 세워진 것이라는 것이 그대로 민낯으로 드러난다.

블랙팬서에게 잡힌 비브라늄 밀수꾼인 율리시스 클로는 그를 심문하는 에버렛 로스에게 와칸다에는 비브라늄이 산처럼 쌓여 있는데 조금 가져가는 것이 무엇이 대수냐는 식으로 말한다. 서구열강들의 끝없는 탐욕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CIA 요원인 에버렛 로스가 와칸다는 제3세계이며 자신들이 도와줘야 된다고 말하는 서구의 오만함에서 아직까지 서구 제국주의의 잔재는 사라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과거의 상처에 대하여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 따라서 어떠한 인간이 될지 결정된다. 이 영화에서 블랙팬서와 와칸다가 어떤 선택을 할 지. 마블은 이 영화를 통해서 무엇을 말하고 싶은 것인지에 대해서 주의 깊게 보는 것도 영화를 재밌게 보는 포인트일 것이다. 영화의 결말은 역시 직접 확인하시길.

출처 : 네이버 영화 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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